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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병에게 월급 인상보다 코딩 교육 지원 필요” 강원대의 제안

개교 75주년, 김헌영 강원대 총장의 제안
춘천 2군단과 4년째 ‘열린 군대’ 프로그램 운영
주 2회 드론·블록체인·3D프린팅 등 1년간 교육
지역과 함께, 지역 문제를 파고드는 게 대학 경쟁력
‘통일한국 중심대학’ 되기 위해 ‘세계 100대 대학’ 도전

 
 
강원대의 약진을 이끈 김헌영 총장 [사진 중앙UCN]
 

국립 강원대학교가 6월 14일 개교 75주년을 맞는다. 강원도 춘천캠퍼스를 중심으로 삼척과 도계에도 캠퍼스를 둔 강원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위기 속에서도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 4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사업)’의 총괄대학으로 선정됐다. 5년간 총 2145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강원대 개교 이래 최대 규모의 단일사업이다. 2019년에는 국립대 최초로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에 선정됐다. 강원대의 취업률은 국가거점 국립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강원대의 약진을 이끈 김헌영 총장을 만났다. 2016년 강원대가 대학평가에서 하위권에 처지는 위기 상황에서 ‘강원호’의 키를 잡았던 김 총장은 과감한 혁신으로 부흥의 기틀을 만들었고, 2020년 압도적인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김 총장은 “통일시대의 중심대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2030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며 “대학은 지역과 함께하고 지역을 위해 봉사할 때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거점국립대학 중 취업률 1위, 최근 급성장 돋보여  

 
강원대의 약진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나.  
“취업률이 거점국립대학에서는 항상 톱이다. 올해도 최고 수준이 됐고 내년에도 1등 할 거다. 거점 국립대가 취업률 60%라 하면 사립대의 70% 이상이다. 취업률이 낮은 기초 학문 분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충원율의 경우 삼척대와 통합 이후 지표를 합산해서 내는데 그럼에도 거의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강원대가 표방하는 ‘통일한국의 중심대학’의 알맹이는?
“강원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도이고 DMZ의 3분의2가 강원도에 있다. 따라서 통일과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원대가 주역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세계 100대 대학 정도는 돼야 통일한국의 중심대학이라고 하는 걸 남들이 인정해 줄 것이다. 산업이나 과학 기술도 앞으로는 지역의 문제에 바탕을 두지 않고서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려면 반드시 지역에 근거한 데이터가 축적이 돼야지 책이나 연구 자료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동해안 산불 문제를 동해안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연구를 한다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나.”
 
‘2024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지역에서 역할을 하려면 대학이 연구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학이 연구력을 갖추면 기업은 저절로 오게 된다. 이를 위해 대학원은 타겟형, 목적형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학부에 기계공학과가 있다면 대학원에는 기계공학 전공이 있는 게 아니라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과가 있고 전기자동차 과가 있고, 이런 식으로 목적형 과로 가는 융합대학원이 되는 거다.”
 
연합대학 체제는 어떤 의미인가?
“강원도에 18개 대학이 있는데 모든 대학이 기초학문 학과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연합대학이 필요하다. 중소형 지방대학이 살려면 특성화해야 된다. 강릉에 있는 전문대학은 해양 문제, 삼척에 있는 대학은 액화수소·방제, 영월에 있는 대학은 목재 산업에 특화를 하는 식이다. 교양 과목에 해당하는 기초학문 분야는 강원대가 갖고 있으니까 대학 연계를 구축해 비대면 수업을 할 수 있고, 방학 때 부트 캠프를 해서 얼마든지 교육을 돌릴 수 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 시행

 
‘오픈 캠퍼스’ 전략과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대학의 역할이 바뀌었다. 교육과 연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가서 쿼드러플 헬릭스(quadruple helix)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사회+대학+기업에 시민사회가 포함되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 대학의 역할이 바로 오픈 캠퍼스이고,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이 마이크로 디그리다. 강원대는 1년에 8000∼1만개의 강좌가 열리는데 이 중 다섯 개를 묶어서 한 주제로 타이틀을 달 수 있다. 이 강좌를 일반인이 들으면 마이크로 디그리를 주는 것이다. 학위라기보다는 총장이 공식적으로 승인하고,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면 이 과목을 수강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강원도내 군 장병의 IT 교육에도 강원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물론이다. 춘천에 있는 육군 2군단과 함께 ‘열린 군대’라는 프로그램을 4년째 하고 있다. 장병을 선발해 매주 수·토요일 강원대 내 창업 큐브인 K큐브에서 3D 프린팅, AR·VR, 드론, 블록체인 등을 1년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이 과정을 거친 장병이 전역 후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더 발전시켜 모든 사병이 복무 기간에 코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그게 바로 ‘디지털 10만 양병설’이 아니겠나. 사병들 월급 올려주는 것도 좋지만 그 예산으로 실무 교육을 시켜주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원대 전경 [사진 중앙UCN]
국립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에 선정됐는데.
“내가 총장이 되면서 오픈 캠퍼스 차원에서 학교 빈 부지에 컨테이너로 스타트업 큐브를 만들어 학생과 지역 주민이 와서 창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이를 발전시켜 2019년 국립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캠퍼스 혁신사업에 선정됐다. 올해 착공해서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기부-교육부-국토부가 함께 하는 사업이다.”
 
강원대가 키워내고자 하는 인재상은?
“우리 강원대생들은 취업할 때 좀 어려움을 겪는다. 대입 성적만으로 학교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사하고 나면 매우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예의가 바르고 인사성이 좋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가치인 ‘협동’에서 큰 강점이 있다. 세 명이 모여서 300% 이상을 만들어 내는 게 강원대생이다. 우리는 이런 협동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정영재 중앙UCN 대표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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