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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더이상 못 참아”…지친 소비자와 뿔난 자영업자

[‘배달 지옥’ 대한민국①] ‘배달비’ 대체 왜 이러나
주요 배달앱 이용자 수 3개월 만에 107만명 감소
배민·쿠팡이츠, 올해 초부터 수수료 요금제 개편
소비자·자영업자 부담 커지며 포장주문 장려 분위기도

 
 
지난 3월 한 달간 주요 배달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3개를 이용한 소비자 수는 안드로이드 기준 지난해 12월 2527만3296명보다 107만명(4.2%)가량 감소했다. [중앙포토]
 
소비자물가 인상과 연일 치솟는 배달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소비자들이 ‘탈배달앱’에 나서고 있다. 음식값 상승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수수료 부담이 맞물리면서 배달주문보다 포장주문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최근 조정된 배달앱들의 수수료 체계로 부담이 더 커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주요 배달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3개를 이용한 소비자 수는 안드로이드 기준 2420만3452명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527만3296명보다 107만명(4.2%)가량 감소했다.  
 
앱별로 살펴보면 배달의민족 이용자 수가 2만9454명 증가했고, 요기요와 쿠팡이츠 이용자 수가 각각 17만2156명, 92만7142명 감소했다. 여기에 아이폰 등 ios를 이용하는 소비자 수를 더하면 앱 이용자 수는 107만명보다 많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제 손질나선 배달앱들…체감 배달료 상승, 자영업자도 부담

 
쿠팡이츠는 지난 2월 초,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2일부터 단건 배달 요금 체제를 개편하면서 사실상 배달비를 인상했다.
 
3개월여 만에 10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탈배달앱에 나선 이유는 배달앱들이 올해 초부터 수수료 요금제를 개편하고 현금 프로모션을 종료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는 지난 2월 초,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2일부터 단건 배달 요금 체제를 개편하면서 사실상 배달비를 인상했다.
 
먼저 쿠팡이츠는 지난 2월 3일부터 새로운 단건배달 요금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수수료 일반형/절약형, 배달비 절약형/포함형 등 4가지 요금제 중에 자영업자들이 선택하도록 해 업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는 게 쿠팡이츠 측의 설명이다. 수수료 일반형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개수수료는 주문금액의 9.8%에 배달비 5400원이 추가로 붙는 형태다.  
 
쿠팡이츠에 이어 배달의민족도 수수료 체제 개편에 나서면서 지난 3월 22일부터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체제를 기본형, 절약형, 통합형 총 3가지로 구성했다. 기본형 기준으로 중개수수료 6.8%에 배달비 6000원이 붙는 형태다.  
 
배달의민족 기본형 기준으로 봤을 때 2만원어치 음식을 주문할 경우 총 7360원의 배달 비용이 발생한다. 중개수수료 1360원을 쿠팡이츠에 지불하고 배달대행사에게 주는 배달비 6000원은 업주 판단에 따라 고객과 나눠서 부담하는 식이다.
 

포장주문하는 소비자들…자영업자는 ‘단건배달 이용말라’는 목소리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9년 쿠팡이츠가 단건배달 서비스를 내놓자 뒤따라 ‘배민1’서비스를 도입했다. [사진 화면캡쳐]
 
배달앱들의 수수료 체제 개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배달료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배달앱이 진행했던 단건배달 프로모션은 수수료 1000원에 배달비 5000원으로 고정돼 있었다. 하지만 두 업체의 수수료 체제 개편을 적용하게 되면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배달료가 사실상 더 늘어나게 돼 자영업자들은 배달대행을 통해 소비자들 배달팁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단건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아 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가입해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자영업자가 고객이 주문한 음식 영수증에 손글씨로 ‘다음부터는 배민1 이용하지 마세요ㅠ’라고 적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영수증에는 ‘배민 싫어요. 8000원 이상 수수료’라는 문구가 적혔다는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단건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아 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 화면캡쳐]
 
끝없이 치솟는 배달료 부담에 지친 소비자들은 포장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음식값의 10~50%가량을 배달비로 내는 대신 직접 가게로 찾아가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란 판단에서다. 일부 음식점들은 포장주문 시 10% 할인을 해주거나 카페의 경우 텀블러 등 개인 컵을 가져가면 할인 서비스를 해주고 있어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항상 퇴근 후 집에 와서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때웠는데 요즘엔 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 배달비가 4000~5000원이 나와 당황스럽다”며 “요즘엔 날씨도 좋고 포장주문은 1000원 할인을 해줘 집 오는 길에 가게에 들려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석촌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코로나가 한창 심했을 때는 절반 이상이 배달주문이었는데 요즘엔 홀에서 식사하시는 손님이 많이 늘었고, 특히 포장주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점주 입장에서도 배달앱들이 수수료를 절반 가까이 떼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에게 포장주문을 권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탈배달앱’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가 지난 4일 발표한 조사내용에 따르면 소비자의 76.3%는 배달비가 저렴한 옵션을, 11.6%는 빨리 배달되는 옵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올해 1월 실시한 ‘배송·배달 서비스 관련 국민인식조사’에서도 소비자 2000명 중 53%가 ‘(현행 배달비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소비자 절반 이상이 배달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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