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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탈세 막겠다는데...고가 법인차 또 늘었다

1분기 고가 법인차 등록 대수 8.2% 증가
5년간 꾸준히 증가세...고강도 규제 필요

포르쉐 등 고가 수입차의 올해 1분기 법인 등록 비중이 전년 대비 8% 이상 늘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정부가 탈세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고가 법인차에 제동을 걸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최득가액(판매금액) 1억5000만원 이상의 고가 법인차 신규 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8%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취득가액 1억5000만원 이상 고가 법인차의 올해 1분기(1~3월) 신규 등록 대수는 4803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439대)와 비교해 8.2%(364대) 늘어난 것이다.

브랜드별로는 포르쉐(Porsche)가 587대로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494대) 대비로는 18.8%(93대) 늘었다. 같은 기간 벤틀리(Bentley)는 129대로 전년 동기(89대)와 비교해 44.9%(40대) 증가했다.

고가 법인차의 신규 등록 대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 신규 등록 대수(1분기 기준)는 ▲2019년 981대 ▲2020년 1976대 ▲2021년 2107대 ▲2022년 4439대 ▲2023년 4803대 등이다.

정부도 고가의 법인차가 늘어나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법인차 신규 등록 대수는 연평균 2.4%씩 증가했다. 취득가액이 1억~4억원 이하인 차량 중 71.3%가 법인차였다. 4억원 초과 차량의 법인차 비중은 88.4%로 더욱 많다.

정부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법인의 고가 수입차 구매가 탈세 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최근 연예인, 유튜버, 웹툰작가 등 유명인들의 법인차 사적유용이 의심된다며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법인이 차량 리스 등을 이용하는 이유는 월 납입금, 이자비, 유류비, 보험료 등을 사업비(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서다. 각종 세금 혜택을 받는 탓에 1인 회사를 설립해 개인이 고가의 법인차를 타고 다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토부는 고가 법인차 사적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관련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렌트카 번호판에 ‘하’, ‘허’, ‘호’ 등이 붙는 것처럼 다른 색깔의 번호판으로 일반차와 법인차를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용번호판 도입 시 법인차 사적유용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장관은 최근 자신의 SNS에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를 법인차로 등록한 뒤 배우자 또는 자녀가 이용하는 꼼수는 횡령·탈세 등 법 위반은 물론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라며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 시) 이런 꼼수를 쓰기 어렵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단순히 법인차 전용번호판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인차 사적유용을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뒷받침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우리는 영업용 노란색 번호판, 전기차 전용 파란색 번호판 등 다양한 색상의 번호판이 존재한다”며 “단순히 연두색 번호판 하나가 추가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두색 번호판이 달린 법인차를 보고 경찰 등이 무슨 단속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근본적으로 단속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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