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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다 못한 대체육의 저주”…축산인구 100만명이 휘청인다

[밥상 위 ‘탄소중립’ 대체육 논쟁②] 새로운 고기, 무엇이 문제
“미래 식품으로 활성화 vs 축산 생태계 지켜야” 엇갈리는 시선
“식물성 대체육, 육류 대체 못 해”…명확한 ‘단백질 규정’ 시급

 
 
축산업계는 대체육이 국내 축산생태계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 이마트 매장 내 축산 코너. 냉동 제품을 파는 냉동고에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티드’ 제품이 진열돼 있다. 버거 패티부터 민스, 슬라이스 구이용, 풀드 바비큐까지,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 일명 ‘가짜 고기’다.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언리미티드 제품은 올해 1~6월까지 3000개가 넘게 판매 됐다. 판매수량은 많지 않지만 매월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인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대체육 시장이 커지면서 이마트는 냉동 뿐 아니라 냉장 쪽에도 대체육 관련 브랜드를 확장할 계획이다.  
 
‘새로운 고기’의 등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정부와 유통 기업들은 대체육을 미래식량으로 키운다는 기조지만, 육류시장을 사수하고자 하는 축산업계는 이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축산 매대에서 식물성 식품을 팔아선 안 되고, 대체 식품에 ‘고기’ 또는 ‘육(肉)’ 자 사용을 금지해야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올해 초 축산대체식품 육성 기술개발에 향후 5년간 99억원의 정부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히자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는 즉각 반대성명서를 내고 “명백한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축단협은 대체육을 소비자 선호도가 낮은 배양육 등 식품첨가물 시장의 확대라고 봤다.  
 
이들이 대체육 시장에 반기를 드는 주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대체육이 육류를 대체할 수 없는 점 ▲식품 안전성에 대한 의혹 ▲국내 축산업의 축소 등이다.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 [사진 이마트]

고기? 대체 고기?…영양 성분은 다르다  

축산업계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대체육이 전통 축산 시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기와 연장선상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분류에서 대체육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이번 논쟁의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가장 큰 차이로 영양 성분이 꼽힌다. 대체육은 크게 콩고기라 불리는 식물성 대체육과 동물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배양육으로 나뉜다. 배양육은 생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어 현재 유통되는 대체육은 대부분 식물성 단백질이다.  
 
육류 고기와는 다른 종류의 단백질이기 때문에 영양 성분에도 차이가 난다. 실제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된 미국 듀크대 연구팀의 ‘대체육 상품 18개 제품과 소고기 제품 18개 비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종류의 식품은 단백질과 탄수화물 함량에선 큰 차이가 없었지만, 대사산물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대체육보다 소고기 제품에 대사산물이 월등히 많았다. 특히 염증과 면역력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스쿠알렌, 안세린, 시스테아민 등은 소고기 제품에서만 확인됐다. 반대로 대체육에만 있는 대사산물도 있었다. 연구팀은 두 제품의 영양성분이 서로 달라 대체육이 육류제품을 대체할 수 없다고 봤다.  
 
식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대체육 기술이 발전하면서 육류와 비슷한 형태를 구현하지만 질근질근 씹히는 육류 식감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식물성 단백질은 특히 기존 육류와 다른 식감을 낸다. 결국 대체육이 함박스테이크나 햄버거 패티와 같은 분쇄육 효과만 낼 뿐 스테이크와 같은 육류 요리를 대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공첨가물 더해진 가공식품…GMO 우려도  

대체육이 가공식품으로 사실상 안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대체육은 실제 고기와 유사한 모양과 식감, 맛을 내기 위한 인공첨가물이 더해지고 여러 차례 가공처리를 거친 상품이다. 시중에 판매 중인 대체육 제품의 성분표를 살펴보면 나트륨, 포화지방 성분 등을 함유한 다양한 첨가물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대체육에는 육류와 같은 붉은 색을 내기 위한 색소가 더해지는 데 이 중에는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레그헤모글로빈’이라는 성분이 포함된다. 레그헤모글로빈은 콩이나 식물뿌리혹에서 추출하는 데 일부 외국 식품업체에서 이 레그헤모글로빈을 추출할 때 유전자변형 콩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됐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와 관련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안전성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육류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체육 생산 과정이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은데다 100만명 넘게 종사하고 있는 국내 축산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축산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유용 서울대 교수(동물생명공학)는 “대체육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데도 상당한 양의 전기가 사용되고, 식물성 고기를 만들기 위해 대량의 물과 재료가 필요하다”면서 “또 무엇보다 대체육 생산으로 죽어가는 돼지와 소 등을 처리하는 행위가 친환경적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또 대체육이 축산 농가를 비롯해 사료업체, 운송업체, 식당 등 국내 축산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대체육은 국내 축산산업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식품 안전성에 대해서도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미국과 같은 해외국가에서 사기업이 아닌 정부가 대체육 개발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명확한 기준 마련돼야…법적 기반 미비

전문가들은 축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고 대체육이 하나의 식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관리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대체육의 법적 정의는 불명확한 상태다. 원료와 제조 기준에 대한 규정도 없다. 다만 현행법상 대체 단백질로 분류돼 원재료가 곡물이면 곡류가공품, 콩이면 두류가공품으로 분류된 기준을 따르고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일부 주에서는 대체육 상품에 기존 육류제품 용어 사용이 불가하다는 법이 통과 됐다”면서 “명칭에서 고기를 뺄지 말지, 대체단백질 시장의 기준이 어디를 따라야 할지 업계와 소비자 혼란을 하루 빨리 줄이기 위해서라도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결은 다르지만 대체육 사업을 키우고 있는 기업들도 하루빨리 합리적인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A사 관계자는 “현재 대체육은 ‘고기’, ‘육’ 등으로 표시 및 광고를 할 수 없어 ‘미트, 베지’ 등 고기 우회적인 표현을 마케팅에 쓰고 있다”면서 “정작 마트에 납품할때는 고기로 취급돼 대장균 검사까지 받아야 하는 게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B사 관계자도 “대체육에 대한 FM적인 룰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미 투자와 제품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명확한 분류와 가이드라인이 뒤늦게 나온다면 기껏 개발한 제품에서 성분을 빼거나 추가하는 등 소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체육이 아직 국내에선 태동기를 거치고 있지만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는 잠재력이 큰 시장인 만큼 명확한 규제 안에서 안착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2024년까지 식물성 고기, 배양육 등 대체육에 대한 식품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체육 관련 논쟁이 가속화되는 만큼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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