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점주’가, 생색은 ‘배민’이?…‘풍선효과 배달비’ 누가 이득보나 [‘알뜰배달’의 덫]②
알뜰배달, 업주 수수료 동일...배달료는 비슷
소비자 부담, 2000원 안팎...라이더 수익 27%↓
"배민 독식 구조, 결국 업주·라이더에 전가"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배달의민족(배민)이 내놓은 알뜰배달 서비스의 관건은 배달비 부담을 과연 누가 더 짊어지느냐다. 알뜰배달 서비스가 소비자 배달비 부담을 줄인다지만, 배달비 자체는 풍선효과와 같아서 누군가의 부담이 줄어들면 누군가가 부담을 해야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점주가 3300원 이하의 배달비를 내고 고객에게 2000원의 배달비만 내게할 경우 라이더 몫이 줄거나 배민이 라이더 몫을 보존해야 하는 식이다.
배민의 야심작, 알뜰배달은 과연 누구에게 알뜰한 것일까.
수수료 똑 같이 내지만…세집 네집 걸쳐 배달?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알뜰배달의 장점은 배달비 절감이다. 점주가 현재 배민1을 이용할 경우 6.8% 수수료와 6000원(소비자와 분담)의 배달팁을 내야했다면 배민1 묶음배달의 경우 6.8%의 수수료와 배달팁 2500~3300원(부가세 별도)만 부담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 내는 배달팁 역시 주문 금액과 거리, 주문 시간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배민 측은 평균 2000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점주들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배민1과, 알뜰배달이 사실상 똑같거나 점주 부담을 더 키우는 구조여서다. 점주 입장에서는 6.8%라는 수수료가 동일한 데다 소비자와 분담해서 내야했던 6000원 배달료를 2500~3300원을 지불할 경우 기존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민 측 주장대로 알뜰배달의 이익은 소비자와 나눠 내는 6000원 중 4000원 이상을 배달비로 설정한 극히 일부 업주에게만 적용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한 음식점주는 “한 집만 배달 간다며 높은 수수료에 높은 배달료를 요구하더니 이제는 수수료 배달료는 그대로 요구하면서 이젠 세집 네집 걸쳐 배달해 준다는 꼴”이라며 “말만 그럴듯 알뜰이라고 만들어 소비자와 점주를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 조삼모사 형국아니냐”고 비판했다.
자영업자의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한집에 한건만 배달하는 단건배달에 만족한 소비자들이 배달비가 500~1300원 가량 저렴해졌다고, 알뜰배달을 선택할 것이냐다. 라이더들이 여러군데 들려 음식을 배달하게 되면 음식이 식을 수 밖에 없고, 시간도 더 지체되는데 과연 소비자들이 이를 용인할 지도 알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달비를 낮춰서 2~3건의 묶음 배송을 했다가 리뷰가 나빠지면 즉시 영업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배민1을 이용 중인 한 점주는 “그간 단건배달로 소비자가 기다릴 수 있는 배송시간은 매우 짧아졌는데, 이걸 배달팁이 1000~2000원 싸졌다고 통할 지 의문”이라면서 “음식이 식었다고 혹은 배송시간이 길어져 환불요청이 늘어나 제2의 배달거지 사태가 일어날 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알뜰배달 도입으로 배민이 정액제인 울트라콜을 줄이면서 정률제로 전환하는 시도로 보고 있다. 현재 배민1은 오픈리스트와 CPC(Cost Per Click) 광고인 ‘우리가게클릭’를 이중으로 선택해야 상단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또 다른 점주는 “배달 대행사의 횡포에 비하면 배민1은 주문부터 배달까지 다 배민이 해줘서 편하고 고객 만족도도 높다”면서도 “최근 이중으로 광고를 해야 상단에 노출되어서 광고비 부담이 커지는데 알뜰배달도 결국 일반 배달이 아닌 배민1 카테고리에 놓으면서 트래픽을 높여 소상공인끼리 경쟁하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도입 2주전, 투자 계획도 없어…배달료만 800원 삭감
라이더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알뜰배달 도입 2주전인 현재까지 배민 측에서 얼마나 투자할 지 프로모션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덜어지는 배달비 부담을 라이더에 전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기존 배민과 계약을 맺은 라이더들의 기본배달료는 3000원이다. 675m 미만 3000원, 675m~1900m 3500원, 1900m 이상 3500원(100m당 80원 추가) 등 기준의 거리할증에 따른 수당과 각종 프로모션에 의한 수수료가 라이더의 총수입을 구성한다.
반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알뜰배달의 요금체계는 픽업요금(서울 기준 1200원, 지방 1000원), 전달요금(1000원), 구간요금(100m당 80원 추가) 등으로 기본배달료 보다 800원 삭감된 2200원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라이더들의 기본 배달료도 올라야하지만 9년째 동결인 상태”라며 “묶어서 가더라도 기본배달료 개념이면 여러 구간의 배달비를 받아야하는데 알뜰배달 요금체계는 한 구간에 대한 배달비만 받는 구조다. 결국 기본배달료만 27% 가량 낮추게 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에 반발해 사측과 단체 교섭을 2주에 한번씩 진행 중이다. 지난 30일까지 6개월 간 총 13번째 교섭을 진행했고, 아직 의견차이가 좁혀지지않아 노동위원회와 조정을 신청한 단계다.
배민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알뜰배달은 건 단위로 지급되는 기본 배달료와 시스템이 달라 같은 기준으로 비교가 어렵다”라며 “구간배달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된 형태로 동선을 최적화하면서 배달수행의 효율을 높여나가는 시스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더도 직접 고용..."주문·배달·수수료 독식 구조"
업계에선 알뜰배달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배민1 기준으로 볼 때 점주들이 지출하는 비용은 비슷하거나 많아지면서 배송 시간은 지금보다 배로 늘어나는 상품으로 고객 배달팁을 제외한 만족도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다.
결국 주문, 수수료에 이어 배달까지 독식하는 배민의 배만 불리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 기존 일반배달은 주문 발생 시 배민이 배달대행사 소속 라이더들에게 배달을 위탁하는 형태였지만, 알뜰배달은 일반 배달대행사에 업무를 주지 않고 배민커넥트 앱을 사용하는 라이더가 직접 배달하는 형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건배달에서 묶음배달로 라이더 인건비를 낮추고, 2500원~3300원에 해당하는 배달비를 외식자영업자에게 부담시키고 나머지 금액을 고객에게 부담시키면서 묶음배송을 통한 배민1의 수익 개선을 도모하는 형국”고 말했다.
이어 “배달 서비스는 업주, 라이더, 플랫폼까지 모두 아우르는 상생 구조가 돼야하는데, 가뜩이나 1위 사업자의 독식구조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면서 “자영업자와 라이더들의 방어 전략이 필요해 보이고, 결국은 이해 관계자 사이의 합의점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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