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본주 제자리여도 손실 누적…‘삼전닉스 ETF’ 음의 복리 경고
- [ETF도 ‘삼전닉스’ 시대]②
상장 첫날 50% 급등·VI 속출…하루 만에 급락 전환
분산투자 아닌 단기 고위험 베팅…중소형주 소외 우려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투자자 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투톱’에 개인 자금과 거래대금이 집중되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지난 27일 상장 직후부터 변동성완화장치(VI)가 잇따라 발동될 정도로 투자 수요가 몰리며 높은 관심을 끌었지만, 동시에 레버리지 구조 특유의 높은 변동성과 손실 위험도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일반 지수형 ETF보다 변동성이 훨씬 큰 초고위험 상품인 만큼 단기 가격 흐름과 변동성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ETN 18개 상품이 지난 5월 27일 첫 상장된 가운데, 상장 직후부터 가격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하나자산운용의 ‘1Q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는 장중 3만5930원까지 치솟으며 55% 넘게 급등했다. 같은 날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등 주요 상품들도 장중 20% 안팎 급등세를 보였다. 장 후반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음에도 SK하이닉스·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일간 수익률은 각각 약 19%, 5%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하루 뒤 기초자산이 약세로 전환되자 레버리지 상품들도 곧바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오전 기준 ‘TIGER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각각 3~4%대 하락세를 기록했고, 삼성전자 관련 레버리지 ETF 역시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당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본주가 각각 2%대, 1% 안팎 하락하자 레버리지 상품 낙폭은 이보다 훨씬 크게 확대됐다.
특히 이들 상품은 하루 단위 수익률을 기준으로 리밸런싱(rebalancing)되는 구조인 만큼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률 왜곡도 확대될 수 있다.
상승장이 이어질 경우 일별 수익률이 누적되며 단순 2배 이상의 성과를 내는 ‘양(+)의 복리효과(Volatility Decay)’가 나타날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횡보장에서는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초자산 주가가 결국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더라도 레버리지 ETF 수익률은 크게 훼손되며 투자자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美 테슬라 2배 ETF도 ‘음의 복리효과’에 수익률 급감
미국 시장 사례에서도 이 같은 특징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상품 중 하나인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이 대표 사례다. TSLL은 올해 들어 11.62% 하락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 본주는 2.08% 하락하는 데 그쳤다. 단순 계산대로라면 본주 하락률의 2배 수준인 약 4% 안팎 손실이 예상되지만 실제 낙폭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올해 초 테슬라 주가가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음의 복리효과’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단위 수익률을 기준으로 재조정되는 구조여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기초자산이 결국 원래 수준으로 돌아와도 ETF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테슬라 본주는 연간 기준 11.36% 상승했지만 TSLL은 오히려 26.9%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가 연중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탓이다. 본주는 결국 플러스로 마감했지만,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 구간마다 손실이 누적되며 장기 보유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크게 훼손됐다.
반면 강한 추세 상승장이 이어질 경우에는 양의 복리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엔비디아 본주는 올해 들어 13.91% 상승했고, 2배 레버리지 ETF인 ‘NVDL(GraniteShares 2x Long NVDA Daily ETF)’은 17.80% 올랐다. 다만 이 역시 본주 상승률의 정확한 2배에는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장기 투자보다 단기 방향성 베팅 성격이 강한 초고위험 상품인 만큼, 변동성이 커질수록 음의 복리효과로 인해 기초자산보다 손실 폭이 훨씬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기보다 단기 트레이딩 성격이 강하다”며 “최근처럼 특정 대형주에 시장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는 국면에서는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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