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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은 싸구려” 무시했는데...테슬라 제친 이유 있었다[백카(CAR)사전]

전기차 시대 확실한 존재감 드러내는 중국 자동차
글로벌 1위 BYD·신흥 강자 NIO 경쟁력 기대 이상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중국 전기차 브랜드 NIO ET7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노미’. 운전석이 열리자 운전자를 응시하며 웃었다. [사진 이지완 기자] 
[이코노미스트(상하이)=이지완 기자] 경쟁력 없는 기술과 시대에 뒤떨어진 디자인 등으로 내연기관차 시대에 존재감이 없던 중국 자동차. 과거 100년을 이끌어온 독일, 일본 자동차를 최근 압도하고 있다. “싸니까 그냥 쓰다 버리자”라고 생각했던 중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판매 지표만 봐도 중국 자동차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09년 500대에 불과했지만 2021년 352만대, 지난해 689만대 수준으로 성장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93.4%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으로 범위를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1030만대로 집계됐다. 이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다. BNEF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1360만대 수준으로 전망하며 중국이 약 800만대(약 59%)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전기차 시대에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꼽힌다. 중국 후슈자동차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2년간 중국 전기차 업체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 총액은 1600억위안(약 29조5280억원)에 달한다.

단순히 외형만 성장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전기차 부문에서 만큼은 독일, 일본, 한국 등의 브랜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실제로 경험해본 중국 전기차의 수준은 확실히 매우 높았다.

지난 18일 중국 상해시 민항구 흥신로에 위치한 비야디(BYD) 전시장을 방문했다. BYD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로 올라선 업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 대수는 약 180만대로 2위 테슬라(131만대)를 압도했다.
BYD의 전기 SUV 송. 붉은 색 외관이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사진 이지완 기자]
BYD 운전자가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로 주변 도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사진 이지완 기자]
이날 BYD의 대표 전기 SUV 송을 짧게나마 경험했다. 직접 시승은 불가능했지만 뒷자리에 앉아 이곳저곳을 살펴볼 수 있었다. 2열에 앉아마자 든 생각은 제법 넓다는 것이었다. 현지 자료에 따르면 이 모델의 휠베이스는 2765mm다. 동급으로 볼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2660mm)보다 훨씬 넓은 것이다.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인 완충 시 주행거리는 500km 이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기준으로 인증을 받을 경우 달라질 수 있지만 최소 400km 이상을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구매 가격이었다. BYD 송의 판매 가격(보조금 제외)은 3000만원 후반대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지만 자체 할인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제조사의 할인 프로모션이 추가되면 가격은 3000만원 중반대까지 떨어진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편의사양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통풍 시트부터 차선유지 등 주행보조 기능을 모두 탑재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BYD 전기차를 함께 경험한 사람들은 이 가격으로 한국에 들어온다면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고 입을 모았다.

BYD보다 규모는 떨어지지만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는 더욱 큰 충격을 줬다. 이 브랜드는 최근 중국의 2030세대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중국 상해시 민항구 소재 만상성 백화점 1층에 자리잡은 NIO 전시장. 평일 오후였음에도 NIO 전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 NIO 전기차를 구매한 고객이었다. NIO는 자사 고객을 위한 혜택 중 하나로 고객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고객 전용 라운지는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나 경험해 볼 수 있는 혜택이다.
NIO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 ET7. 8000만원대 가격이지만 넓은 실내 공간과 첨단 기능 등으로 높은 품질 경쟁력을 보여줬다. [사진 이지완 기자]
NIO ET7 계기판. 주행 중인 도로 상황을 파악해 보여준다. [사진 이지완 기자]
NIO의 인기 모델 중 하나인 플래그십 전기 세단 ET7도 시승했다. 운전자와 동승해 다양한 기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격은 8800만원 수준으로 독일 브랜드의 고급 세단과 유사했다. NIO 관계자는 “ET7은 BMW 5 시리즈와 동급이라고 볼 수 있다”며 “1회 충전 시 675km 이상을 달린다”고 설명했다.

현지 자료에 따르면 NIO ET7의 휠베이스는 3060mm다. 휠베이스만 놓고 보면 BMW 5시리즈(2975mm)보다 더 넓다. ET7은 강력한 퍼포먼스도 자랑한다. 운전을 도와준 관계자는 제로백이 4초 내외라고 자랑했다. 실제 도로 위에서 급가속을 해보니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으로 짜릿했다.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오토 파일럿 기능도 수준급이었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주행했고, 앞차와의 간격도 적절하게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ET7 계기판에는 주행 중인 도로 내 차선, 트럭, 오토바이, 승용차, 사람 등이 그래픽으로 표현됐다. 운전을 도와준 NIO 측 관계자는 “차량 내 장착된 17개의 카메라가 주변 상황을 감지하고 있다”며 “상하이에서 베이징까지 차로 이동하려면 10시간 정도 걸린다. 오토 파일럿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는 ‘노미’라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차량 대시보드 위에 자리를 잡은 노미는 운전석 문이 열리자 운전자를 곧바로 응시했다. 음성 명령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악 재생부터 길찾기까지 차량 내 다양한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어 편리했다. 현재 지원하는 언어는 영어와 중국어뿐 이지만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NIO 플래그십 전기 세단 ET7이 배터리 스와핑 스테이션에서 대기 중인 모습. [사진 이지완 기자]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NIO의 서비스는 배터리 교체다. 이를 통해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NIO 측 설명이다.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한 뒤 배터리 스와핑 스테이션으로 차를 가져가면 불과 몇 분만에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NIO 관계자는 “보통 전기차 충전 시 30분 정도 소요되는 데, 배터리를 교체하는 작업은 5분이면 충분하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항상 최적의 배터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 수명이 95%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한다”며 “수명이 떨어진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에만 활용된다. 항상 좋은 상태의 배터리를 유지해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교체 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까지 중국 전역에 4000개의 배터리 스와핑 스테이션을 건설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도로 주행이 끝난 뒤 NIO 관계자는 ET7의 자동주차 기능도 보여줬다. 버튼을 누르자 주변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ET7가 빈 주차공간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어떤 곳에 주차할 것인지, 주변 도로 상황은 어떤지 등 각종 정보를 보여줬다. 자동주차 중 다른 차량이 전방에 진입하자 즉각 정차하며 반응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 때문에 한국에서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기술 수준이 많이 올라온 것이 사실”이라며 “전기차 시대에는 더 이상 중국차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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