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관심을 [이종우 증시 맥짚기]
믿을 만한 기업에 하락폭 컸던 종목 중심으로 올라
삼성전자 반등했지만 대형주 상승세 오래 못갈 듯
코스피가 반등했다. 미국시장이 추가 하락하지 않고 상승으로 방향을 튼 덕분이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주가를 끌어 올린 역할을 담당했다.
2분기 동안 넷플릭스 가입자가 97만명 줄었다. 당초 회사가 예상했던 200만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실적이 괜찮게 나오자 주가가 단기에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 넷플릭스 주가는 605달러로 시작했다. 5월에 한때 162달러까지 떨어졌으니까 넉 달 사이에 73% 하락했다. 단기에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힘을 얻으면서 일주일 사이에 주가가 27%나 올랐다.
상승은 넷플릭스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상승이 주춤해지자 테슬라가 뒤를 이었다. 테슬라는 넷플릭스만큼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성장성 대비 가격이 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17% 상승했다. 반등은 하락이 컸던 부분을 메우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경험치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다.
국내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주가가 7월 초에 기록한 저점에서 10% 넘게 상승했다.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상승을 간접 지원했지만, 더 큰 역할을 한 건 주가다. 6월에 삼성전자 주가가 다른 대형주보다 더 떨어졌는데, 그 역작용으로 반등이 크게 일어났다.
2분기 기업실적의 역할은 제한적
주가가 바닥을 만들고 반등할 때, 첫 번째 상승대열에 끼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 번째는 기업 내용인데, 가장 좋은 기업군에 속한 회사여야 한다. 주가가 떨어질 때에는 온갖 부정적 전망이 난무한다. 괜찮은 기업이라 평가받던 곳도 곧 무너지지 않을까 의심을 받는다. 그래서 반등은 가장 좋고 믿을만한 기업으로부터 시작된다. 회사가 문을 닫을 위험이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라도 기다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가 첫 번째 반등 주자가 됐다.
다른 하나는 주가다. 직전에 하락이 크면 클수록 반등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이 불안할 때에는 두려워서 가격이 떨어져도 매수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주가가 바닥에 도달한 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낮은 가격이 눈길을 끌면서 매수가 시작되고 하락이 컸던 만큼 반등도 커진다. 넷플릭스가 그 경우였고, 삼성전자는 두 경우 모두에 해당했다.
삼성전자 반등이 끝나면 다음은 어떤 종목이 시장을 주도할까. 똑같이 믿을 수 있고, 주가 하락이 큰 종목이 선택될 것이다. 최근 네이버와 일부 게임주 주가가 상승했다. 모두 상반기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코스피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하락이 크지 않았던 종목은 상승이 약해졌다.
조선주와 자동차가 그에 해당한다. 자동차는 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작다. 실적이 개선될 거란 기대로 시장이 약할 때 다른 종목보다 주가가 좋았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다른 종목보다 상승이 약해진 것이다. 가격 메리트가 없어서다.
이 과정을 거쳐 대형주 반등이 마무리되면 시장의 힘이 중소형주로 이동한다. 시장이 더는 나빠지지 않을 거란 믿음이 생기면 중소형주의 가격이 낮다는 사실이 다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반등이 마무리된다. 이번 주가 반등은 2분기 실적 발표와 맞물려 있어 복잡하게 진행될 것이다. 속속 발표되는 결과를 보면 상반기 실적이 생각보다 좋을 것 같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고, 자동차 회사들도 지난해보다 50% 넘게 이익이 증가했다. 미국기업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기업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은 건 전망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 전망이 바뀐다. 기업을 분석하는 사람들이 ‘주가가 하락하는 걸 보니 이익이 줄어든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6월에 집중적으로 주가가 떨어진 경우에는 실적 하향 정도가 더 심하다. 지금은 2분기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실적이 나빠질 때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지 않았다. 기업실적은 경기보다 더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기업실적이 나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짧게 잡아도 다음 분기에나 이익이 줄어들 텐데 2분기는 공백 상태다.
낮은 주가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은 지지선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양호한 실적이 주가 하락을 막기 때문이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이익이 좋아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도록 막는 역할에 그칠 것이다.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이익이 좋게 나와도 주가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발표된 실적은 좋아도 앞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면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상승률 높아
주가 반등의 강도가 미국시장보다 약했다. 6월에 우리 시장이 주요국 중 하락이 가장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반등 초반의 기세가 전체 반등의 폭을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이번 반등은 앞으로 박스권이 어느 범위에서 만들어질지를 결정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박스권이란 중간과정 없이 주가가 바로 상승하려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 공급을 재개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 당초 예상은 코스피가 2600까지 반등한 후 이를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이 만들어질 거로 봤는데 힘들 것 같다.
시장의 힘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등 변화가 예상되지만 그렇더라도 주가가 다시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6월 하락 때 악재의 상당 부분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등의 힘이 약한 만큼 대형주 상승이 크지 않을 거로 예상된다. 하락한 부분 중 일부를 메우는 형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오르는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다. 대신 중소형주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은 삼성전자 상승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눈길을 끌었지만, 실제 상승은 코스닥이 더 컸다.
코스피가 7월 6일 저점 이후 4.4%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9.3% 올라 두 배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코스피보다 코스닥시장에 힘이 더 실리는 건 지금 시장 에너지가 규모가 큰 기업을 끌고 갈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재가 몰려나오듯 호재도 몰려나온다. 실제로 특정 시기에 호재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에 같이 있는 호재와 악재 중에서 주가에 따라 관심을 받는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호재의 반영도가 더 높을 것이다. 그렇다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며칠 전까지 주가를 끌어내렸던 요인이 힘을 잃지 않고 버티고 있다. 언제든지 다시 시장에 등장할 수 있는데 그러면 주가가 다시 반락할 수도 있다. 지금은 길게 보고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매수든 매도든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가를 따라다니다가 투자가 끝날 수도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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