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쏟아졌던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현주소는? [인슈어테크 어디까지①]
2017년 이후 보험 조회, 분석, 청구 가능한 보험앱 잇따라 출시
천편일률 비교서비스에 차별화 실패…수익성도↓
2016년 신용정보원이 생긴 후 디지털 기술과 개인정보를 결합한 금융서비스가 활성화되며 다양한 보험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보험(인슈어런스)과 IT(테크)기술을 기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슈어테크’ 업체들이 내놓은 보험 비교·분석앱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현재 우후죽순 쏟아졌던 보험앱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취를 감췄다. 네이버, 카카오 등 공룡 핀테크 업체들의 보험시장 참전으로 기존 인슈어테크 업체들의 생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취 감춘 보험앱들…수익성 확보 ‘쉽지 않네’
빅데이터 이슈와 맞물려 IT개발자들이 스타트업을 만들어 다양한 보험앱을 개발해 내놓기 시작한 것은 약 5~6년 전부터다. 이 시기 보험업계는 각종 민원으로 몸살을 앓았고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신도 컸던 상태였다.
이들이 내놓은 보험앱의 핵심은 ‘편리함’이다. ‘보험은 어렵다’란 통념을 깨기 위해 앱 내에서 쉽게 내 보험을 조회할 수 있고 분석리포트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젊은 보험소비자 대부분은 부모가 설계사를 통해 보험을 대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정작 가입자 본인이 내가 가입한 보험이 뭔지도 모르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런 측면에서 내 보험 조회가 가능한 보험앱들은 서비스 초기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재 자취를 찾을 수 없거나 사실상 서비스가 중단 상태인 보험앱도 속출하고 있다. 당시 출시됐던 ‘바로봄’, ‘보가비’ 등 일부 앱들은 아예 사라졌고 출시 초기 많은 인기를 끌었던 디레몬의 ‘레몬클립’은 마지막 앱 업데이트가 지난해 6월로 사실상 B2C서비스가 중단된 분위기다. 이 외에 중소 보험비교 서비스 앱들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는 기존 조회·비교서비스만으로는 수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비교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개하던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앱 내에서 점차 설계사 매칭 서비스 비중을 확대하며 앱으로 유입된 고객에 보험을 판매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변화시켰다. 보험사 상품을 팔고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또 B2B(기업)용으로 설계사들이 이용할 보험관리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보험 판매 라이선스가 없는 업체들의 보험 비교·추천서비스가 금지되면서 이들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 상품의 비교·추천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고 수익성을 확보해 온 인슈어테크 업체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보험 라이선스가 없어도 인슈어테크 업체가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규제 완화를 고심 중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제한적인 규제 완화면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다.
한 인슈어테크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만 보험 추천 및 판매가 가능하다던지 일부 제한을 둔다면 규제를 푼 의미가 없다”며 “확실하게 규제를 풀어줘야 중소형 핀테크사들이 투자에 나서고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투자금 혹은 소자본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 규제를 푸는 데 시간이 더 걸릴수록 사업 포기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당국의 애매모호한 정책들도 모두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9월 금소법으로 인슈어테크 업체들의 보험 추천 및 판매가 금지된 상황에서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사업자 역시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한 인슈어테크 업체 대표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았는 데 정작 비교·추천 서비스를 못하면 왜 이 허가를 받으려고 노력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보험앱 ‘차별화는 필수’
게다가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가 최근 ‘보험통합조회’와 ‘내 보험 리포트’ 서비스를 내놓으며 보험 비교·분석 시장에 진출해 기존 인슈어테크 업체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최근 등장하는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보다 특색있는 서비스를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보험사와 제휴해 소액 단기보험 상품을 파는 ‘토글’은 올 2월 서비스 출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빗팩토리가 운영하는 시그널플래너는 모든 상담을 카카오톡으로 할 수 있게 해 고객만족도를 높인 케이스다. 업계에 흑자를 낸 인슈어테크 업체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지만 해빗팩토리는 올 1분기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와 제휴해 시간제 라이더 보험을 판매하는 ‘고고에프앤디’ 같은 인슈어테크 업체도 등장하는 추세다.
하나손해보험의 디지털 GA 하나금융파인드는 보험플랫폼에 ‘초개인화 서비스’가 탑재된 ‘핑글’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개인에게 딱 맞는 상품을 비교·추천하고 건강이나 재무 관련 코칭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규제 철폐 여부와 함께 인슈어테크 업체들의 향방이 결국 서비스 차별화에서 갈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조회 및 분석, 간편 청구 등의 기존 서비스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슈어테크 업체들이 보수적인 보험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보험사와 협력이 필수”라며 “기존 보험사들이 서비스하지 않는 분야에서 인슈어테크 업체가 경쟁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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