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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위기, 인재 확보 비상…“뿌리부터 흔들린다”

취업 보장 반도체 계약학과 외면
삼성‧SK, 실적 부진 우려
尹 대통령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중국 반도체는 미국 제재로 무너지고, 한국은 인재 부족에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선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정부 지원과 청년들의 외면으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종로학원이 발표한 올해 서울 주요대 반도체 학과 최초합격자의 등록 포기율을 보면 155.3%로 나타났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등 입학과 동시에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그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4개 대학에서 47명을 모집하는 데, 73명이 합격 후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 계열의 전체 등록 포기율(33%)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최초 합격자 전원(10명)이 등록하지 않았고 SK하이닉스와 연계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16명 모집에 44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들이 의대 등으로 진학했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학생들의 외면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점이다. 해당 학과 합격자의 등록 포기가 입학생 미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 중 상당수가 반도체 대한 미래 가치를 높지 않다고 본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를 비롯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수십조원 규모 투자를 확언한 기업들의 기조와도 사뭇 다른 분위기로 평가된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상북도 구미 SK실트론 공장을 시찰하며 반도체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은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 자산”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반도체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약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반도체 산업을 무기화하면서 무역장벽을 높이는 데 대해선 “경쟁국들이 수출 규제, 보조금, 세액 공제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우리의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합쳐서 이를 극복해야 하고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추진하는 17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사진 삼성전자]

尹 대통령‧이재용 회장, 흔들림 없는 반도체 믿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를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K-칩스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반도체 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의 추가지원을 당부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반도체 지원 방안을 구체화했다.

해당 법안은 반도체 관련 시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설비 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투자 금액의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반도체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5G, 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갖춘 반도체 패키지 기술이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투자와 인재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 2700억원을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투자만큼은 줄이지 않겠다고 했었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97%가량 감소한 수준이지만, 미래를 위해 고통을 견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4일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빌리기로 한 것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부문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로 올해 실적도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수준의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결단을 내린 셈이다.

한편, 정부는 2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등 부가 미래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新)성장 4.0 전략’ 추진 대책을 올해 30개 이상 발표하기로 했다. 반도체의 경우 대규모 국내 투자를 통해 산단을 구축하고 이차 전지는 국내 차세대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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