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韓 존재감, 거세지는 美‧中 압박…‘칩4’ 동맹 뭐기에
미국 주도 한·미·일·대만 반도체 협력 체제
삼성·하이닉스, 세계 D램 시장 70% 장악
中, 한국에 “NO라고 말하라” 노골적 견제
우리기업이 반도체 산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낼수록 미국과 중국의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4(chip4)’에 한국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견제에 나섰다.
‘칩4 동맹’이란 한국과 미국·일본·대만이 반도체 생산 전 과정에서 협력하는 체제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에서, 일본은 소재·장비 분야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장악한 한국, 비메모리반도체 강국 대만과 공동 전선을 짜겠다는 것이다. 이 동맹은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고립시키려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회의 개최 계획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고 8월까지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4 동맹을 현실화하기 위한 실무회의에 한국 참여를 독촉한 셈이다.
중국은 한국의 움직임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NO'(노)라고 말할 용기를 내야 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칩4 동맹에 참여하려는 한국의 움직임에 불편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런 미국 측 행태는 세계 경제가 서로 깊이 융합된 상황에 거스르는 것으로 민심을 얻지 못하며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도 비난했다.
문제는 미‧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한 일본‧대만이 칩4 동맹에 우호적인 분위기인 것과는 반대 상황이다.
미‧중 양국이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만큼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램 시장 점유율은 42.7%, SK하이닉스는 27.1%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이 세계 D램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3위는 미국 마이크론으로 점유율은 24.8%로 조사됐다.
지난 25일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보다 ‘3나노’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칩4 동맹에 한국을 포함하지 않으면 중국 견제가 어려워지고, 중국은 한국을 우방으로 만들지 않으면 고립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며 한국 기업 끌어안기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520억 달러(약 68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내용을 포함한 ‘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의회를 압박하는 중이다. 다만 이 법의 수혜를 보려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홍콩 포함) 국내 반도체 수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신중론 택한 한국 “공급망 안정 위한 협의 진행”
또 미국 정부가 8월까지 답변 시한을 설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당국자는 “(답변 시한이) 한 달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 것도 특별히 긍정 시인을 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필요하면 우리의 생각에 따라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내용을 만들어 협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마찰 우려에 대해 “지금까지도 중국이 굉장히 우선해 한국에 협조를 많이 진행해왔기 때문에 불확실한 공급망 불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지난 14일 진행한 국장급 한·중 경제협력 종합점검회의에서도 중국 쪽의 공급망 교란 가능성에 대해서는 채널을 수시로 열고 지원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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