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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왓챠’…파느냐, 마느냐 중대기로

할인 밸류에 자본시장서 핫한 왓챠 M&A
업계 “자력 생존보단 인수가 마지막 기회”
2000억 미만 밸류에 분주해진 원매자들
버티느냐 vs 파느냐…무게추는 어디로

 
 
 
왓챠 지분율 현황
“현재 시점에서 ‘왓챠’(WATCHA)는 자력 생존이 불가능해 보인다. 어쩌면 이번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왓챠가 처한 상황을 모두가 아는 가운데 원매자가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얼마만큼 쳐주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를 두고 자본시장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난 2020년 시리즈D 라운드 투자에서 3000억원 몸값을 인정받으며 차세대 OTT로 떠오르다 싶더니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것이다.  
 
막대한 자본으로 중무장한 경쟁 OTT들의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는 물론 OTT간 의기투합이 본격화하며 경쟁 국면에서 완전히 밀려난 모습이다. 왓챠를 인수할 후보로 꼽히는 OTT 경쟁사뿐 아니라 왓챠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들은 위기에 놓인 왓챠가 어떤 결론을 낼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왓챠…부활 가능성은

승승장구하던 왓챠가 벼랑 끝에 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1000억원 규모로 진행하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이르면 올해 연말 기업공개(IPO)를 타진하던 왓챠는 막판 몸집 불리기를 위해 프리 IPO에 사활을 걸어왔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시중 금리 급등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에 대내외 환경이 어수선해지면서 공모주 시장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OTT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마주하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박태훈 왓챠 대표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보낸 메일에 따르면 그는 현재 별도의 주관사 없이 지분(구주) 매각과 M&A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계를 5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왓챠는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PO 추진과 함께 웹툰과 음악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2.0 버전 플랫폼’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2020년 일본 진출에 이은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해당 사업은 모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자금 마련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앞선 계획을 실행할 추진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왓챠는 경영권 매각에 대해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이야기가 와전됐다”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투자사들의 자금 회수(엑시트) 시점이 다가오는데다 이미 ‘쩐의 전쟁’으로 치달은 OTT 시장에서 왓챠가 버틸 힘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왓챠 이용자 수는 108만명으로 국내 7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자력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평가에다 인수 상대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넷플릭스와 애플, 디즈니 등 글로벌 자본 공세에 국내 OTT 서비스들도 하나둘 의기투합하는 상황에서 왓챠를 바라보는 투자사들의 시선이 냉소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0억 미만 밸류에 업계 시선 집중

M&A 매물로 나온 왓챠가 과연 얼마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인정받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책정된 왓챠 밸류에이션은 1500억~2000억원 수준이다. 2년 전 시리즈D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몸값과 비교하면 격차가 꽤 벌어진 셈이다.  

 
자본시장에서는 현 시장 상황과 왓챠의 경쟁력 저하 등 복잡한 사정이 더해진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냉정하게 봤을 때 2000억원 이상 쳐주기가 상당히 어려운 수준”이라며 “여러 원매자가 경쟁하면 몸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지만, 현 단계에서 보는 밸류에이션은 1500억~2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박하게 책정된 왓챠의 밸류에이션에 잠재적 원매자들은 분주해졌다. 할인된 가격에 왓챠 경영권을 인수할 적기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웨이브만 해도 M&A로 시장점유율과 경쟁력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로 보고 있다. 적잖은 금액이지만 티빙과 시즌의 의기투합이 이뤄진 상황에서 충분히 베팅해볼 만한 금액이라고 보는 눈치다.  
 
최근에는 유니콘에 등극한 웹툰·웹소설 플랫폼 ‘리디’까지 가세하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IPO에 대한 추가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왓챠 인수를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유력한 거래는 리디와 왓챠 지분을 서로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리디의 왓챠 인수 검토 뒤에는 두 기업에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일부 투자사 입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왓챠 몸값이 고공 행진할 당시 투자한 일부 투자자 입장에서는 왓챠가 다른 원매자에 헐값에 팔리면 그만큼의 (미실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왓챠 인수전에 뛰어든 리디의 존재가 이들에게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왓챠에 최종적으로 매겨질 밸류에이션이 이번 왓챠 매각 이슈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왓챠가 디즈니나 웨이브 등이 등장하기 전에 IPO를 일찍 갔어야 하는데, 결국 시기를 놓쳤다”며 “지금으로서는 자력 생존보다는 결국 인수되는 것이 마지막 남은 방안인데, 업체 상황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자가 얼마를 주고 인수할 건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연지 이데일리 기자 ginsburg@edaily.co.kr, 김성훈 이데일리 기자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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