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분양 쉽지 않네’ 정비사업 지연으로 서울 공급 안갯속
둔촌주공, 일반분양 4986가구 사실상 연내 분양 어려워
공사비 갈등, 문화재·오염토 발견, 조합 내홍 등으로 분양 지연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대 최대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을 필두로 한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잡음이 생기면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연내 일반분양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공사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린다. 일반분양 물량만 4986가구에 달하고, 이는 올해 서울 분양 물량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기대감이 큰 단지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의 발단은 공사비 증액 때문이다. 현 조합 집행부는 전임 조합 집행부와 계약한 공사비 증액 계약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전임 집행부와 체결한 계약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리며 결국 공사중단, 소송전까지 치달았다.
서울 내 도시정비사업 곳곳 빨간불
둔촌주공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 정비사업에서는 다양한 사유로 인해 일반분양 일정이 밀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는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되면서 문화재 정밀발굴조사가 진행으로 분양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방배동 도시정비사업 구역 내에서 가장 빠른 사업 진행 속도를 보였던 방배5구역도 착공을 앞두고 오염토가 발견되면서 올해도 연내 분양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 이문3구역도 분양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이문1구역은 설계변경과 분양가 산정 문제로 올 상반기 예정됐던 일반분양이 연기됐다. 이문3구역도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 시공사 교체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분양일정이 연기됐다. 조합은 이달 안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 배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시공사 계약 해지 문제로 소송 전까지 갔던 신반포15차(래미안 원펜타스) 재건축 사업도 당초 예정했던 오는 5월 일반분양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철거를 모두 마친 서울 은평 대조1구역도 조합과 시공사인 현대건설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착공 자체가 시작되지 않으면서 일반분양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 가뭄 심화로 청약 대기자들 혼선 불가피
서울 내 정비사업이 다양한 변수로 인해 지체되면서 둔촌주공, 이문1구역 등 대단지 공급을 기다리던 청약대기자들의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공택지로 인한 공급이 부족한 서울의 경우는 도시정비사업으로 인한 공급이 늦춰지면 그만큼 청약 대기자들의 혼선 내지는 아파트 공급 부족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 압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함 랩장은 “현재 고강도 대출규제,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의 이유로 평년보다 아파트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서울 내 공급 부족이 당장의 집값 상승 압박으로 변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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