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보험 가입자들, 환율 1400원 돌파에 오히려 해지…왜?[보험톡톡]
킹달러 속 달러보험 가입자들 환차익 기대감↓
만기까지 보유가 최상…해지 및 중도인출도 고려해야
#.직장인 김모씨(43)는 지난해 15년 납부 달러종신보험에 가입했고 약 10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부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며 해지를 고려 중이다. 장씨는 “15년 납부 후 납부 보험료에 복리이자가 붙고 환차익까지 볼 수 있다고 해 가입했지만 최근 환율 추이를 보면 걱정이 크다”며 “지금 해지하면 손해지만 당분간 달러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보여 미리 계약을 정리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하며 지난 1~2년새 달러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록 납부한 실질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어서다. 이러면 만기인 10년 후에는 납입한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손에 쥘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연 5%대 저축보험 및 예적금 상품이 등장하며 연금상품 달러보험 가입자들의 갈아타기 고민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치솟는 달러 가치…내 달러보험 괜찮을까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이 모두 외화로 이뤄지는 보험상품이다. 연금보험 형태와 종신보험 두가지 방식으로 가입이 가능하며 만기 후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를 환율로 계산해 보험금을 받는데 이때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도 있다. 주로 고액자산가들이 가입하는 상품이었지만 최근에는 달러 투자에 관심이 많은 일반가입자 비중도 적지 않았다. 다만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매우 큰 편이다.
올해 금융당국은 달러보험 퇴출을 고려했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가입자들이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원/달러 환율은 1080원까지 하락하는 등 달러 가치가 크게 하락해 이런 우려가 커졌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환차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 달러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만기 때 민원이 대량 발생할 우려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당국은 달러보험 퇴출 대신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보호에 나섰다.
하지만 이제는 달러 가치가 급등하며 달러보험 가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보험 상품 사업비 때문에 10년 정도 장기로 유지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지금처럼 높은 환율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고 당장 낸 보험료의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달러 가치가 계속 상승하자 달러보험 가입 건수는 줄었고 해지 건수는 늘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외화보험(달러보험) 신계약건수는 2만5696건으로 지난해 7만4418건에서 크게 감소했다. 지난 7월부터 당국의 판매규제가 시행되자 보험사들이 달러보험 판매를 포기한 영향도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신계약건수 감소폭이 크다.
또 올 8월까지 달러보험 해지 건수는 2만439건으로 지난해 1만9718건을 이미 넘어섰다. 달러가 강세일 때 만기 시기가 다가오면 유리하지만 가입기간이 1~2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고 환율이 1100~1200원 수준일 때 가입한 가입자 입장에서는 만기 때까지 환율변동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어 해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환율 수준을 고려하면 해지가 답일까. 달러보험은 대부분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보장성보험이기 때문에 1~2년 내에 조기 해지 시엔 환급률이 30%대에 불과해 손해가 클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0년, 20년 이후 환율이 지금처럼 유지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만기 시점에 러시아-우크라 사태처럼 단기리스크가 또 있을 수 있어 달러 가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며 “만기까지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지만 가입자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보험료 납부 기간이 1~2년 정도로 짧다는 가정하에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해지를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매달 납부하는 월 보험료도 환율 변동에 따라 오를 수 있다. 이때는 가입 때 원화고정 옵션을 선택하면 환율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원화고정 옵션은 매달 내는 보험료를 원화로 고정시켜 환율이 변동돼더라도 가입자 입장에서는 큰 무리가 없다. 예컨대 매달 100달러를 보험료를 낸다면 원화고정으로 15만원을 납부하는 식이다. 환율에 따라 남는 보험료는 자동 적립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달러보험 가입자 대부분은 원화고정 옵션을 선택하고 있어 리스크를 최소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만약 유니버셜 형태의 달러보험에 가입했다면 중도인출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 일부를 인출해 환차익을 보는 식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과거 납부한 보험료의 가치는 현재 더 높을 수 있다.
인출금액을 연 5%대 금융상품에 넣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이후 환율이 진정되는 시기에 다시 인출한 보험료를 입금하면 된다. 다만 저해지 환급형 달러보험, 유니버셜 달러보험 등 상품별로 중도인출, 추가납입 등 제도가 달라 확인이 필요하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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