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탱크를 끌 수 있다?…GM이 작정하고 만든 ‘이 차’
[시승기] GMC 전기픽업 허머EV
1000마력 괴물 힘으로 거침없이 달려
무게 4t 넘어도 제동·곡선 구간 안정적
“누구나 운전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
“겉은 탱크인데 속은 플래그십 세단 같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제너럴 모터스 밀포드 프루빙 그라운드(GM Milford Proving Ground)에서 처음 접한 GMC 전기픽업 허머EV에 대한 평가다. 이날 전 세계에서 온 수십여명의 취재진은 하나 같이 허머EV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허머EV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Ultium)'이 적용된 모델이다. 24개의 배터리 모듈이 바닥에 깔린 이 차는 무게만 4t이 넘는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한 최대 거리는 330마일(약 530km)에 달한다.
배터리 용량이 워낙 커 충전에 필요한 시간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400/800V DC 급속 충전을 지원해 10분 충전으로 150㎞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3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무려 1000마력의 힘을 낸다. 네자릿수 마력을 가진 차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외관을 보면 딱 남자를 위한 차다. 직각 모양의 블록이 가지런히 나열된 것 같은 Full LED 헤드램프가 인상적이다. 그 안에는 ‘HUMMER’라는 레터링이 각인돼 있다. 와이퍼도 범상치 않다. 보통의 차와 달리 3개의 와이퍼가 작동한다.
오프로드 주행으로 전면부 유리에 튈 수 있는 이물질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차량을 보호하는 전면부 범퍼는 타이어를 가리지 않는다. 타이어와 장애물이 곧장 맞닿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열어둔 모습이다.
리어램프도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직선형 디자인이다. 유려한 곡선은 찾아보기 어렵다. 말 그대로 정말 탱크 같았다. 내연기관차라면 있어야 할 엔진룸 공간에는 전기차의 특징 중 하나인 ‘프렁크’가 존재한다. 174cm의 성인남성 두명이 앉아도 거뜬하다. 전용 액세서리를 활용하면 수납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실내에서도 남자의 향이 뿜어져 나온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13.4인치 터치 스크린이 외관에서 느낀 시원시원함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대시보드부터 차량 제어를 위한 버튼·도어패널·암레스트까지 실내 대부분이 직선형 디자인이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각이 딱 잡혀 단단한 느낌을 준다.
루프는 탈부착이 가능하다. 현지 관계자에 물어보니 ‘인피니티 루프’라고 불렀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로 알려진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됐으며, 총 4개의 면으로 구성된다. 탈부착 가능한 루프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부실한 마감 등으로 자칫 누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 시승 당시 비가 쏟아져 의도하지 않은 누수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실제 루프 한 쪽면을 잠시 탈부착해보니 멀쩡했다. 단차 등으로 인한 누수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허머EV는 1000마력의 힘을 가진 차다. 무게도 4톤을 넘다보니 주행 시 안정감에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역시 차는 시승을 해봐야 한다.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겉모습과 달리 운전대는 매우 가벼웠고, 탱크 같은 허머EV는 비포장 도로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곡선 구간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해보니 모래바람을 휘날리며 차가 미끄러졌다. 중심을 잃을 것 같아 소리를 질렀지만, 금세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제동 능력도 탁월했다. 육중한 허머EV는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제공했다.
허머EV는 총 5가지(노멀, 오프로드, 터레인, 토우/하울, 마이 모드) 주행모드가 존재한다.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때 센터 스크린에 나오는 그래픽도 꽤 재미있다. 허머EV가 선택한 모드에 맞게 지형지물을 넘는 모습이 연출된다. 어떤 상황에 어떤 모드를 선택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행 모드 선택에 따라 차고가 달라진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이다. 터레인 및 오프로드 모드를 활용하니 경사가 45도 정도인 모래언덕과 움푹 패인 모래길 등을 어렵지 않게 돌파했다. 앞과 뒤의 바퀴를 같은 방향으로 조향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어떤 길을 만나도 자신감을 갖게 한다.
이날은 실제 사용하지 못했지만 차가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크랩 모드도 존재한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나니 조향각이 나오지 않는 구간에서 이 기능을 사용하면 제법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워낙 크다보니 운전석에서 주변 시야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 함께 동승한 인스트럭터가 팁을 줬다. 허머EV에는 총 8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350도 서라운드 뷰, 언더커버 뷰 등 18가지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 언더커버에 달린 카메라는 이물질을 세척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된다.
2열에도 타봤다. 등받이 각도가 거의 90도에 가까워 불편함이 있었지만, 오프로드 구간에서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세단, SUV에 앉았을 때 느낌하고는 조금 다르다. 픽업트럭이다보니 차량 중간에 2열이 존재하는데, 그 영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제법 괜찮다. 고급 세단에 주로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에어 서스펜션의 효과로 보인다.
이날 GMC 시에라, 캐딜락 리릭, 쉐보레 콜벳과 실버라도 등 다양한 모델을 시승해봤지만 허머EV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국내 공식 출시되지 않은 허머EV는 시승 후에도 많은 여운을 남겼다. 미국 현지 판매 가격은 1억3000만 원 수준에서 시작된다.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상품성이라면 당장이라도 구매 가능할 것 같다.
시승기 내내 남성을 강조했지만 여성 운전자도 충분히 주행 가능하다. 운전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 탓이다. 허머EV 시승 후 현장에 있던 GM 관계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허머EV는 누구나 운전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차”라고 말이다.
밀포드(미국)=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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