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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CEO "한국 고객들이 사랑하는 차 만들겠다"

[인터뷰]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CEO
증자 통해 길리 지분 참여, 운영 및 관리는 르노의 몫
프로젝트 총괄 최근 신규 선임, 새로운 피 수혈 지속할 것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르노코리아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스테판 드블레즈 CE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르노코리아자동차]
취임 4개월.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대표(CEO)가 미래를 위한 기업의 생존 전략을 공개했다.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한국 시장에 특화된 친환경차를 개발해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재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경쟁력 있는 신차로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르노코리아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드블레즈 CE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해 나이 49세의 젊은 CEO다. 그는 지난 3월부터 르노코리아자동차(당시 르노삼성자동차)를 이끌고 있다. 프랑스, 브라질, 중국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신차 개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브라질, 중국 등을 거치며 얻은 세 가지 교훈을 언급하며 인터뷰 시작을 알렸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세 가지 포인트는 ▶큰 돌파구를 통해 큰 기회를 잡는다 ▶인적 자원과 역량 확보의 중요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등이다.
 
드블레즈 CEO는 “브라질에서 수석차량엔지니어로 일할 당시(2008년)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였다”며 “고비용에 소비 여력이 없는 브라질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차를 제공하는 현지화 작업은 매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뉴 더스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더스터 차량 하나로 시장점유율을 2% 이상 끌어올렸다”고 덧붙였다. 5년 전에는 가성비를 갖춘 전기차를 개발해 중국, 유럽에 공급하자는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르노, 닛산, 동펑 2개 브랜드의 신차를 선보였다. 당시 출시된 모델은 현재까지 유럽 등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다양한 성공을 경험한 그는 길리그룹과의 파트너십이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난 5월 중국 길리그룹 산하의 길리 오토모빌 홀딩스는 증자를 통해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34.02%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드블레즈 CEO는 “르노코리아자동차와 길리의 파트너십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이후 20년 만에 제 3의 파트너와 조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업무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리를 선택한 것은 기술력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이다. E-아키텍처, 파워트레인 등 다양하다”며 “한국 고객들이 사랑하는 차를 만들겠다. 이번 파트너십은 큰 기회이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직 증자가 완료되지 않아 길리 측이 공식적으로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주주가 된 것은 아니다. 빠르면 수주, 늦어도 수개월 내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드블레즈 CEO의 설명이다. 그는 “르노그룹이 글로벌 전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적 지원이 필요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증자를 결정하게 됐고, 르노와 삼성카드에서 공개적으로 증자를 진행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 비율은 20% 정도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길리에서 증자에 조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회사의 가치는 기존 100에서 120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라며 “운영과 관리는 모두 르노에서 책임을 진다. 르노-길리 파트너십은 기술 협약과 재무적 파트너십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르노코리아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드블레즈 CE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르노코리아자동차]
인적 자원 및 역량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드블레즈 CEO는 “지난 2년간 르노삼성자동차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고,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르노코리아자동차에는 약 4000명의 인력이 있는데, 탄탄한 토대가 있다는 얘기”라며 “물론 경쟁력을 상실한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 위해 앞으로 몇 달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에서 근무하던 터키 출신 임원을 프로젝트 총괄 선임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한국인 신규 채용도 전 부문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드블레즈 CEO는 “실패는 언제나 가능하다. 실패가 있기에 게임이 재미있다”며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앞으로 르노코리아자동차는 3개의 큰 플레이어와 함께 한다. 르노, 닛산, 길리다. 드블레즈 CEO는 “우리는 현대차와 기아의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직접 경쟁이 아닌 완전히 색다른 방식으로 우리도 괜찮을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한 후 전기차로 넘어가겠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역사적 가치, 신뢰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메이드인 코리아차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블레즈 CEO는 한국 제조업 분야의 특수한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업무 시간의 30% 정도는 노조와의 관계 문제에 할애하고 있다”며 “부임할 때 노사관계가 중요한 핵심 의제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왔다. 다만 과거는 늘 과거일 뿐”이라며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와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적은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현대차 및 기아와 싸울 준비를 임직원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XM3 하이브리드 모델(XM3 E-Tech)은 오는 10월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유럽 대비 한국 출시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드블레즈 CEO는 “한국에서는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회사는 하이브리드차 대신 전기차가 더욱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최근까지 르노 트위지, 조에 등 전기차 판매에 집중해왔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르노코리아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드블레즈 CE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르노코리아자동차]
그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르노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드블레즈 CEO는 “르노그룹 엔지니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며 “토요타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두 가지 정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기어박스가 없다. 이를 위해 출원한 특허도 다수”라며 “기어박스를 없앤 이유는 전기 엔진과 내연기관 엔진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전기 엔진과 내연기관 엔진의 출력을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커져서도 안된다.
 
또 다른 차별점은 주행 과정에서 이질감이 없다는 것이다. 드블레즈 CEO는 “서울 거주 고객을 예로 들어보면 차를 운전하는 시간의 75%를 마치 전기차로 주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며 “토요타는 이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요타는 대부분 CVT 기어박스를 쓴다”며 “CVT 기어박스는 주행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마치 모터사이클을 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도 궁극적으로는 완전 전동화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2024~2027년까지 길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3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계획이며, 2024년 선보일 첫 번째 신차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 과정에서 디젤 모델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드블레즈 CEO는 “우리의 미래 전략은 단순하다. 점진적으로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를 거쳐 전기차로 가는 것”이라며 “디젤 신차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르노코리아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 개발 및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수입 모델인 르노 조에와 부산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는 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드블레즈 CEO는 “트위지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실패 요인에 대한 분석을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며 “부임 전 이미 트위지 판매 중단 결정이 났다. 솔직히 아직 트위지를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며 “기존의 약점 등을 개선하는 것인데, 현 상황에서 새로운 트위지를 한국에 들여올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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