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전성시대라지만...'호둥이' '해랑이'는 실패한 까닭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펭수 인기부터 포켓몬빵 열풍까지...캐릭터 시대
88올림픽 호돌이부터 2000년대 뽀로로까지
인기 캐릭터 많지만, 실패한 캐릭터도 우후죽순
개성과 탄탄한 스토리텔링 없는 캐릭터는 공감↓
올해 마케팅계를 뒤흔든 사건은 누가 뭐래도 ‘포켓몬 빵’ 열풍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출시된 지 4개월 만에 무려 1000만개 빵이 팔린 것은 물론이고 물량 부족으로 소비자 성화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편의점주가 불매운동을 벌이는 촌극도 벌어졌다. 심지어 BTS 리더 RM의 부모님이 편의점을 전전하며 빵을 사러 다니는가 하면, 이를 보다 못해 RM이 직접 SNS를 통해 ‘더 많이 팔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런데 이 포켓몬 빵이 이토록 ‘신드롬’이 된 이유는 세상에 없었던 빵 맛이라서도 아니고, 가성비가 좋아서도 아니다. 빵 포장 안에 들어 있는 포켓몬 캐릭터 스티커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어린 시절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추억과 포켓몬고 AR 게임을 거친 MZ세대들에게 포켓몬 캐릭터는 빵에 부착된 캐릭터로 다시 살아온 것이다.
이른바 ‘캐릭터 전성시대’다. 국민 채팅 앱 카카오에 등장하는 7개 캐릭터들은 이제 국민 캐릭터가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서 뽀로로, 포켓몬스터를 누르고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로 등극했다. 이들 카카오 프랜즈들이 전 세계에서 올린 IP(지식재산권) 거래액만 2021년 기준, 1조원에 이른다.
이뿐 아니다. 뽀로로에 이어 3위를 한 EBS가 만든 펭귄 ’펭수‘는 어린이 프로의 캐릭터로 출발했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캐릭터가 됐다. 지난 2020년에만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EBS 방송국의 효자가 됐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조7000억원이었던 캐릭터 산업의 규모는 2020에 들어 12조원 규모로 15년간 6배 이상 성장했다.
브랜드들의 캐릭터를 통한 팬덤 형성도 활발하다. 식품회사 빙그레의 ’빙그레우스더마시스‘ 왕자 이야기는 생산하는 주요 제품을 빙그레 왕국이라는 세계관 안에 녹여, 캐릭터 마케팅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롯데홈쇼핑의 ’벨리곰‘은 브랜드의 오리지널 콘텐츠 열풍을 불어오게 했고, 70년이 된 곰표 밀가루의 곰표 캐릭터는 패딩, 팝콘, 에 이어 맥주로 만들어지더니 치약, 주방세제까지도곰표의 캐릭터를 붙이자 날개 돛인 듯 팔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3세부터 69세의 응답자 중 62.4%가 상품 구매 때 캐릭터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고, 53%는 캐릭터가 부착된 상품에 추가 비용을 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캐릭터 상품 구매를 경험한 이들은 85.3%에 달하며, 43.5%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캐릭터를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호돌이부터 뽀로로까지, 캐릭터 사회
이후 국민적 캐릭터로 사랑받은 것이 2000년대 초에 등장한 뽀로로다. 부모들이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지만, 영유아들의 울음을 한방에 그치게 만들어 ‘뽀통령’이란 별명은 얻은 이 캐릭터는 국산 캐릭터가 글로벌로 진출한 계기가 된 새로운 전환점이다. 영유아 시절을 뽀로로와 함께 보냈던 이들이 자라, 오늘날 캐릭터 소비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 MZ세대다.
