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정모씨(30는) 지난해 12월 출퇴근용으로 125cc급 오토바이를 장만했다. 그러다 이달, 한 오토바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해부터 ‘책임보험 미가입 오토바이’를 운행하다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정씨는 “그동안 오토바이 보험 가입 없이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처벌 강도가 심해진다고 하니 보험에 가입해야 할 것 같다”며 “지인 얘기를 들으니 요즘 오토바이 보험료가 자동차 보험료보다 비싸다는 데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올해부터 오토바이(이륜차) 보유자의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앞으로는 무보험 오토바이를 운행하다 사고가 나면 단순 과태료를 넘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라이더(오토바이 운행자) 입장에서는 의무보험인 ‘책임보험’(타인의 신체 및 재산 보상)에 꼭 가입해두는 편이 좋다.  

단순 출퇴근용이나 레저용 오토바이는 사고 위험이 큰 배달용에 비해 손해율이 낮아 보험료가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가정용 오토바이 보험료가 크게 치솟으며 새로 보험에 가입하는 라이더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책임보험료만 100만원..."너무 비싸다" 분통

국토교통부와 법제처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토바이 소유자라면 생업을 위한 이동 수단이 아니더라도 의무적으로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오토바이의 무보험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지자체가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또 무보험 적발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운행 중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오토바이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라이더들은 최초 사용신고 시에만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재가입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이는 정부의 단속이 사실상 전무해 라이더들이 과태료 부담 자체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가 책정한 오토바이 보험료가 적지 않은 수준이다보니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책임보험 가입을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처벌 수위가 강화되는 만큼 단순 출퇴근용, 레저용이라도 책임보험 가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오토바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정용 책임보험 가입과 관련된 문의글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특히 ‘종합보험이 아닌 책임보험만 가입하는 것인데도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커뮤니티에 따르면 한 22세 남성(배기량 125cc·첫 가입)은 출퇴근용 오토바이의 책임보험료만 100만원이 나왔다고 호소했다. 23세 남성(배기량 50cc·3년 무사고)도 ‘나이가 젋다는 이유로 책임보험료가 40만원이나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35세 남성도 출퇴근용 오토바이(125cc) 연 보험료가 47만원이나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5년 전 오토바이 보험 가입 때 책임보험료가 25만원 정도였는데 너무 비싸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산차 기준, 연 평균 자동차 보험료가 50만~70만원임을 감안하면 오토바이 보험료 수준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오토바이 보험료는 라이더의 나이와 오토바이의 배기량, 사고 이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20대 초반 등으로 나이가 매우 젊으면 보험가입 이력이 낮을 수밖에 없어 운행 실력에 의문이 붙다보니 보험료 책정에서 불리한 것”이라며 “실제 사고율 데이터를 봐도 나이가 젊을수록 사고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보험료’ 왜 치솟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배달붐이 일며 아이러니하게 가정용 책임보험료가 높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토바이 보험은 총 3가지로 가정용(레저용·출퇴근용)과 비유상운송용(배달용·대가없는 운행), 유상운송용(퀵서비스·배달대행·대가있는 운행)으로 나뉜다.  

비유상운송용은 음식점(치킨집·중국집) 등의 사업주가 직접 오토바이를 구입해 배달에 사용하는 경우다. 유상운송용은 퀵서비스나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이 사용한다.  

당연히 책임보험료는 사고위험이 높은 유상운송용과 비유상운송용이 가정용에 비해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배달기사들이 가입하는 유상운송용 책임보험료는 연간 500만~700만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종합보험(자신의 신체 및 재물 보상)까지 가입하면 연 보험료는 1000만원을 넘어선다. 

결과적으로 배달기사들이 보험료 절약을 위해 유상운송용이 아닌 가정용에 가입하는 꼼수를 썼고, 결과적으로 가정용 손해율이 치솟아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올렸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만해도 가정용 책임보험료는 약 20만~30만원 수준이었다”며 “전반적으로 오토바이 보험 자체의 손해율이 모두 오르니 가정용도 덩달아 오른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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