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버티는 기업들…업황 불황·금리 상승에 ‘좀비기업’ 된다
올해 5대 은행 가계대출 감소할 때 기업대출은 41조↑
“가계대출은 규제하고 기업대출은 지원 확대 영향”
기업 부채비율 91.2%...6여년 만에 최고치
기업들이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탓에 금리가 치솟는 중에도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은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늘리고 있다. 향후 가계보다 기업에서 대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반기 기업대출, 5대 은행 6.5%…저축銀 20%↑
반면 가계대출은 올해 8월까지 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1월과 7월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 3단계가 시작된 영향을 받았다.
5대 은행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상반기 기준 기업대출 총액은 686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5%(41조9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1.3%(9조3000억원) 감소한 699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기업의 영업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을 찾는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기업대출 총액은 70조757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0.0%(11조808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저축은행 업계의 기업대출은 지난 1년 사이 44.5%(21조7900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한 증가액인 9조7500억원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업들의 금융지원이 계속 이뤄졌다”며 “가계대출 증가의 심각성이 강조되면서 규제가 이뤄졌지만, 그동안 기업대출에 대한 규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대출로 버티는 기업들, 부채비율 빠르게 확대
금융권에서는 기업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7월 중 기업대출 금리는 연 4.12%로 지난해 말보다 0.98%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0.86%포인트 높아진 4.52%를 기록했다. 기업대출 금리가 4%를 돌파한 것은 2014년 10월(4.14%) 이후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7월에 연 4.36%를 기록했지만, 대기업 대출은 3.84%에 그쳤다. 은행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 영향에 평균 금리가 높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보통 연 10%에 달한다. 한은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7월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 금리는 10.53%를 기록했다.
영업환경이 나빠지고 확대된 대출의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한계기업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인천대 김윤경 교수에게 의뢰해 2017∼2021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의한 법률(외감법)’을 적용받는 비금융기업 2만2388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미 지난해 한계기업은 2823개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 연도인 2019년의 2283개보다 23.7% 증가했다.
한계기업에 종사하는 종업원 수는 2019년 24만7000명에서 2021년 31만4000명으로 26.7%(6.7만명) 늘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을 경우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구조조정 제도를 설계해야 하며 기존 법제를 정비할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적극적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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