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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된 오피스빌딩..부동산 냉각에 NPL 펀드만 날개

[부동산 투자손실 눈덩이①
작년 12.5% 수익낸 국내 부동산 펀드, 올해엔 0.09%에 그쳐
부실화에 부동산 NPL은 10%대 수익률..경기위축 방증
올해 부동산 거래 전년비 80.8% 감소..매각도 쉽지 않아
하나대체 등 국내부동산 고점에 베팅한 운용사들 고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지영의 권소현 기자]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로 들어서면서 부동산 펀드도 시름을 앓고 있다.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고 있고, 펀드 만기는 줄줄이 돌아오는데 상업용 부동산 거래도 꽁꽁 얼어붙어 돈 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 및 출자 약정 기한이 다했음에도 사실상 자산 재매각이 불가능한 시장 환경 속에 장기간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다. 


제로에 수렴하는 국내 부동산 펀드 수익률… NPL펀드만 날개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24일까지 국내 부동산 펀드 수익률은  0.09%로 간신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한 상태다. 지난 2021년 15.3%, 작년 12.47%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하게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부동산 펀드 유형 중 부동산 개발과 부동산 대출채권은 각각 -0.69%,-0.02%를 기록 중이다. 부동산 임대만 0.2%로 플러스를 보였다. 

부동산 사모펀드 수익률은 1.34%를 기록해 공모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2019년 이후 꾸준히 10% 안팎의 수익률을 유지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14.18%를 기록해 과거 5년래 최고 성과를 냈다. 하지만 올들어 급격하게 꺾인 것이다. 

사모형에서는 부동산 개발과 임대, 대출채권 모두 1%대 비슷한 수익률을 냈다. 부동산 부실채권(NPL)만 10.7% 수익률을 올려 두드러진 모습이었다. NPL은 Non Profitable Loan으로 더이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대출을 말한다. 부동산 NPL은 대출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후 3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해 기한이익상실(EOD) 상태가 되면 금융회사가 이 채권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부실화하고 여기서 알짜 부동산 NPL이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부동산 NPL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경기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뜻이다. 

실제 부동산 NPL 사모펀드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1년에는 -3.65%를 기록했고 경기 둔화가 본격화한 작년에도 -2.1%로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하면 시차를 두고 NPL 시장이 활기를 띠는데 올해부터 본격 장이 설 것이란 전망이 높다. 

펀드 만기 다가오는데…고민 깊은 운용사

이 가운데 펀드 만기를 앞둔 곳들은 좌불안석이다. 만기는 돌아오는데 투자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매각해서 돈을 돌려주려니 거래도 잘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운용이 서울 강동구 상일동 소재 중형 오피스인 세종텔레콤빌딩을 매입해온 펀드 ‘전문투자형3호 부동산투자신탁139호’ 만기가 임박한 상태다. 건물 매입 시기는 지난 2020년으로 평당 약 1100만원 대에 매입해 총 매입가가 약 720억원에 달했다.

펀드 청산을 위해서는 해당 빌딩을 재매각해야 하지만 원매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매입 시점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던 시기여씩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손실을 보지 않을 만큼의 매각 희망가를 맞춰줄 원매자가 없는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가 연초 이후 지난 14일까지 서울 업무·상업용 빌딩 매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00억 이상 거래가 단 1건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상업용 부동산 총 매매액도 1조99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7168억원) 대비 80.8% 감소했다. 

하나대체운용 측은 매각가를 하향 조정해 매각하거나, 대주단의 동의를 얻어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등의 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청산이 여의치 않은 경우 계열사를 통해 리스크를 넘기는 방안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하나금융그룹 내 하나은행 부동산금융부의 올해 운용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5조원 중반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하나은행에서 올해 부동산금융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 딜이 안 풀리는 일부 건들은 그 쪽으로 넘기면 받아줄 가능성도 있다”며 “이외에도 국내 부동산 펀드 운용사들 대부분이 당분간 대출 연장 문제로 LP를 설득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어서 신규 딜은 고사하고 기존 건들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오피스 빌딩들 [사진 연합뉴스]


얼어붙은 경기에 쉽지 않은 빌딩 매각

시장에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펀드들이 대부분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평가다. 시장에 자금을 풀 수 있는 투자자가 많지 않은 가운데 줄줄이 쏟아져 나올 오피스 물량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지난해 매각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남산스퀘어, 인터파크 빌딩 등의 물량도 매각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 펀드 청산이 지연되는 건들이 적지 않아 기관투자자들도 덩달아 고민이 깊어지는 추세다. 대부분 시장 상황 악화로 매각 시점을 종잡을 수 없는 자산에 발 묶인 자금이 적지 않아서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도 있지만, 국내 부동산 펀드 운용사들의 운용 방식에 문제가 상당히 많다고 본다”며 “최근 수년 사이 투자했던 물량들 대부분 다 처치곤란 상태로 들고 있는 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하나대체운용 관계자는 “수익자에게 수익을 지급해야 하는데, 시장 상황 때문에 적정가격을 받기가 쉽지 않다”며 수익자들도 지금 매각하는 것은 반대할 것으로 본다. 현재로서는 매각도 검토하고 있지만, 만기 연장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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