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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한숨 쉴 때 회장님은 ‘절세’…하락장에 주식 증여 늘어

올 들어 오너家 주식증여 199건으로 지난해보다 23% 증가
아이센스 차근식 회장 189억원, 대덕 김영재 대표 125억원 증여

 
 
[게티이미지]
증시 하락장을 이용해 주식 증여에 나서는 오너가(家)와 임원들이 늘고 있다. 주가 하락기에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세 절감 효과가 있는 데다, 같은 자금으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2세 경영을 위한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 향후 주가가 올라도 차익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적기(適期)를 노린 증여가 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발표된 주식 증여 관련 공시는 총 1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1건)보다 23.6%(38건) 증가했다. 
 
통상 하락장은 주식 증여의 적기로 평가된다. 주가가 하락해 납부해야 할 증여세 규모가 줄어서다. 증여세는 증여일을 전후한 2개월간,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액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이때 주가가 내려갈수록 증여 재산가액이 감소해 증여세가 적어지는 구조다. 가령 한 주당 10만원이던 종목 1000주의 증여를 앞두고 주가가 5만원으로 하락했다면, 증여 재산가액은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어들어 증여세도 감소한다.  
 

향후 주가 올라도 추가 세금 없어

 
상반기 주식 증여는 대부분 오너 일가나 최고경영자(CEO)가 직계가족에게 이뤄졌다. 대신증권의 오너 일가는 양홍석(41) 부회장의 두 딸인 양채유(9)·채린(6)양과 조카 홍승우(3) 군에게 자금 증여 방식으로 주식을 증여했다. 이들은 증여받은 돈으로 지난 6월 대신증권 주식 9000주를 각각 사들였고, 7월 11~12일에도 700~800주를 추가 매수했다. 취득 단가는 1만4200~1만5500원으로 총 4억원 규모다.  
 
대신증권 주가는 올해 4월 말까지 1만8000원 수준을 유지하다 6월부터 우하향을 시작했다. 지난 6월 10일 1만765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1만4400원으로 마감하며 한 달여 만에 18.4%(3250원) 급락했다. 양채유·채린양과 홍승우 군의 주식 매수는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된 이 기간에 집중됐다.  
 
대덕전자 지주사인 대덕은 김영재(63) 대표가 지난 6월 30일 자녀인 김정미(33)·윤정(30) 씨에게 주식 100만주씩을 증여했다고 5일 공시했다. 증여일 종가 기준 125억원 규모다. 증여 후 김 대표의 대덕 지분은 기존 32.39%(1136만8082주)에서 26.69%(936만8082주)로 감소했고 정미·윤정 씨의 보유 지분은 각각 2.85%로 늘었다.  
 
2세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주식 증여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화승코퍼레이션의 현승훈(80) 회장은 지난 5월 3일 장남인 현지호(51) 총괄 부회장에게 보유 주식 674만8364주를 전량 무상 증여했다. 증여일 종가 기준 총 119억원 규모다. 차근식(68) 아이센스 회장 역시 지난 6월 29일 장남 차경하(38) 씨에게 보유주식 65만주를 증여했다. 증여 후 경하 씨 보유 지분은 기존 0.60%에서 5.41%로 급증했다.  
 

현대사료·씨젠, 주가 변동에 증여 취소

 
반대로 증여를 했다가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증여일 이후 2개월간 주가가 오른다면 신고 기한 내에 증여를 취소하고 주가가 내릴 때를 기다려 다시 증여를 결정할 수도 있다. 증여세 신고 납부 기간은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다. 이 기간 내에 증여를 취소한다면 증여 자체가 반환되면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실제 주가가 오르자 증여를 취소한 사례도 있다. 현대사료(현 카나리아바이오)의 문철명(80) 회장과 김종웅(78) 대표 등은 지난 3월 18일 공시를 통해 자녀들에게 435만6753주를 증여한다고 공시했으나, 이후 주가가 ‘7연상’을 달성하며 1만7000원대에서 15만 원대로 급등하자 한 달 만인 지난 4월 18일 증여 취소 공시를 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자녀들이 내야 할 증여세가 당초 예상보다 수백억 원 이상 폭증하자 증여를 전면 철회했다. 
 
코스닥 진단키트업체 씨젠의 천경준(75) 회장 부부 역시 5만 원대였던 주가가 3만 원대로 떨어지자 2개월 만에 주식 증여를 번복했다. 천 회장 부부는 지난 2월 자녀 3인에게 총 90만주 증여를 예고했으나 4월 27일 증여취소 공시를 냈다. 증여일 기준 주가는 5만7000원이었지만 철회일 당시 주가는 3만9300원으로 약 30% 하락했기 때문이다.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해 증여세 절감 차원에서 증여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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