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DNA’ 심는다…롯데·동원, 합병 시너지로 ‘단맛’ 볼까
[빅블러 시대, 유통家 문턱을 넘다]②합병 시너지는?
빙과 조직 통합하는 롯데제과…200억원 절감 효과
현금자산 두둑한 동원산업 지주사로, 신사업 기대
“사업구조 개편 과정 필요…2~3년 후 평가가 적절”
국내 유통기업들이 쪼개진 사업을 합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조직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중복 사업을 합치면서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숫자적인 경제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룹 내 계열회사 간 합병은 영업비용을 감소시키고 매출과 영업이익률을 단기간에 성장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M&A(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기업 매출을 순식간에 성장시키는 데 한 두 개 이상의 사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면서 “영업비 절감 역시 판매비와 유통비에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서 실현되고 또 새로운 영역 확장이 수월하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 요소들이 많다”고 말했다.
빙과 조직 키우고 해외 판로 넓혀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한 롯데제과는 ‘빙과 시장 1위 탈환’과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을 노리는 4조원대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한다. 롯데제과는 우선 중복 사업이었던 빙과 조직을 통합하며 빙과 시장 탈환에 나선다. 합병 전 롯데제과는 빙과, 건과, 제빵, 건강식품을 아우르는 사업을 영위해왔고 롯데푸드는 빙과, 유지, 유가공, HMR, 육가공, 식자재·급식 위주의 사업을 펼쳐왔다.
합병 후 빙과 카테고리별 핵심 브랜드 라인업이 강화되는 한편 운영 효율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스크류바, 월드콘 등 바와 콘타입에 강한 롯데제과와 빠삐코 등 튜브타입에 강한 롯데푸드의 메가브랜드를 중점적으로 육성하면서 점유율 상승을 이끌 계획이다.
또 롯데제과가 영등포, 대전, 양산 공장에서 운영 중인 빙과 라인과 롯데푸드가 천안에서 운영 중인 빙과 라인을 천안, 양산, 대전으로 재배치해 운영 효율화에 나선다. 롯데제과는 추후엔 빙과 공장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복되는 빙과 사업 일원화하면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두 회사 간 빙과사업에서 운영됐던 물류, 배송, 영업망 시스템 등을 통합할 때 절감되는 비용은 약 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해외 시장 경쟁력도 한층 높아진다. 특히 내수 중심이었던 롯데푸드는 롯데제과의 글로벌 현지 법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롯데푸드는 현재 약 20개국, 50개의 거래처를 통해 수출을 전개하고 있으나 롯데제과는 롯데푸드의 4배에 달하는 70여 개국, 200여 개의 거래처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해외 법인도 카자흐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에 달한다. 최근엔 인도와 러시아 등지에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국내 인기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통한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이 같은 롯데제과 해외 영업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된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은 합병비율 문제로 시끄러웠지만, 합병 후 시너지는 명확하다. 지배구조 간소화로 경영 관련 투자 및 의사결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점이다. 자회사인 동원산업과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가 합쳐지면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상 중간 지주사가 사라지면서 동원산업의 결정권에 힘이 실리게 된다.
통합 동원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금성자산이 두둑한 동원산업이 지주사로 합쳐지면서 동원그룹 내 신사업 투자가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는 자회사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기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현금성자산은 600억원 수준으로, 투자 자산이 넉넉치 않았다. 반면 동원산업 현금성자산은 1400억원 수준으로, 두 기업의 합병으로 기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두 배 이상의 투자 실탄을 추가로 지니게 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 등에는 대대적인 규모의 재원이 필요해 구조에 제약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고 대규모 현금 흐름 창출 능력도 가질 수 있는 효과를 내기 위해 합병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현재 2차전지 소재, 양식, 축육 등의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합병 시너지 파악하려면 ‘최소 3년’ 필요
실제 지난해 GS홈쇼핑과 합병한 GS리테일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하락을 기록했다. GS리테일 공시자료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은 2조598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7%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27.2%가 감소했다.
이는 합병 후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한 막대한 투자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합병 결정 당시 온라인 사업 강화 전략을 밝히며, 디지털커머스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2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GS리테일은 합병 직후인 지난해 8월 음식배달 플랫폼 요기요에 3000억원을 투자하고, 지난해 12월에는 카카오모빌리티에 650억원, 쿠캣에 550억원 등을 잇달아 투자하며 디지털커머스 사업 강화에 집중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합병 후 바로 실적 호조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합병으로 인한 효과는 2~3년 정도 후에 보는 게 적절하다”며 “합병으로 인해 사업이 교차하는 부분 등은 축소하거나 추가 투자 진행 등 경우에 따라 매출 외형이나 영업 내실이 감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구조 개편이 완료되는 시점 이후에 합병 시너지 등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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