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의원 “카카오 규제, 국민이 원하면 법제화…내실 다질 때” [이코노 인터뷰]
[카카오의 지키지 못한 약속]⑥
“카카오, 10년간 앞만 보고 온 성장이 문제…가치·규범 존중 필요”
“尹 자율 규제, IT 발전 촉진 여전…지배력 갖춘 기업은 달리 봐야”
“자연 독과점 기업이라도 시장 경쟁 저해하면 규제 적용 대상”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가 사회 각계에서 지적받는 다양한 문제는 ‘플랫폼 독과점 지위 남용’으로 압축된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이들이 구축한 플랫폼 독과점 지위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모두가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운영하는 대다수 서비스가 멈췄고, 모두 복구되는데 127시간 33분이 소요됐다. 카카오와 연결된 국민 대다수가 불편을 겪었다. 숱한 소상공인이 생계와 관련된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피해 호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회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다시 국정감사(국감)에 세웠다. 김범수 창업자는 2018년, 2021년, 2022년 총 3차례 국감에 불려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경북 구미시을)은 2022년 국감 종합감사를 통해 카카오 문제를 차분하게 지적, 플랫폼 독과점의 부작용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전달했다. 김 의원은 카카오가 카카오톡과 연결된 모든 서비스를 독점하고, 플랫폼을 계열사 중심으로 폐쇄 운영해 ‘먹통’ 사태의 피해가 커졌다고 봤다. 이 같은 지적을 통해 김범수 창업자로부터 ‘카카오 운영 방향성을 재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끌어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선정하는 ‘2022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 과정을 마친 김 의원은 제6대 금오공과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선물하기’ 환불 정책을 불합리하게 운영한다는 점을 앞장서 지적, 연내 개선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제품은 환불 기간 이후 90% 금액만 돌려받는 현 제도를 100% 환불하는 구조로 변경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5년간 환불 수수료로 7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김 의원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선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중앙선대위) 4차산업혁명선도정책 추진본부장을 맡았다. 플랫폼 자율 규제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의 주요 ICT 정책을 입안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김 의원을 만나 카카오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물었다. 또 ‘카카오 먹통’ 사태 후 정부의 자율 규제 기조가 변화하고 있단 업계 시각에 대한 입장도 들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카카오 먹통 사태 이전에도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문어발 확장·쪼개기 상장·골목상권 침해 등은 국감서도 자주 지적된 바 있다. 카카오를 중심으로 발생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카카오톡 서비스는 2010년에 시작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카카오는 불과 10년여 남짓 만에 국내 시가총액 15위 안에 드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최근 발생한 사건과 사고는 10년 동안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주변을 살피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카카오의 성장 과정에 피해를 보는 곳은 없는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왔다.
Q. 카카오는 그간 지적받은 문제들을 국민 앞에서 ‘개선’을 약속했다. 계열사 축소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쪼개기 상장 추진도 지속하는 모습이다. 플랫폼 영향력 증대에 따른 부작용 발생을 국회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가.
A. 모든 기업은 시장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플랫폼 기업 또한 시장 참여자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우리는 시장경제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경제법(공정거래법·소비자보호법)을 만들었다. 또 우리 사회는 국내 시장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가치와 규범’을 스스로 작동시키고 있다.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기업의 위치가 규제와 규범 사이에 있어 발생한다고 본다. 비교적 등장한 기간이 짧은 플랫폼 기업이 속한 곳을 회색지대라고 비유할 수 있다. 국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시대정신과 민의가 플랫폼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국회는 이를 입법화할 수밖에 없다.
Q.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법적·제도적 안전망이 부족하단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독점적 지위 남용의 안전망, 21대 국회에서 마련될 가능성 있는가.
A. 디지털 경제시장에서 새로운 규제 도입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규제가 역량을 갖춘 새로운 혁신기업의 시장진입을 차단하는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가 지금처럼 시장 참여자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지속한다면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자연 독과점 기업이라도 시장의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경우, 기업을 해체한 사례도 있다. ▲스탠더드 오일 ▲아메리칸 토바코 ▲NBC ▲AT&T 등에 적용됐던 규제가 참고될 수 있겠다.
Q.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 후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플랫폼 자율 규제 기조가 변화했단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 지침’ 시행을 발표하기도 했다. 플랫폼 자율 규제 기조, 변화했나.
A.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자율 규제 도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전통적인 규제가 기술 발전에 따른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점’과 ‘기존산업의 보호를 위해 규제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율 규제는 디지털이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지향점이다.
다만,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정책을 발표한 점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군이 아닌 독과점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이미 형성한 기성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 오남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고민한 결과다. 사회적 책무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리하면 ‘큰 틀에서 자율 규제의 기조를 유지하고,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일부 영역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Q. 공정위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과징금 257억원(잠정치)을 부과하고, 시정명령도 내렸다. 업계에선 사실상 플랫폼 독과점 심사 지침이 적용된 첫 사례로 여기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공정위 제재, 어떻게 평가하나.
A. 공정위가 마련한 플랫폼 독과점 심사 지침이 없어도 플랫폼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공정위의 심사 지침은 전통산업을 토대로 만들어져 한계가 있었다.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과 네트워크 효과 등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는 동시에 플랫폼 기업에 명시적으로 특정 행위를 반시장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하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본다. 카카오모빌리티 제재 사례는 공정위가 플랫폼 영역에서의 반시장적 행위 처벌에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탄과 같다.
Q. 카카오 먹통 이후 급물살을 탄 플랫폼 규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 독과점을 심사하는 기준으로 매출액뿐 아니라 ‘이용자 수’와 ‘트래픽’을 고려 지점으로 검토하겠다는 정부 메시지가 나오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무료 서비스까지 심사 대상으로 삼는 움직임도 보인다. 국회의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관측되는데, 어떤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A. 디지털 시장에 적용될 공정위의 심사 지침은 많은 전문가가 오랜 기간 숙고한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기존 경제법의 틀 안에서 작성돼 형식적인 문제는 없다.
국회에서는 규제의 영향력과 시장환경 등을 깊게 봐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상임위 중에서는 과방위가 주로 온라인 플랫폼의 자율 규제를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을 살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Q.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강화 전략과 규제 운영의 핵심은 무엇인가.
A. 디지털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데이터다. 한국에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정부와 공공기관이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서 보호하는 게 핵심인 셈이다. 이는 글로벌 디지털 시장 경쟁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비롯해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상정한 상태다.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고,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 의원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디지털 경제 활성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정책”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또한 디지털 경제 활성화에 할애돼 있다. 국회에서도 디지털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한뜻으로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2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3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4“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5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6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7“‘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
8'40세' 솔비, 결정사서 들은 말 충격 "2세 생각은…"
9"나 말고 딴 남자를"…前 여친 갈비뼈 부러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