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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공공재” 尹 대통령 말에…외국인은 발 뺀다

윤 대통령 “은행 돈 잔치로 국민 위화감 생기면 안 돼”
당국 주도로 銀 과점체제 완화 및 충당금 추가 적립 이뤄질 듯
배당 축소 우려 커지자 외국인, 주요 은행주서 2500억원 순매도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들의 지난해 최대 실적과 성과급에 문제를 제기하자 가장 먼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지주에서 투자 자금을 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과 주요 은행의 과점적 지위 해소를 언급하고 나서면서 향후 주주 배당금과 순이익 증가율이 낮아질 우려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주요 은행 지분 尹 대통령 발언 후 2532억원 순매도

16일 은행권과 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은행은 공공재’ 발언을 한 뒤로 외국인 투자자의 은행주 순매도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연일 오르던 은행주들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6일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의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등 4대 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323410) 순매도 규모는 총 2532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KB금융을 995억6000만원을 순매도해 코스피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았고, 이어 하나금융지주 466억3000만원, 카카오뱅크 442억5000만원, 신한지주 409억8000만원, 우리금융지주 218억6000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에 종가 기준으로 13일부터 16일까지 KB금융은 9.94%, 하나금융지주는 9.38%, 신한지주는 7.10%, 우리금융지주는 6.33%, 카카오뱅크는 1.5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92% 올랐고, 16일에는 1.96% 상승했다. 특히 올해 1월 이후 하나금융지주가 30% 이상 오르는 등 외국인 매수세에 은행주들이 급등한 바 있어 최근 3거래일의 하락세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금융권은 윤 대통령이 은행 최대 실적에 비판 발언을 내놓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금리로 국민의 고통이 크다”며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도 윤 대통령은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업계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충당금 추가 확대 시 주주 배당 감수할 수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후 당국은 가장 먼저 은행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은행이 증가한 이익을 바탕으로 손실흡수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등 확대를 당부했다. 

당국은 최근 2~3년 동안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대출자에 만기 연장, 이자 유예가 있었던 만큼, 최근의 낮은 연체율에 착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지원이 중단될 경우 부실 채권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지금보다 대손충당금 더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각 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대손충당금을 부실 채권에 비해 2배가량 쌓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 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커버리지비율을 보면 하나은행 187.85%, 신한은행 202%, KB국민은행 259.4%, 우리은행 256.7%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을 말하며 부실채권(NPL)을 의미한다. 은행권은 현 수준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더 높이게 될 경우 이익이 줄어들어 향후 배당금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2년 간 저금리 시대에서 은행 최대 이익 만들어져”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번 대통령의 ‘돈 잔치’ 발언에 은행업계는 억울한 부분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자이익을 만들어내는 가계대출의 경우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00조6000억원, 71조8000억원씩 증가했다. 당시는 저금리 시대로 대출 금리가 3%대 미만을 기록했고, 부동산 시장 호황에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커져 은행의 이익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들어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고,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규모는 다시 감소했다. 지난해 가계대출은 총 2억6000억원 줄었고, 올해 1월에만 4조6000억원 급감했다. 대출 금리도 다시 4%대로 떨어져 올해 은행 순이익 증가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는 높은 대출 금리로 이자이익이 증가했다”며 “대출자가 낸 이자를 통해 최대 실적을 낸 만큼 공공성을 강조하고 사회환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의도적으로 폭리를 취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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