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올해부터 자동차보험 약관이 일부 변경돼 대인사고별로 자기부담금이 생기는 가입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부상정도가 경미한 경상환자의 경우 과실별로 자기부담금이 생기도록 제도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교통사고 후 경미한 부상을 입고도 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는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경상환자라도 불가피하게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 자기부담금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있다. 이를 보전할 수 있던 운전자보험 자동차부상치료비(자부치) 특약이 인기를 얻어왔지만 당국이 올해부터 혜택을 대폭 축소하면서 가입자들의 원성이 커진다.

자기부담금 없는 호시절 '끝'...자부치로 보전도 어렵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 올해 1월1일부터는 경상환자의 대인배상2(의무보험인 대인1의 초과 손해를 물어주는 보험) 치료비 중 본인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보험이나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경상환자란 교통사고 후 1~14급(부상 정도에 따른 급수) 중 다소 경미한 12~14급 부상을 입은 환자를 말한다. 

예컨대 A의 과실이 70%, B가 30%인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B는 12급에 해당하는 골절상을 입었고 총 300만원의 치료비가 발생했다. 

300만원의 치료비는 A의 대인배상1에서 120만원까지만 보상이 가능하다. 급수에 따라 보상 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B는 12급 환자(1급은 3000만원 한도)로 총 120만원까지만 A의 대인배상1에서 보상된다. 

이후 A는 치료비 300만원 중 나머지 180만원을 대인배상2에서 보상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때 B의 과실이 30%기 때문에 B는 본인 자비로 180만원의 30% 과실분인 54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기존에는 10대0을 제외하면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A(가해자)의 대인배상1~2에서 모든 보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당국이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어느정도 보상 제한을 두면서 B는 과실비율에 따라 54만원을 부담하게 됐다. 

12~14급의 경상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 가벼운 골절을 입고 1~2주 통원치료를 받는 케이스가 있겠지만 한방병원 등에 입원해 지속적인 한방치료를 받는 환자도 나올 수 있다. 14급은 가벼운 타박상 정도지만 병원이 환자를 꼬득여 장기 치료를 받게 하는 경우도 있어 문제로 지적돼왔다.

손보사 관계자는 "경상환자라도 일반 통원치료가 아닌 한방병원 입원치료를 선택하면 500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나올 수 있다"며 "대인배상2의 보상한도가 줄었기 때문에 교통사고의 피해자라도 해도 자신의 과실이 적지 않다면 지출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총 진료비 및 과실비율이 높아질수록 운전자가 부담할 자기부담금도 상승하기 때문에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보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 운전자보험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자부치) 특약에 가입하면 자동차사고 시 대인배상2의 자기부담금 부분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다. 자부치는 교통사고 시 부상급수에 따라 위로금(보험금)을 받는 상품으로 운전자보험에 특약 형태로 가입이 가능하다.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부상 급수에 따라 수백만원부터 수십만원을 보전받을 수 있었다.

다만 올해 운전자보험 자부치는 보장 한도가 축소됐다. 보장횟수는 연간 무제한에서 3회로 제한됐고 최소 가입금액은 기존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었다. 가장 낮은 급수의 14급 부상을 당했다면 30만원의 위로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바뀐 자동차보험 약관상 자신의 과실이 적은 피해 운전자라 해도 진료비가 커질수록 자기부담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보전받을 수 있던 운전자보험 자부치 혜택이 축소돼 가입자 고민도 커지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상환자라 해도 12급인 척추염좌같은 부상은 사례에 따라 장기치료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며 "가입한 상해보험에서 진료비를 보상받아도 과실에 따른 자기부담금 부담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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