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하늘길 연다...'UAM' 시장 각축 예고
[하늘길 여는 건설사①] 전 세계 UAM 시장, 2040년 1조4000억 달러로 성장 전망
대우건설·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 등 미래 먹거리 UAM에 '군침'
국내 건설사들이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정부가 2025년 UAM 상용화를 선언하고 제도 구축에 나서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수직 이착륙장(버티포트) 부지 확보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UAM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체에 승객을 태워 이동하는 교통체계로, 미래 항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UAM 시장 규모는 2020년 70억 달러에서 2040년 1조474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AM 시장, 2020년 70억 달러→2040년 1조4000억 달러"
국토부는 제안서를 제출한 사업자들을 평가해 올해 실증사업 수행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증사업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항공 솔루션 회사인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무인항공기 회사인 아스트로엑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축해 정부 실증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우건설은 기체와 구조물의 풍하중 평가, 구조물과 기상 계측시스템 구축, 이착륙 풍환경 평가, 모듈러 시공 검토 등 버티포트의 구조 설계와 시공 분야에 참여할 계획이다. UAM 운항전문 인력을 보유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사업에서 비행계획·운항, 기체 안전성 개발에 대한 연구를 맡는다.
대우건설은 2010년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드론과 수직이착륙기를 현장에서 운영하며 UAM 관련 사업에 선제적으로 진출했다. 지난 2019년 1월 업계 최초로 건설현장에 '브이톨(V-TOL)'이라는 수직이착륙비행드론을 도입해 측량, 3D 모델링, 지형도 제작 등을 수행했다. 2020년에는 드론 제조기업인 아스트로엑스의 지분 30%를 인수하며 항공교통 부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우건설은 수직이착륙기 개발과 버티포트 시공뿐 아니라 UAM 서비스 운영사업에도 직접 진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플라잉카 관광, 드론 활용 물류배송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현대건설도 현대자동차, KT, 인천공항공사, 대한항공과 함께 손을 잡고 정부 UAM 실증사업에 도전했다. 현대건설은 대한민국 UAM 기체개발과 상용화를 수행 중인 현대차와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개발 역량을 활용해 UAM 버티포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지스자산운용과 공동개발하고 있는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개발 사업에 버티포트 설치와 운영 사업도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현대차에서 추진하는 UAM 상용화 시기에 발맞춰 새로운 교통 거점지 가운데 하나로 개발할 예정이다.
대우‧현대‧GS‧롯데건설 등 UAM 실증사업 출사표
GS건설은 최근 부산시가 추진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상용화’ 사업에도 참여했다. 지난 7월 27일 GS칼텍스, LG유플러스, LG사이언스파크, 카카오모빌리티, 제주항공, 해군작전사령부, 한국해양대학교, 부산시설공단 등 13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산시와 UAM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GS건설은 2026년 부산시 UAM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버티포트의 설계에서 운영까지 아우르는 버티포트 솔루션 확보와 버티포트 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롯데렌탈, 롯데정보통신, 민트에어, 모비우스에너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UAM 실증사업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안정적인 UAM 버티포트를 구축하기 위해 설계·시공 기술 확보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UAM을 이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한 버티포트를 구축하고 기존 교통망과 연계한 UAM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렌탈은 버티포트 시설과 충전장비 등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맡고, 롯데정보통신은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개발을 담당할 계획이다.
한화건설이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한화그룹에서도 UAM 실증 사업에 제안서를 냈다. 한화시스템은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이뤘다. 한화건설이 지난해 말 수주한 서울 잠실 마이스 복합개발사업에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포공항을 출발한 UAM 기체가 여의도 63빌딩과 잠실 마이스 시설에 정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미국 오버에어에 지분 투자를 통해 UAM 기체개발에 나선 한화시스템이 내년이면 UAM 기체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건설 등으로 치우친 사업 구조를 항공 건설분야로 변경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 정부가 추진해 안전하고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받는 UAM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단순히 건설사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UAM을 상용화한 뒤 10년 동안은 수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을 위해 초기 단계에 규제 완화나 재정 지원이 이뤄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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