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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층 아파트까지 조립식으로? 두달 만에 맞춤형 ‘뚝딱’

[건설에 첨단을 입히다] ② 주택부터 호텔까지…진화하는 모듈러 기술
현장 인건비 오르며 건설에 제조업 접목, OSC 트렌드 본격화

GS건설 자회사 자이가이스트가 4월 13일 공개한 Vol.54(54평형) 샘플하우스 거실 및 주방 모습. [사진 GS건설]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지난 몇 년간 1군 건설사 다수가 투자를 이어갔던 ‘탈현장 건설’(OSC) 트렌드가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설업계에선 수십 년간 국내시장을 장악하던 철근콘크리트(RC) 공법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며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장 트렌드 역시 ‘맞춤형’을 지향하게 되면서 이에 걸맞은 모듈러 기술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선호를 빠르게 반영해야 하는 주택시장에서 현장 중심이던 건설업이 하자 및 오류 발생 가능성이 적은 탈현장 중심의 제조업 방식을 빠르게 흡수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직접 소비자 만나는 모듈러, 흥행 여부에 촉각

4월 13일 GS건설 모듈러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가 본격적인 B2C(소비자 대상 거래) 사업을 시작한다고 알리면서 모듈러 기술은 다시 한 번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모듈러는 말 그대로 건축물의 각 유닛을 부품(모듈)처럼 미리 생산한 뒤 현장까지 운송해 조립하는 대표적 프리패브(사전제작) 공법이다. 해외에선 호텔을 비롯한 중·고층 건축 시에도 모듈러 방식이 적용된다. 

자이가이스트는 전원주택 보유를 꿈꾸는 베이비붐세대를 겨냥해 목조 단독주택을 모듈러로 공급한다. 각 방과 거실, 주방을 비롯한 공간과 복도, 계단 등도 모듈로 공장에서 미리 생산되며 갖가지 조합을 통해 소형부터 대형면적까지 소비자 선호에 맞는 맞춤형 조합이 가능하다. 시공기간은 2개월 남짓이다. 자이가이스트는 이미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당진과 창원에 샘플하우스도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자이가이스트 모듈러 상품의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모듈러는 대형 건설사들이 앞 다퉈 투자하고 있는 대표 신사업으로 GS건설에선 허창수 전 GS그룹 회장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다. 모듈러 방식은 현장에서 직접 콘크리트를 타설해야 하는 RC공법에 비해 날씨나 인력 등의 영향을 덜 받고 시공기간이 빨라 선진적인 건축공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인건비가 급등하는 데다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된 국내 건설현장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택시장에선 생산시설에서 미리 각 유닛에 내장재를 시공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수분양자별 맞춤형 공급이 가능해 활용도가 더욱 높다. 현장 인력들이 모든 구조물과 내장재를 시공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하자도 적다. 때문에 GS건설뿐 아니라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다수가 모듈러 방식으로 아파트를 짓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건설사 대표 신사업, 대중화·수익성 따라 미래 갈려

그러나 생산시설 투자를 비롯한 비용 문제와 대중성이 관건이다. 대중성이 확보돼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 단가도 낮아진다. 기존에도 단독주택 시장에 모듈러 주택이 일부 공급되고 있으나 여전히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로 남아 있어 시장이 쉽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 GS건설은 주택 소비자에게 선호도가 높은 ‘자이’ 브랜드와 자이 아파트 인테리어 등을 자이가이스트에 적용하고 가격이 저렴한 목조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늘려 단독주택 매출을 2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듈러 기술로 20층 이상 지을 수 있고 공장에서 각 세대마다 고객 맞춤형 인테리어를 완성해 조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듈러 주택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생산시설 구축에 투자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수익이 검증되면 모듈러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설사가 더욱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PC 공법으로 제작한 피어캡(기둥 위에 설치돼 상부구조를 지지하는 구조물) 모습. [사진 현대건설]

한편 같은 탈현장 건설의 일환으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즉 PC공법은 토목현장을 중심으로 국내 현장에 적극 도입된 바 있다. PC공법이란 일반적으로 철근, 기둥, 보 등 콘크리트 건출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PC공법 역시 콘크리트 구조물의 품질이 일정하고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수면 작업이 많은 교량이나 방파제 공사, 기둥과 보 사이 거리가 멀어 콘크리트 현장 타설이 어려운 대형 반도체 공장 등에서 PC공법이 많이 쓰이며 시장성이 검증됐다. 최근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외벽이나 콘크리트 모듈러 건설에도 활용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8월 교량 상부뿐 아니라 하부구조까지 PC공법으로 제작할 수 있는 조립식 교각시스템을 개발하고 실물모형을 통해 구조 성능 실험까지 완료했다. 현대건설은 이밖에도 두 개의 PC벽판을 하나의 벽체로 연결하는 ‘PC 더블월 공법’을 자체 개발해 아파트 지하층에 적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신기술’로 지정받기도 한 PC 더블월 공법은 PC벽판 두 개가 연결됨으로써 벽체 강도가 높아지고 지하층에 잦은 누수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고령화 추세에 따라 탈현장 공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향후 4차산업에 따른 다양한 탈현장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해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건설현장의 선진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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