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여의도시범·목동신시가지 ‘고층 재건축 꿈’ 이룰까
30여년 서울 노후 재건축사업 탄력
최고 65층 이상으로 건립 계획도
최근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 이어 여의도 시범 아파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까지 그야말로 서울시의 상징적인 재건축 단지들의 물꼬가 터졌다. 정부가 연착륙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연말 안전진단 등 재건축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사업이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에 더해 서울시의 아파트 층수 규제 완화도 본격화되면 고층 설계를 준비한 주요 재건축 단지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시는 제1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지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이번 발표 안에 따르면 1980년대에 준공된 총 14개 단지, 2만 6629가구로 이뤄진 목동 신시가지는 최고 35층, 5만3000여 가구의 미니 신도시급 단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시는 이번 결정을 통해 목동 아파트 14개 단지를 각각 별도의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단지별로 재건축 정비계획(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창의적인 건축계획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용적률은 평균 130%대에서 최대 300%까지 허용했다. 또한 보행자가 다니는 가로변에는 중·저층을 배치하고, 내부로 갈수록 높아지는 단계별 높이 계획을 적용해 리듬감 있고 입체적 경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
지구단위계획은 정비사업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계획안 재열람 후 확정 고시되면 각 정비사업 조합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재건축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현재 수립 중인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 확정되면 재건축 계획에 따라 최고 층수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관건은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하는 안전진단 완화다. 목동 1~14단지 가운데 6단지만 유일하게 2020년 6월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을 진행 중인 6단지는 현재 12~20층, 1362가구를 최고 35층, 2298가구로 재건축하는 안을 마련해 양천구와 협의 중이다. 6단지를 제외한 13개 단지가 모두 안전진단 단계에서 막혀 있는 만큼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를 얼마나 완화하느냐에 따라 목동지구의 재건축 추진 속도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18년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20%에서 50%로 상향했다. 안전성이 위험한 정도가 아니면 재건축을 하기 어려워진 탓에 6단지를 제외한 단지들은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 앞서 서울의 유명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들의 호재도 잇달았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여의도 시범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신통기획은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을 시가 지원해 통상 5년 이상인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줄이는 정책이다. 시는 열람공고를 거쳐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시 ‘2040도시 기본계획’, 재건축 규제 완화 ‘촉각’
부동산 업계에서도 시범아파트가 최고 65층으로 지어지는 것에 대해 서울 주요 지역의 스카이라인과 도시경관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연구소 소장은 “서울시가 2040도시기본계획 발표로 기존 2030의 35층 룰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특히 여의도 시범 65층은 그 후로 실제 나온 구체적 안이다보니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해당 단지들은 초기지역이다보니 갈 길이 멀다는 것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강남 대표 재건축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지난달 19년 만에 도시계획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1979년 28개 동 4424세대로 준공된 강남의 대표적인 노후 대단지 아파트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최고 35층, 33개 동 5778세대 재건축된다. 적용되는 건폐율 50% 이하, 상한 용적률은 250% 이하다. 도계위는 공공기여를 통해 보차혼용 통로를 만들고 근린공원(1만3253㎡)과 문화공원(4081㎡)을 조성하도록 했다. 공공청사(파출소)도 들어선다.
다만 풀어야할 과제들이 있다. 당장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동별 2분의 1 동의율을 받아야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상가동도 하나의 동으로 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는데도 난관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재건축부담금 산정 대상은 주택이어서 상가 시세는 반영되지 않아 상가 조합원의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면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강남, 여의도, 목동까지 대표 노후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이 바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기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최근 원자재 값 인상 등 공사비 상승요인이 커진 것도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리스크도 심화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잇단 금리인상에 부동산 침체 분위기 속에 정부의 남은 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도 촉각이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정밀 안전진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기존의 정비사업 저해요인들에는 유의미한 변동이 없으니 향후의 진행상황을 길게 볼 필요가 있다”며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이 바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기 어렵고, 가격이 크게 변동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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