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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먹잇감 된 호텔들 잇단 매물로…재변신 성공할까

코로나 직격탄 맞은 호텔 잇단 매물 등장
도심 호텔 매수해 주거·오피스로 용도전환 움직임 ↑

 
 
 
리베라호텔 청담. [사진 리베라 호텔]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서울 유명 호텔까지 부동산 큰 손들의 잇단 먹잇감이 되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을 맞던 호텔객실을 주거나 오피스로 용도변경 및 재개발을 통해 변신을 꾀하려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26일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호텔의 거래액은 3조353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519억원)보다 63% 늘었다.  
 
이는 일부 호텔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호텔 객실 공실률이 치솟으며 실적이 악화되자 매물로 등장했고, 이를 매입해 주거시설, 복합시설, 오피스 등으로 재개발 하려는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에도 유명 호텔 매물이 부동산 시장에 등장했다. 강남의 중심 청담동에 위치한 ‘호텔리베라 청담’이 주인공이다. 이 호텔은 신안그룹 계열사로 4성급 호텔이다. 신안그룹은 현재 호텔 매각을 위한 관련 자료를 받고 있다. 이달 말까지 공개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안그룹 관계자는 “금액이 맞아야 매각이 되는 거다”며 “투자 확보 부분도 있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계획을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 강남을 비롯한 서울 도심에 위치한 유명 호텔들의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2월 31일부로 밀레니엄 힐튼호텔도 영업을 종료한다. 1983년 문을 연 지 39년 만이다. 건축업계가 현대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이유로 힐튼 호텔의 보존을 요구하기도 했을 만큼 업계에서는 아쉬움이 감돈다. 
 
1조1000억원에 힐튼 호텔과 인근 부지를 사들인 이지스 자산운용은 5성급 특급호텔과 상업시설, 임대 오피스를 갖춘 복합시설을 2027년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힐튼호텔의 용적률은 350%인데, 최대 800%까지 끌어올려 부지 효율성을 최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전경. [연합뉴스]
 

서울 유명호텔까지 매물로…주거·오피스 용도변경 수요↑ 

호텔 클럽인 '버닝썬' 사태에도 버텼던 르메르디앙(리츠칼튼)호텔은 올 2월 말 결국 문을 닫았다. 코로나 장기화로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르메르디앙 호텔은 시행사 웰스어드바이저스와 현대건설이 7000억원에 인수, 복합시설로 짓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하나대체투자운용과 손잡고 2000억원에 이태원 크라운호텔도 인수했다. 크라운호텔은 현재 철거 중으로 고급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난 2년간 호텔 거래를 살펴보면 용도변경을 목적으로 한 거래가 주를 이뤘다. 건축물 용도를 주거 또는 상업시설로 변경하고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강남 등지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제로(0)에 가깝고, 오피스나 주거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 안정적인 임차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설계변경을 진행 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약 2년 전 쉐라톤 팔래스 강남 호텔을 3228억원에 인수한 시행사 더랜드는 231㎡(70평) 이상의 대형 오피스텔을 공급하기 위한 설계변경을 진행 중이다.
 
당초 더랜드는 66~99㎡(20~30평) 규모의 중소형 오피스텔을 주축으로 한 주상복합 건물을 공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회사의 고심은 깊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지역에 공급한 중소형 오피스텔의 미분양이 이어지는 등 공급 포화상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오히려 소수의 강남 부자들을 겨냥해 희소성을 갖춘 대형 오피스텔을 공급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최근 금리 인상 등 대내외 환경 불확실성 요인이 커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RCA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총 23조997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5조5757억원)보다 6% 감소했다. 거래액 비중이 가장 큰 오피스는 같은 기간 13조1662억원에서 10조5057억원으로 20% 줄었다. 
 
다만 호텔을 매입한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몇 년 후 사업성까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저희가 금융 대출을 일으켜서 사업 진행하기 때문에 금리가 인상될수록 불리한 면은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사업에 크게 영향이 갈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호텔들은 시장의 수요에 비해서 좀 많이 공급돼 있는 측면이 있었다”며 “반면 서울에 살 집은 별로 없어서, 호텔을 주거로 컨버전 용도 변경하고자 하는 그런 수요들도 굉장히 많아 건설·금융사들의 호텔 매입을 늘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텔 인근 등 도심 활성화를 위한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변 환경이 개선되는 것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한 것”이라며 “최근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으로 몇 년 뒤 준공되는 건물의 공실률 등의 문제를 판단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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