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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안되고, 지금은 된다”…광주는 왜 ‘쇼핑’ 불모지가 됐나

[‘光州’가 들썩인다①] 5대광역시 쇼핑 상권 비교
복합쇼핑몰, 5성급 특급호텔 등 전무한 꼴등 광역시
상인단체 부딪히고 지역주민 공감대 이끌지 못해
2030세대 소비층, 편의성 중심의 시설 요구 커져

 
 
 
신세계그룹이 지난 8월 17일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부지에 복합쇼핑몰(스타필드 광주)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국내 굵직한 유통기업 진출 계획으로 광주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의 광주판, ‘더현대 광주’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신세계는 글로벌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일명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브랜드를 모두 입점한 국내 2위 규모의 대형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설립 계획을 선포했다. 롯데 역시 롯데쇼핑을 통해 부지 검토에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흐름이다. 광주광역시는 인구 143만명에 달하는 대도시이지만 ‘유통사 무덤’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질 만큼 대형 유통시설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과 인천지역을 제외한 5대 광역시의 주요 유통 상업 시설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광주광역시 유일한 창고형 마트, 롯데마트 맥스 상무점. [사진 롯데마트]
 

특급호텔도 ‘0’…5대 광역시 중 유통 상업시설 최하 

업계에 따르면 쇼핑부터 문화, 레저 등을 즐길 수 있는 대형 복합쇼핑몰은 부산에 3곳, 대전 2곳, 대구는 1곳이 운영 중이다. 추가로 대구에 2곳이 건설중이고 울산 역시 1곳이 오픈 예정이다. 반면 광주에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창고형태의 대형 할인마트 역시 부산에는 4곳, 대구 3곳, 대전 2곳 등이 있지만 광주에는 롯데마트 맥스 상무점 1곳이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5성급 특급호텔도 마찬가지다. 부산과 울산 지역에는 총 12곳이 있고 대구에만 2곳이 있지만 광주는 전무하다.    
 
광주에 위치한 백화점은 3곳으로 비교적 다른 유통시설보다 많지만, 매출 규모보다 입점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나마 매출 7600억원 규모로 전국 12위를 기록 중인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이 선방하고 있지만 인근에 있는 롯데백화점은 과거 몰 수준 정도의 규모와 매장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부산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과 롯데부산본점 등은 지방백화점 매출 상위 3위를 차지할 만큼의 매장 규모와 브랜드 파워, 최신 시설 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부산 센텀시티점은 글로벌 3대 명품으로 통하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이 모두 입점해 있다. 
 
그렇다면 광주광역시는 어쩌다 불모지로 전락하게 된 걸까. 광주만의 정치색과 문화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사실 국내 대형 유통기업이 광주광역시에 진출을 알린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신세계그룹은 광주시와 함께 MOU를 맺고 특급호텔과 복합쇼핑몰 건설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당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를 앞둔 광주시가 관광객을 위한 특급호텔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광주만의 정치 문화…시민단체 반발로 무산  

하지만 추진계획은 시민단체와 상인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특히 신세계가 특급호텔과 복합쇼핑몰 설립을 예정하던 신세계백화점 부지 인근에 있는 복합상가 금호월드 상가인 반대가 거세지면서, 지역 소상공인 보호에 대한 여론이 힘이 실렸다. 또 설립을 추진하던 호텔은 특급호텔 형태로, 최고급 시설로 대다수의 지역 시민의 공감대도 이끌지 못했다. 
 
이에 신세계는 지역 상생 방안을 더해, 기존 계획 규모의 40%로 축소한 복합쇼핑몰과 호텔 설립 계획을 2017년에 다시 제안했지만, 이 역시도 단체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는 유독 지역 시민단체와 소상공인 단체 등이 타 단체보다 입김이 쎘던 곳”이라면서 “지자체에 제안해서 프로젝트가 함께 발전해야 되는데 이들의 반발로 번번히 합의가 좌절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타 지역의 경우 정치색이 있다고 해도 자기 주변에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면서 집값이 올라 자산이 증식되고 편의가 좋아진다면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대부분이었다”면서 “반대로 광주는 그런 것들보다 시민단체 입김이 더 쎄서 여론과 분위기, 대화도 지속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편의성 중요시하는 20·30세대의 여론 변화  

신세계는 기존 광주신세계 백화점을 대폭 확장해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Art & Culture Park)’로 개발할 것을 발표했다. 사진은 대전에 있는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모습. [사진 신세계백화점]
그러나 2017년 마지막 복합쇼핑몰 추진 이후 5년이 지난 현재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2월 당시 대선 후보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광주지역 내 편의성을 위한 대형시설 유치를 원하는 여론이 크게 형성된 것이다.
 
지난 4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가 광주 지역 언론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광주시 성인남녀 8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7.3%가 ‘광주에 복합쇼핑몰 유치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27.7%에 그쳤다.  
 
특히 이 같은 변화한 여론은 새로운 소비층으로 형성된 20~30대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조사 결과 20대 찬성 의견은 91.8%에 육박했고, 30대 역시 응답자의 88.9%가 찬성했다. 반면 50대는 44.1% 60대는 55.8%, 70대 이상은 54.6%로 찬성 응답자 비율이 비교적 낮았다.  
 
업계에선 소비자층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대형유통 시설에 대한 여론이 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지난 8월 23일 광주상인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사업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강력한 사업 추진 반대가 아닌 이후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기업의 호남 진출 행보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며 “모두 수년 전부터 계획했지만 과거에는 설립 논의조차 어려울 만큼 반대 세력과 정치 세력이 커 한계가 있었다. 이제서야 대화가 되고 물꼬가 트인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과 상인과의 이해상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보다 기업의 지역 침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현재 호남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해충돌 모습은 10여년 전 미국 월마트의 지역 매장 신설 과정과도 비슷하다”며 “당시에도 지역 소상인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월마트의 진출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주민 일자리를 공급하는 등 소멸 과정을 걷고 있는 지역을 되살렸다고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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