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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법인차?' 벤틀리·롤스로이스 판매 불티

판매 성장세 억대 럭셔리카... 원동력은 '법인'
1분기 롤스로이스 법인 구매 비율 90% 넘어
尹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공약 효과 있을까

 
 

올해 1분기 롤스로이스의 신규 등록 대수 중 법인 구매 비율은 9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롤스로이스 미니어처. [롤스로이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벤틀리·롤스로이스 등 고가의 수입차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칩 부족,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증 등으로 전체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다만, 이들의 주요 구매 형태가 법인이라는 점에서 제도의 악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2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의 신규 등록 대수는 각각 122대, 67대로 집계됐다.
 
벤틀리의 올해 1분기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55대) 대비 121.8% 늘었다. 같은 기간 롤스로이스는 전년 동기(53대)보다 26.4% 증가했다.
 
공급 문제로 역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체 수입차 시장과 상반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 기준, 올해 1분기 국내 수입차 시장의 신규 등록 대수는 6만1732대로 전년 동기(7만1908대) 대비 14.2% 감소했다.
 
전체 시장 위축에도 벤틀리·롤스로이스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법인 구매'가 있다. 올해 1분기 벤틀리 신규 등록 대수의 72.9%가 법인 구매였으며, 같은 기간 롤스로이스는 92.5%로 나타났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법인차 사적 유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매한 뒤 오너일가 등이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법인차 사적 유용은 오래 전부터 제기된 고질적인 문제"라며 "일지 작성 등이 요구되지만 관리·감독이 엄격하지 않아 무의미하다. 법인차 관련 규제에 허점이 많아 고가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율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벤틀리의 법인 구매 비율은 72.9%로 나타났다. 사진은 뉴 벤틀리 플라잉 스퍼. [벤틀리]

尹 번호판 색깔 공략... 설익은 정책?

 
학계에서는 고가 법인차의 사적 유용에 대한 문제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규제 마련 등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국회에서 법인차 규제에 대해 거론됐지만 흐지부지됐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법인차 사적 유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안 마련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차의 번호판 색상을 변경해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법인차, 일반차 구분 없이 모두 흰색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법인차의 사적 유용을 막기 위해 번호판 색상을 연두색 등으로 변경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김필수 교수는 "번호판 색상 변경은 사회적 윤리를 강조하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실효성에 의문"이라며 "법인차 관련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단속을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제도를 만들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설익은 정책은 관심 촉구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문가 의견 취합 등으로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법인차의 사적 유용을 막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임직원 보험 의무화 ▶엄격한 일지 관리(주행 용도, 목적지, 주행거리 등 명시) 등 규제가 까다로운 편이다.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는 법인차 인정을 엄격히 제한하기도 한다.

이지완 기자 lee.ji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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