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몇 번이면 쉽게 찾는다’…활개치는 ‘불법 웹툰’ 사이트
2020년 기준 피해규모 5500억원에 달해
불법 웹툰 PV가 합법 사이트보다 높기도
‘웹툰=무료’라는 소비자 인식 바뀌어야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정부의 실태 조사가 몇 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불법 웹툰 사이트 근절은 여전히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불법 웹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식 전환 캠페인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이 지난 2020년 12월 발표한 ‘웹툰사업체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웹툰 불법유통시장 피해 규모는 약 31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7년 웹툰 시장 순매출 침해규모 577억원 대비 약 5.5배 가량 증가했다.
합법 플랫폼과 불법 웹툰 플랫폼의 PV 수치도 비슷하다. 2019년 전체 웹툰 플랫폼의 트래픽 총합은 약 330억 페이지뷰(PV)다. 한국어로 서비스된 웹툰 불법복제 유통 사이트의 불법 웹툰 PV 총합 역시 약 326억 PV로 집계됐다.
한콘진은 2021년 12월 ‘웹툰사업체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여전히 불법 웹툰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웹툰 불법유통 시장 피해 규모는 5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7배 증가한 수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합법 웹툰 플랫폼의 트래픽 총합은 약 337억 PV다. 불법 웹툰 플랫폼의 트래픽은 약 366억 PV로 합법 웹툰 플랫폼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한 불법 플랫폼은 단독으로 127억 PV를 기록했다.
불법 플랫폼이 기승을 부리면서 합법 플랫폼 숫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8년 40개에 달하던 웹툰 플랫폼은 2020년 기준 31개로 줄었다. 특히 실질적으로 전체 플랫폼 중 1% 이상의 PV 점유율을 가진 플랫폼 수는 10개 내외에 불과하다.
한콘진 관계자는 “웹툰 작품 생산은 2016년 2066편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7년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밤토끼’의 등장으로 전체적인 작품 제작 편수가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2018년, 2019년의 경우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폭발적인 성장이, 동일하게 폭증한 불법 웹툰 트래픽의 효과를 상쇄해 현상유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체 경쟁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불법 복제가 확인된 사이트는 2685개인데, 그중 한글 서비스를 하는 사이트는 2020년 말 기준으로 272개다.
불법 사이트 찾기 어렵지 않아…“모니터링 강화해야”
실제로 구글에서 ‘무료 웹툰’ 등만 검색해도 불법 사이트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일부 대형 불법 사이트의 경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사이트 주소를 변경하고 이를 트위터나 다른 사이트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사이트들의 서버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기에 즉각적인 수사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7월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 불법공유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불법 웹툰 근절을 위해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불법 웹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아닌 사이버 범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버 범죄 개념으로 보면 국가 개입 여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의 모니터링 강화도 요청했다. 이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유관기관은 단순 일회성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웹툰=무료’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불법 웹툰 사이트를 통해 웹툰을 소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불법 웹툰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합법 플랫폼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최신화가 불법 플랫폼에서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수현(가명·22)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불법 사이트를 통해 웹툰을 봐 왔다”며 “처음부터 공짜로 봐서 그런지,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웹툰 근절을 위해 불법 사이트의 문제성을 인지할 수 있는 인식전환 교육, 불법 사이트 이용 처벌 수위 강화, 반복 이용을 위한 다운로드와 소장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이 불법 이용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청소년 시절부터 불법 유통 사이트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캠페인성 교육이 필요하다. 아울러 소비자가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역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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