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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인간의 ‘호기심’ 지평을 넓혀준다 [이준정 박사의 미래읽기]

AI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 시대의 흐름…해답은 호기심
새로운 조사 방향 탐색, 아이디어 창출 도구로 거듭날 것

최근 등장한 다양한 생성형 인공지능(AI)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준정 미래탐구연구소 대표] 최근 등장한 다양한 생성형 인공지능(AI)들은 문장과 이미지로부터 음악, 심지어 영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딥러닝 학습 결과로 사람과 구별하기 힘든 정도로 정교한 자연어 처리도 가능해졌다.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인공지능을 쉽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 셈이다.

이젠 4차 산업 혁명의 핵심도구인 인공지능을 누구나 자신의 업무나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인공지능의 놀라운 진화를 대하면서 정작 인류의 셈법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일자리의 대부분이 인공지능에 밀려 급속히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깊기 때문이다.

인류문명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면 지난 4세기 동안 인류는 세 차례에 걸쳐 거대한 산업혁명을 경험했다. 기계, 전기, 전자산업을 주축으로 한 산업혁명 시기를 관통하는 동안 인간의 생물학적 능력이 알게 모르게 한 차원씩 진화해나갔다. 이전 같으면 처리할 수 없던 일들도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실감하기 시작한 생성형 AI들은 인류문명이 네 번째 도약할 수 있는 산업혁명 시기에 있음을 확인시켜 줄 도구가 될 듯싶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더욱 진화된 인공지능들이 활발하게 응용될 것이며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문명이 창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인류문명, 호기심의 도전과 성과

지금까지 인류문명은 인간의 무한한 호기심(好奇心)에 이끌려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호기심은 인간에게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탐구하도록 유인하는 기폭제와 같다. 인간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수록 문제해결 능력이 더 향상되고 삶의 질이 개선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호기심은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탐구하고 창작하는 바탕이 된다. 즉, 호기심은 자연의 섭리를 설명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문화와 예술을 새롭게 창조해 내는 동력이 된다. 

또한 인간은 타인과 소통하며 상호작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소통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은 타인에게 영감을 주며 상호작용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해 왔다.

호기심은 인간의 성취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호기심이 강한 사람은 새로운 도전을 즐기며 자신감 있게 목표를 성취해내곤 한다. 호기심이 강한 사람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려는 욕구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남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이 같은 인간의 호기심이 GPT4.0과 같은 지능형 인공지능으로 쉽게 대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 문명의 황금열쇠인 컴퓨터와 인터넷망이 일상화된 21세기 디지털 문명사회에서는 인간의 생물학적 지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데이터가 넘쳐나게 됐다. 인류가 의존해 왔던 다양한 수학적 모델이나 물리적 이론들만으로는 홍수처럼 넘쳐나는 데이터가 간직한 함의들을 해석할 길이 없었다. 사실상 무한대로 넘쳐나는 데이터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IBM CEO인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는 2016년 CES 주제발표에서 방치된 데이터가 80%이상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데이터 과부하 속에서 핵심적인 정보를 발췌하고 정리하는 데이터 인지기술이 더욱 절실해진 것도 바로 이때쯤부터다. 난수표 같은 데이터 보따리를 해독과 해석이 가능한 지식과 정보로 탈바꿈시켜주는 인공지능이야말로 디지털문명의 열쇠인 셈이다. 무작위로 다량의 데이터 정보를 집어넣고 학습기를 돌리면 쓸모없던 데이터에서 황금 같은 알짜배기 정보와 지식이 쏟아져 나온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일자리들을 정의하고 새로운 가치들을 발굴해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 게티이미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다양한 분야의 사회활동과 경제적 수단이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기존에 존재하던 개념과 기준도 바뀌게 된다. 인간이 해야 할 일도 변하고 경제활동이 가져다주는 수확도 변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일자리 지형이 바뀌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간의 재능 역시 달라진다. 기술의 진보는 물론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걸친 윤리적, 정치적 문제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뒤바뀔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동시에 대세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 대신에 새롭게 도입해야 할 일자리는 인간의 재능과 인공지능의 분석력이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들로부터 도출될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완전 대체가 어려운 새로운 인간의 역량을 다시 정의하고, 창의적인 개념을 발굴해 내야만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인간의 능력이 다양한 인지능력과 함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고 이해하는 호기심 능력이라는 점이다. 더욱 복잡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세계를 발굴해 내는 힘은 바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특히 인간의 두뇌가 인공지능을 능가하는 영역은 새로운 관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이전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대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평가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인공지능, 인간의 호기심 역량 확장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인간이 답습해왔던 관습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조사 방향을 탐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I 기반 추천 시스템은 인간들이 일반적으로 접하지 못한 새로운 책, 음악 및 영화를 발견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 도구는 과학자들이 연구대상 데이터에서 새로운 관계와 추세를 식별해 새로운 발견과 돌파구를 이끌어 낼 수 있게 해준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 작업을 위한 영감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호기심을 새롭게 자극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관심 범위를 확장시켜 줄 수도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인공지능이 새로운 일자리들을 정의하고 새로운 가치들을 발굴해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해묵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수단인 동시에 새로운 영역을 향해 인간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펼치게 할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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