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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선택한 아이크로진, 유전 정보로 ‘디지털 쌍둥이’ 만든다 [이코노 인터뷰]

아이크로진, 네이버 1784서 ‘인간 디지털트윈’ 시도
네이버 기술로 IT 역량 강화…질병 예측 플랫폼 구축
70만개 유전자 클라우드 기술로 한 시간 만에 분석

신영아 아이크로진 대표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제2 사옥 1784 내 마련된 스타트업 업무 공간 ‘D2SF @분당’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정두용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지난해 4월 완공된 네이버 제2 사옥 1784는 ‘로봇 친화’에 방점을 찍은 건물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단연 디지털트윈이 꼽힌다. 네이버는 이 기술을 활용해 1784의 현실 공간을 디지털에 고스란히 옮겼다. 1784 ‘쌍둥이 건물’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 로봇의 눈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사업적 실험이 가능해지도록 했다.

네이버가 디지털트윈 개념을 공간 적용에 집중했다면, 아이크로진이 주목한 분야는 사람이다. 개인의 유전 정보를 토대로 ‘디지털 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질병 발생을 예측하는 식의 서비스를 마련하겠단 취지다. 이 때문에 유전자 분석 기술은 물론 정보기술(IT) 영역에서도 역량을 쌓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아이크로진은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D2SF)가 마련한 스타트업 전용 공간 ‘@분당’에 최근 입주했다. 이곳에서 유전자 정보 분석 기술을 토대로 한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공간적 거리를 좁히자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케어(1784 내 마련된 부속 의료기관)와의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다.

아이크로진이 ‘특별한 행사’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1784를 찾았다. 아이크로진은 지난해 말 네이버 임직원을 대상으로 소비자대상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시험 서비스 체험자를 모집했다. 15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고, 아이크로진은 이 중 100명을 추첨해 유전자 정보를 분석했다. 지난 10일 열린 행사는 체험자에게 분석 결과를 대면으로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70만개 유전자 분석해 ‘건강 관리’ 정보 제공

신영아 아이크로진 대표는 행사를 마치고 기자와 만나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분석 결과를 안내받을 수 있는 DTC 서비스는 법적으로 탈모·피부 노화·카페인 대사 등 분야가 11개로 한정되고, 분석 대상 유전자 역시 매우 적다. 이는 사실 학부생 3~4학년 수준에서도 가능한 기술”이라며 “올해 DTC 검사 허용 항목이 70개로 확대되지만, 유전적 요인이 큰 일부 질병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돼 상품성이 있을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이날 행사가 11개 항목의 DTC 분석 결과를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됐지만, 자사 기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70만개 유전자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무기로 시장 공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개인별 유전적 특성을 파악, 제2형 당뇨 위험도 등 다양한 질병의 발생 확률 확인이 가능하다. 아이크로진 플랫폼으로 분석 가능한 개인별 기질은 1000가지 정도에 달한다.

신 대표는 “현재 구축하고 있는 플랫폼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암과 같은 질병을 ‘진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며 “개인의 유전자 서열을 숱한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해 타고난 기질(유전적 특성)을 분석하는 대중적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모든 유전자 분석 결과를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게 현행법상 막혀있다. 이 때문에 솔루션을 의료기관에 도입하는 식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크로진이 네이버 임직원을 대상으로 11개 항목 분석 결과만 직접 전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밖에 분석 가능한 약 1000가지 개인별 특성 중 국내 법상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을 선정, 네이버케어 소속 의료진 통해 체험자에게 전할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제2 사옥 1784 내 마련된 아이크로진 유전자 분석 결과 설명 행사 공간 모습. [사진 정두용 기자]

서비스 차별화 지점 ‘네이버 협력’…IT 역량 구축

신 대표는 자사 서비스가 ‘건강 관리’를 하는 데 특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질병 발생은 유전적 형질과 더불어 환경적 요인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당뇨병에 걸릴 유전적 기질을 타고났다고 무조건 해당 질병에 걸리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유전적 기질을 개인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과 전혀 모르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신 대표는 “현재 50·60세대는 자신의 유전적 형질을 알 수 있는 기술이 없어 마냥 조심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지금 20·30세대는 ‘나를 보다 잘 알 수 있는’ 유전자 분석 기술로 위험한 질병 영역을 예측, 환경적 요인을 감소하는 식으로 건강 관리를 현명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 같은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신뢰도’ 확보가 주요 지점이라고 봤다. 아이크로진은 그간 유전자 분석 학계에서 추적·분석해 온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DB 역시 확장하는 중이다.

아이크로진은 질병관리청이 구축한 ‘15만명 유전체 역학 코호트(공통된 행동양식이나 특색을 공유하는 그룹) 기반의 예측 방법’ 기술을 이전받으면서 제2형 당뇨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확보했다. 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솔루션을 제공, 자체적으로 기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가 분양해 준 자료 집합(데이터셋)까지 합하면 회사가 확보한 유전체 분석 데이터는 총 60만명에 달한다. 이같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알고리즘을 짜 개인별 유전자 특성을 분석, 건강 관리에 필요한 예측 결과를 도출한다는 설명이다.
신영아 아이크로진 대표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 네이버 직원에게 유전자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정두용 기자]

신 대표는 개인별 유전자 분석 데이터 처리 시간도 ‘네이버 클라우드’와의 협력을 통해 빠르게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개인의 70만개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이 처음에는 30시간 정도였는데, 네이버 클라우드와 3년간 협업하며 현재는 한 시간으로 단축했다”며 “지금까지 확보한 2만명의 분석 데이터도 네이버 클라우드 기술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7년 8월 설립한 아이크로진이 네이버와 인연을 맺은 시점은 2019년 12월이다. 당시 네이버가 프리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IT를 기반으로 제공하려는 시도가 매력적으로 평가돼 투자가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드에 대한 자체 이해도가 높아 네이버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투자가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아이크로진과 네이버의 협력은 투자와 함께 시작됐고,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은 회사가 지난해 5월 ‘네이버 D2SF @분당’에 입주하며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 공간은 네이버가 투자한 약 100개 스타트업 중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특히 기대되는 8개 사에 제공됐다.

인간 유전체는 총 30억쌍으로 이뤄져 있다. 아이크로진은 이 중 70만개 유전자만 분석해도 ‘개인별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신 대표는 “인간의 유전자는 99.9%가 동일하다”며 “0.1% 차이가 생김새부터 성격까지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특히 질병·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된 70만개 유전자만으로도 건강 관리 분석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개수를 줄인 대신 정확도를 매우 높여 분석 플랫폼을 구축했다. 70만개 유전자 데이터만으로도 이론적으론 디지털상에 몽타주도 그릴 수 있다”며 “디지털 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예측 결과를 도출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한 셈”이라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학술연구교수로도 활약한 신 대표는 15명의 연구개발(R&D) 전문 인력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크로진은 ▶아이닥터(질병 조기 예측 분석 서비스) ▶아이써치미(개인 유전자 정보 분석 서비스) ▶아이갭온클라우드(클라우드 유전체 분석 솔루션)를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이크로진이 제작한 소비자대상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시험 서비스 키트. [사진 정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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