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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줄어드는 보조금에 한숨만...믿었던 전기차의 배신

[흔들리는 K-배터리]③
미국·유럽 등 보호무역주의 행보로 불안감 증폭
배터리 화재 등 안전성 문제로 전기차 회의론도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의 경영실적도 성장세를 보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행보 때문이다. 주요 국가의 이 같은 행보에 한국 기업이 역풍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온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수혜가 예상됐던 한국 배터리 기업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 등으로 배터리 산업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결기준 경영실적은 매출액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43.4%, 57.9% 늘어난 수치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0조1241억원, 영업이익 1조80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8.5%, 69.4% 늘어난 것이다. 삼성SDI가 연간 매출 2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 실적 발표 전인 SK온은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SK온이 지난해 22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후발주자인 SK온은 단기 수익성 확보보다 외형 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분기(영업손실 2734억원), 2분기(3267억원), 3분기(13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온은 2월 7일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실적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中 의존도 높은 韓...IRA 등 발목 잡히나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지만 불안감이 맴돈다. 글로벌 주요 국가의 보호무역주의 행보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이 40% 이상(2027년 80% 이상) 미국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가에서 추출 및 처리된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때 한국이 예외국가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속단할 수 없다. 최근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입법 취지에 따라 IRA를 원안대로 적용해야 한다며 ‘미국자동차안보법’을 제안한 상태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주력 제품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다. 여기에는 수산화리튬 등이 주요 원료로 쓰인다. 핵심 원료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기업은 보조금 정책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18년 64.9%에서 2022년 90% 수준까지 급증했다. 코발트의 경우도 2018년 53.1%에서 2020년 83.3%로 의존도가 높아졌다. 2021년 64%로 감소하기는 했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한국 배터리 기업이 현지생산 거점 및 원자재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제너럴 모터스(GM)를 비롯해 스텔란티스, 포드 등과 현지 합작공장을 세우고 있다. 또한 미국, 호주, 칠레에서 핵심 광물을 생산하는 기업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 중이다.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보호무역주의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의 초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유럽산 광물 비율이 낮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 추가 관세를 물리는 내용이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환경부는 2월 2일 2023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확정했다. 전기차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여부와 충전 인프라 실적, 배터리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직영 서비스센터가 없는 수입차는 지난해보다 최대 20% 줄어든 보조금을 받게 됐다.

대세 전기차 어두워진 전망

전기차에 대한 회의론도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인 KPMG는 지난해 말 ‘글로벌 자동차 산업 동향 보고서’를 통해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40%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915명의 의견이다. 지난해 전기차가 전체 시장의 70% 수준에 달할 것이라던 전망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로 화재 위험성 등이 거론된다.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되면서 관련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볼트 전기차 등에서 연이은 화재가 발생했고 배터리 결함이 주된 원인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1년 10월 GM 전기차 화재 리콜 분담금으로 7000억여원의 충당금을 쌓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듬해(2022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제조한 배터리가 장착된 13만8000여 대의 전기차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했다. GM,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자동차,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이 배터리 결함에 따른 화재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리콜(시정조치)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전기차 화재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나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화재 가능성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고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주로 밝혀진 전기차 화재 원인은 배터리 결함 등의 문제”라며 “배터리 안전성과 안정화되지 않는 가격도 전기차 회의론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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