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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 탈출" 은행들 안간힘

4대 은행 DC·IRP 연금 수익률 1%도 채 안 돼
고객 맞춤형·AI 기반 체계적 관리 등 전략 마련
오는 7월엔 ‘디폴트옵션’ 시행…시장 확대 전망

 
 
[사진 게티이미지]
국내 시중은행들이 약 3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 내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그간 은행들이 운영하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다른 업권보다 부진하단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원리금 비보장 퇴직연금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찍었다. 오는 7월에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으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들은 1대 1 맞춤형 컨설팅 센터를 운영하고, 인공지능(AI)를 도입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전략 마련에 나섰다.

 

은행권 퇴직연금 개인형 수익률 ‘마이너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 원리금보장상품과 비원리금보장상품을 합친 평균 수익률은 1.24%다. 1년 전 수익률 1.74%보다 0.50%포인트 감소했다.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평균 수익률은 더 낮다. DC형은 0.94%, IRP는 0.46%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익률이 3~6%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은행의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경우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4대 은행의 DC·IRP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은 ▶KB국민은행(-1.34%·-1.69%) ▶신한은행(-0.38%·-0.38%) ▶우리은행(-1.05%·-0.66%) ▶하나은행(-0.70%·-0.67%) 등이다.
 
이처럼 최근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이 하락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으로, 국내외 증시가 부진한 탓이 크다. 하지만 은행들이 다양한 상품 라인업과 서비스 제공 등 수익률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또한 개인형 퇴직연금 고객에 상품 안내 등으로 연금 운용을 적극 독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고객 연금자산의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가 연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4대은행 퇴직연금 수익률.

“수익률 높여라” 각 사별 전략은?

퇴직연금 시장의 전체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00조원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이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은행별 전략이 절실하다. 
 
우선 국민은행은 업계 최초로 DC형과 개인형IRP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1대 1 맞춤형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를 운영 중이다. 특히 자산관리자격증을 갖춘 전문 프라이빗 뱅킹(PB) 인력이 리밸런싱 등 고객별 맞춤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 요소다.
 
국민은행은 전국 거점지역에서 ‘KB골든라이프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 센터에서는 은퇴 준비와 은퇴 이후 자산활용에 특화된 연금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PB경력 10년 이상의 은퇴설계전문가가 개인별 특성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내년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인공지능(AI) 기반 자산관리 프로세스를 적용한 고객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고객과 상품을 초정밀 분석해 맞춤 자산 운용 전략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시스템으로 수익률 관리가 가능하고, 데이터에 근거해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업계 최초로 찾아가는 컨설팅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DC형 제도를 운영 중인 기업 임직원들에게 퇴직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한 하나금융그룹 내 관계사인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하나저축은행 등과 퇴직연금 사업 관련 원활한 협업부분도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상품 라인업 다양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앞서 2021년 11월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상장지수 펀드(ETF)’를 출시해 그간 증권사에서만 가능했던 투자방법을 은행권 최초로 적용했다. 또한 투자상품 외에도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손님을 대상으로 지난 3월에는 원금보존추구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도 내놨다.
 
우리은행은 최근 시장의 추세가 안정성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변화 중이라고 판단해, DC·IRP 위주의 영업을 강화한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비원리금상품의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체계적 수익률 관리를 위해선 비대면 퇴직연금 상담조직을 신설하고 고객의 수익률 관리를 전담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오는 7월 디폴트옵션 도입에 대응해 채무증권 거래 프로세스를 신설하고, 퇴직연금로보어드바이저 고도화, 운용지시 거래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
 

내달 디폴트옵션 시행…정책 보완으로 ‘무한 성장’

오는 7월 12일에는 DC·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디폴트옵션이란 가입자들이 특별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자동적으로 투자돼 금융사가 적립금을 대신 운용해주는 것을 뜻한다. 이 제도는 가입자의 원리금보장상품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을 늘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됨에 따라 투자상품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객관적인 공시체계가 갖춰지면 금융사 간의 효율적 운용경쟁이 가속화 돼 수익률, 수수료 기준으로 고객들의 자발적인 계좌 이전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9년 221조2000억원에서 2020년 255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96조5000억원까지 크게 성장했다. 이처럼 퇴직연금 시장이 3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규제혁신 기조에 발맞춰 정부또한 퇴직연금 규제 개편에 나선다.  
 
디폴트옵션 이외에도 장기적으론 퇴직연금에 대한 각종 규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서도 퇴직연금 제도 손질을 살피는 중이다. 
 
지난 9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제8회 퇴직연금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올해 하반기 중 퇴직연금 운용 관련 규제를 재점검 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가입자 보호와 자산운용 자율성 간 합리적인 접점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권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등 제도 개선은 더 이상 퇴직연금이 방치되지 않도록 해 궁극적으로 가입자의 중장기 수익률 제고를 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향후 퇴직연금 시장은 DC·IRP 주도로 성장해 과거 ‘저축’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산관리’와 ‘은퇴설계’ 영역으로 확장돼 은행권의 주요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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