인터넷과 더불어 등장한 SNS의 발달은 캐릭터 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사람보다 더 친밀감을 주는 케릭터식 감정 표현에 익숙한 MZ세대가 구매력을 가지게 되자 캐릭터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TV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통해서만 인지도를 만들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SNS 시대에는 어떤 캐릭터도 SNS를 통해 쉽게 퍼지고 공유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누구나 쉽게 캐릭터를 만들고 키워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왜 캐릭터에 주목할까. 캐릭터는 시각화하기 어려운, 브랜드가 목적하고 지향하는 바를 특징적으로 간결하게 응축한 시각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 대상을 의인화한 콘텐츠 이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 보다 공감이 쉽고 커뮤니케이션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인간이 아니기에 과장된 개성과 풍부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눈에 띄고 기억에 쉽게 남는다는 점과 무엇보다, 하나의 캐릭터로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OSMU(One Source Multi Use)를 통한 확장성이 좋기 때문이다.
캐릭터 성공요인 3가지
그런데 해당 지자체는 주민은 물론이고, 이해관계자들도 기억하지도 못하고 사라져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양시의 고양이와 충주시의 수달 캐릭터 ‘충주씨’ 정도가 살아남았다. 은행권도 캐릭터 개발에는 열심이었지만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개성이 없는 경우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을 못 할 정도로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다. 한국 중부 발전의 ‘에코미’, 한국 소비자원 ‘소망이’, 도로교통공단 ‘호둥이’, 해양수산부 ‘해랑이’가 대표적이다. 무엇을 상징하는지 설명 없이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또 지방의 특산물이나, 지방의 대표 역사 유산 등을 소비자의 선호를 고려치 않고 관료적 리더십으로 일방적으로 만든 경우가 해당한다. 홍길동의 고향이라는 주장을 배경으로 도입된 전남 장성의 캐릭터 홍길동은 20년 동안 4번에 걸친 새로운 홍길동을 탄생시켰는데, 전혀 일관성이 없다. 고객 중심이 아닌 만드는 사람 중심의 캐릭터로 인한 대표적 실패 사례다. 캐릭터 디자인은 성공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두 번째로는 설득력 있는 세계관과 지속가능한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이 같은 작업으로 성공한 캐릭터로는 고양시가 2013년 처음 소개한 ‘고양고양이’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우선 동음 이의어인 고양시와 고양이를 직관적으로 연결해 기억하기가 좋았다.
캐릭터 ‘고양고양이’가 태어난 곳은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으로, 조선 태종 13년 1413년에 출생했으나 적확한 출생일은 밝혀지지 않았다. 캐릭터가 SNS나 블로그 브이로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해서 대화를 하되 ‘~ 한다고양’, ‘~했고양’ 같은 귀여운 말장난을 통해 귀여운 성격을 불어 넣었다. 젊은 층은 물론이고, 주민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스토리를 알렸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대중과의 관계 맺기다. 지속해서 대중에게 노출하고 아이디어를 통해 관심을 끌어야 한다.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일본의 구마모토 현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쿠마몬'은 일본이 만든 캐릭터 중 ‘헬로 키티’ 이후 가장 성공한 캐릭터다. 2011년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탄생한 이 캐릭터는 일본어 쿠마(くま)와 사람을 의미하는 현지 사투리 ‘몬’을 합친 이름이다.
이 캐릭터는 일본 현지에서 헬로키티 이후 가장 성공한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마몬 등장 이전, 전국의 47개 현 중 하위군인 32위를 차지하던구마모토현의 브랜드 이미지를 10위권으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관련 캐릭터 상품이나 굿즈가 1조원 이상 판매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결은 하루도 빠짐없이등장하는 쿠마몬의 소통 노력이다. 구마보도현의영업부장인구마몬은 현의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 방송, 블로그, 유튜브, 현의 각종 상징물에 일관 되게 등장해 대중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기본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캐릭터의 디자인에 더해 인지도와 호감도를 만든 것이 비결이다.
디지털혁명은 플랫폼, 메타버스, 로봇공학,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과학기술적 진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기술과 과학이 대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간이 가진 고유한 감성이다.
캐릭터는 콘텐츠의 ‘인간화’를 염두에 둔 인간을 닮은 콘텐츠다. 캐릭터가 만드는 가상의 세계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기술에 힘입어 감성과 창조능력을 배가해 더욱 현실 같은 형태로 다가올 것이다. 가상 인플루언서, 메타휴먼 현상이 그 시작이다. 캐릭터 산업이 더욱 인간적인 형태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고 대상을 의인화한 캐릭터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되는 이유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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