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공매도 금지, 검토만 늘어놓는 정부 [이코노 EYE]
국내 증시 시총 0.53% 불과한 증안펀드 규모 더 늘려야
정부가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카드를 2년 6개월 만에 꺼내 들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고, 코스피가 2150선까지 밀리며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인데요. 금융위는 전날 오후 주식 시장 급락 안정화를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증안펀드 시행을 논의했습니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23일 금융시장 합동점검 회의에서 “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적시에 가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밝힌 이후 후속 조치입니다.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화를 위해 마련된 기금입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폭락장 방어를 위해 5대 금융지주 등 금융권에서 10조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서 7600억원 등 11조원 규모로 조성됐습니다. 같은 해 4월 본격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증시가 반등하며 실제 사용되지 못하고 청산됐습니다. 과거 증안펀드는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투입됐고 이번에 마련된 3차 증안펀드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하지만 증안펀드 시행 시기가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미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증안펀드 도입을 직접 거론해왔습니다. 실제 시행을 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발언으로 시장 안정화를 노리는 일종의 ‘구두개입’인 건데요. 2개월간 코스피 지수는 2300선에서 2150선까지 밀렸으니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이대로면 증안펀드의 실제 투입 시기는 코스피가 2000선까지 밀린 뒤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증안펀드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년 전 펀드 조성 당시엔 코로나19 팬더믹이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환율·물가 상승, 경기 침체, 영국 파운드화 폭락,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애플의 생산량 감소 등 다각적인 이유라는 겁니다. 지난 28일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2016조원으로 증안펀드(10조7600억원) 비중은 0.53%에 불과합니다. 펀드 기금을 투입해도 증시 반등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자금을 댄 금융사들의 손실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매도가 국내 증시 하락의 주범이라며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제도 개선과 함께 한시적 전면 금지를 시행해달라는 요구가 커지는 상황인데요. 그간 금융위는 공매도와 증시 하락의 연관성이 적다고 봤지만,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는 갑니다. 여러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에 앞선 면밀한 검토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여러 대책을 검토만 하는 정부의 희망 고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당국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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