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오른 LG家 상속 분쟁]④
홍라희 전 리움 관장, 계승 상징 삼성생명 상속 포기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는 법정비율대로 분배

[이코노미스트 이건엄 기자] LG에서 구광모 회장을 둘러싼 상속분쟁이 불거진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이뤄진 삼성의 상속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가족 간 합의를 통해 이재용 회장의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면서도 다른 유족들의 재정 상황까지 배려한 ‘묘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보유했던 4151만9180주의 삼성생명 지분 중 절반인 2075만9591주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는 1383만9726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691만9863주가 돌아갔다.
이에 따른 상속 비율은 3대 2대 1이다. 만약 법정비율을 대입하면 이건희 선대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9분의 3인 1383만9727주를 상속받아야 하지만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대의를 위해 지분 상속을 포기했다. 이서현 이사장 역시 법정비율(9분의 2, 922만6384주)보다 적은 주식을 상속받았다.
덕분에 이재용 회장은 법정 상속비율보다 1153만3107주를 더 상속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른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 회장의 지분도 기존 0.06%에서 10.44%로 상승하며 삼성물산(19.34%)에 이은 2대주주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개인으론 최대주주로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지배력 강화와 재정 부담 줄이는 묘수
이재용 회장과 가족들이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법정비율 대신 합의에 따른 것은 삼성생명이 ‘삼성 경영권 승계’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선대 회장도 이병철 창업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아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재용 회장도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통해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강화했다. 이재용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포함해 삼성생명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30% 가까이 늘렸다.
반면 이건희 선대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지분은 법정비율대로 상속이 진행됐다. 해당 주식 상속에 대한 상속세 부담이 큰 만큼 가족들의 재정상황을 고려했을 때 법정비율을 따르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건희 선대 회장의 주식 상속에 따른 상속세는 11조366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주식의 경우 홍 전 관장이 9분의 3인 8309만1067주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남매가 각각 9분의 2인 5539만4044주씩 상속받았다. 이로써 홍 전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2.30%, 이재용 회장은 1.63%, 두 자매는 각각 0.93%가 됐다.
삼성물산은 홍 관장이 180만8577주를,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3남매가 각각 120만5720주씩 상속받았다. 삼성SDS는 홍 관장이 3233주, 이재용 회장이 2158주, 두 자매가 각각 2155주씩 상속받았다.
LG 역시 전통에 따라 구본무 선대 회장의 재산을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합의로 분배했다. LG의 경영 승계는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외 가족들은 소정의 비율로 개인 재산을 받는 방식으로 4세대에 걸쳐 진행돼 왔다.
실제 지난 2018년 미망인과 두 여동생은 5000억원 규모의 상속을 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8.76%를 상속받았다. 선대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다.
LG 관계자는 “LG의 원칙과 전통에 따라 경영권 관련 재산인 ㈜LG 지분 모두는 구 대표에게 상속돼야 했었다”며 “그러나 구 대표가 다른 상속인 3인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가 각각 ㈜LG 지분 2.01%, 0.51%를 상속받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법은 변수
다만 삼성이 LG와 다른 점은 금산분리 강화 원칙에 따라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 영향으로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정부가 바뀌면서 당분간은 논의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내년 총선 이후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유가증권 평가를 현행 취득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삼성생명법은 금융사가 계열사의 주식·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도록 한다. 이는 현행법과 차이가 없지만 기준이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는 만큼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취득원가는 약 5400억원으로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자산(316조1659억원)의 0.17%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시가(30일 종가 5만9800원)를 기준으로 할 경우 9.6%(30조3878억원)로 3%를 크게 상회한다.
즉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했던 당시보다 현재 가치가 더 높은 만큼 상당수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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