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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로 수출기업 채산성 향상 기대 [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경기 둔화로 달러가 오히려 강해져
원자재 수입하는 내수기업 이익은 감소될 듯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월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의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8.5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한 달 반 만에 다시 108을 넘었다. 환율에 대한 공포는 이번이 7월보다 훨씬 강하다. 원·달러 환율이 1340원까지 올라가면서 외환위기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달러 자체의 요인과 다른 통화 약세 때문에 발생했다. 달러 자체 요인을 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늦추지 않겠냐는 기대가 약해졌다. 연준이 여전히 정책의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에는 9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가, 얼마 전에는 인상 폭이 낮아질 거란 전망이 대두되는 등 전망이 계속 바뀌고 있다.  
 
8월 말에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연준의장이 ‘단 한번의 월간 물가지표 개선으로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얘기해 긴축을 다시 강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일부 연준 이사들은 올해 말에 기준금리를 4%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당분간 완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이런 전망에 때문인지 최근 미국의 시장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한때 2.588%까지 떨어졌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 위로 올라왔다. 앞으로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릴 거라는 점, 그러면 연말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3.5%를 넘을 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금리 상승이 좀 더 이어질 거로 보인다.  
 

미국, 1분기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 이어가  

 
연준은 물가와 실업 두 변수 모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7월 실업률이 3.5%를 기록했는데, 4%대 중반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는 한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는 물가 안정 쪽에 맞춰질 것이다. 현재의 긴축 강도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하반기 들어 유럽이 금리 인상에 동참해 미국과 금리 차를 좁혔지만, 아직 달러를 약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과거 미국 경제 둔화기 때 달러가 강해졌던 경험도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1980년 이후 미국은 11번의 경기 둔화를 겪었다. 그중 3번만 달러가 약해졌을 뿐 나머지는 보합을 유지하거나 강해졌다. 달러가 강해졌던 경우가 여섯 번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경제가 나빠지면 환율이 약세가 된다는 교과서적인 관계가 달러에서는 성립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관계가 나온 건 미국경제가 나쁠 때 세계 경제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만 나쁘면 당연히 달러가 약해지지만, 미국도 나쁘고 다른 나라도 나쁘면 달러가 약해지지 않는다. 이런 경향은 미국이 세계 경제의 단일 축이 된 1990년 이후 보다 더 명확해졌다.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을 때 그나마 미국으로 피해 있는 게 안전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에서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가 돼야 했는데, 금융위기 직전에 72정도였던 달러인덱스가 위기가 발생하고 6개월 후에 오히려 85까지 상승해 달러가 20% 가까이 절상됐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2000년 IT버블 붕괴와 2001년 911테러로 미국이 곤란을 겪고 있을 때, 달러 인덱스가 최고의 강세를 기록했다. 경기가 100개월 이상 확장을 거듭했던 1999년보다 20% 넘게 올랐는데, 불안하기 때문에 달러로 몰린 것이다.  
 
2분기에 미국 경제가 -0.9% 성장했다. 1분기 -1.6% 성장에 이어 두 분기째 역성장이다. 미국의 경기분류 기준에 따르면 연속 두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 그 시기를 경기침체(recession)로 본다. 이 기준에 맞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 둔화 초기에 이미 두 분기나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정도니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 경기 둔화가 계속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럴수록 달러는 더 강해졌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한미 금리역전으로 채권 자금 빠져나갈 수도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었다. 원화가 약한 건 달러가 강해서다. 지난해 5월에 달러인덱스가 90 정도였다. 최근에 108을 넘었다. 1년 사이에 달러가 20% 강해지다 보니 원화가 그만큼 약해진 것이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올리고, 오랜 시간 안전통화 역할을 했던 엔과 유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게 달러를 강하게 만들어 원화를 약세로 바꾼 역할을 했다.
 
우리만의 문제도 있다. 대외수지가 좋지 않다. 연초부터 8월 20일까지 무역 적자액이 225억 달러로 늘었다. 자본거래 실적도 좋지 않다. 상반기에 자본거래를 통해서 400억달러 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2012년 이후 국내 여러 경제 주체들이 해외 자산을 늘리고 있는데, 이 과정에 달러화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걸 감안하면, 채권을 중심으로 달러화 유출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과거 두 번의 한미 금리역전 사례 때 자금 유출이 없었다는 사실을 토대로 이번에도 문제가 없을 거란 전망을 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우리 채권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5%도 되지 않아 자금 유출이 없었지만, 지금은 보유 규모가 10%를 넘는다. 채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던 초기와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에, 금리 역전으로 채권 쪽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원화가 약세일 때 주가가 하락하고, 반대로 원화가 강할 때 주가가 상승하지만, 이는 정말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원화가 강할 때 주가가 상승하는 건 경제가 좋을 때 원화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원화가 강할 경우 수출 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등 피해를 보지만 그보다 경제가 좋아서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커서 결과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이렇게 관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로 인한 영향은 개별 종목별로 접근하는 게 좋다. 2분기에 상장기업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이상 늘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변수는 환율이다. 원화가 약세가 되면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화 약세는 수출 기업에 도움을 준다. 반대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내수 기업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원화까지 약해지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환율 얘기가 나올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외국인 매수다.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판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논리지만 검증된 바가 없다. 외국인은 원화보다 주가에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는 건 주가가 오를 가능성에 주목한 때문이지, 원화 강세에 주목한 때문이 아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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