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도, 해지도 쉽다” 넷플릭스 쇼크가 흔드는 구독경제 신화
넷플릭스 가입자 감소로 구독경제 전반에 위기감
업종 불문 줄줄이 론칭한 구독서비스 미래 괜찮나
구독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둘러싼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시장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올해 들어 가입자가 감소했고, 향후 그 이탈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충격적인 발표는 OTT뿐만 아니라 구독 비즈니스를 향한 우려로 이어졌다. 넷플릭스가 파괴적 혁신의 아이콘이 된 건 구독경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덕분이었다.
구독경제 위기론에 힘을 싣는 사건은 또 있었다. 넷플릭스와 더불어 구독경제의 양대 아이콘으로 꼽히던 미국 홈피트니스 기업 펠로톤 역시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국 CNN의 구독형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인 CNN플러스는 최근 출시 한 달 만에 문을 닫았다. CNN플러스는 인기 언론인을 영입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 화려한 마케팅에 나섰는데도 하루 시청자 수가 1만명이 채 안 될 정도로 시장 반응이 차가웠다.
구독경제는 넷플릭스의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넷플릭스는 순식간에 빅테크 반열에 오르면서 구독이 기업과 고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구조란 걸 증명했다.
흔들리는 구독경제의 아이콘 넷플릭스·펠로톤
기업 입장에선 결제가 선불로 이뤄지는 만큼 정기적인 매출을 통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얼마나 팔릴지 모른 채 제품을 생산하던 기존 방식과 견주면 유통이나 재고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뚜렷했다.
넷플릭스식 구독 모델은 한국에도 전이됐다. 국내 OTT플랫폼이 유료 구독모델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건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위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신생기업은 저마다 ‘○○업계의 넷플릭스’를 자처하며 월 구독료를 받고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대기업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을 시작으로 SK텔레콤과 쿠팡 등 이커머스 서비스 강화에 나선 기업까지 일제히 구독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이들 기업이 구독서비스를 내세운 건 가입자 확대를 도모하고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였다. 연간 수조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된 넷플릭스처럼 말이다. 그런데 정작 넷플릭스가 성장 한계를 드러내자 이들의 계획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한국에선 구독을 주 수익으로 삼은 기업 중에선 흑자를 내는 기업이 많지 않다. 멜론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영업적자를 쌓고 있다.
넷플릭스와 경쟁 구도에 놓인 국내 OTT 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보자.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 매출 2301억원, 영업손실 5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1802억원)보다 증가했지만, 그만큼 적자 폭(2020년 169억원)도 커졌다.
티빙 역시 매출이 2020년 154억원에서 지난해 1315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적자 규모를 키웠다(2020년 61억→2021년 762억원). 왓챠 역시 매출을 늘리면서 영업적자를 더 쌓았다.
월 구독료를 내면 다양한 종류의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288억원의 매출. 1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업 역시 매출과 적자 규모를 전년보다 늘렸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리디셀렉트를 운영 중인 리디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두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19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들 기업은 적자의 이유를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한다. 당장의 적자를 개선하기보다는 사람을 끌어모아 시장을 장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이들 기업의 방향성은 옳지만, 내수시장이 좁고 금세 경쟁 서비스가 금방 등장한다는 점에선 언제 이 서비스가 돈줄이 될 지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구독을 통한 고객 유치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구독경제의 폐단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독경제는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구독이 쉬운 만큼 해지가 쉽다. 혁신이 없으면 언제라도 소비자는 떠난다. 단단해 보이는 락인효과는 새 플랫폼, 새 콘텐트의 등장으로 쉽게 깨진다.
손실 감내하면서 가입자 확대 노리는 기업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콘텐트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변덕스러운 시장의 취향을 맞추려면 끊임없는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면 투자를 늘리는 게 문제가 없지만, 구독료를 계획대로 걷지 못하면 적자만 쌓인다.
구독서비스를 전개하는 국내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요즘 같은 시기엔 우리 같은 구독서비스가 가장 먼저 해지 대상에 오를 것”이라면서 “고객을 끌어 모으면서도 서비스 경험을 해치지 않는 방식의 새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독경제의 혁신 아이콘 역시 지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무광고 원칙을 폐기했고, 펠로톤은 하드웨어 대여를 결합한 새로운 구독모델을 시험 중이다. 한국의 구독경제 생태계도 변화의 압박에 직면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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