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H&M 사라지나”…ESG시대, 위기의 패스트패션
유럽연합, 2030년까지 패스트패션 종식 촉구
재활용 섬유 사용, 재고 상품 폐기 금지 등 규제안
자라·H&M·아소스 등 현 운영체계 변화 필요
빠르게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던 일명 ‘패스트패션’이 퇴출 위기에 놓였다. 과거 패스트패션은 IT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킹 시스템을 자랑하며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패러다임으로 추앙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환경보호를 중요시하는 시대가 오면서 대량으로 물건을 제작하고 또 많은 쓰레기를 생산하는 패스트패션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여겨진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친환경 설계규정적용 범위를 확장할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패스트패션을 종식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일정비율 이상의 재활용 섬유 사용, 미세 플라스틱 배출 섬유 사용 제한, 재고 상품 폐기 금지 등의 패스트패션 운영에 대한 규제안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년 전부터 패스트패션이 ESG 경영에 반하는 운영체제를 지닌 것에 대한 비판은 있었으나, 이번 움직임은 기관의 직접적으로 기업을 규제하는 ‘강력한 첫 경고장’으로 여겨진다.
실제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패션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섬유패션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10%, 해양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의 20~35%, 살충제 사용량의 10~25%를 차지하는 등 환경오염 물질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유럽연합 규제안으로 글로벌 인기 패스트패션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패스트패션인 ‘자라(ZARA)’는 스페인 기업 브랜드이고, ‘H&M’은 스웨덴 기업 브랜드, ‘아소스(ASOS)’는 영국 기업 브랜드로 대부분이 유럽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들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제품을 저렴한 원단으로 생산하고, 팔다 남은 재고는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형태로 운영하는데, 이번 규제가 적용되면 기존 운영체계를 모두 변경해야 할 상황이다.
유럽연합에 이어 미국까지, 세계적 흐름
이에 전문가들은 기존 패스트패션이 친환경이라는 메가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종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유행을 따라 저렴한 옷을 자주 구매하던 소비 트렌드 시대는 이제 지났다”며 “이제 현대인들은 대량 생산하는 의류 제품들이 곧 쓰레기 산으로 쌓이고, 바다로 흘러 미세플라스틱 생산하는 등 지구 전체 환경을 위협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친환경 생산 방식의 패션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박 책임연구원은 “3D 프린트, 스마트 팩토리 등 더욱 진화한 기술을 통해 꼭 필요한 패션 제품만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는 개인 맞춤형 생산 체계로 진화해야 할 때”라며 “이 같은 기술이 대중화되면 맞춤 제작 제품도 저렴해져, 완전히 새로운 패션 패러다임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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