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바뀐다며?”...‘원조’ 원브랜드숍 소망화장품 ’오늘’ [망했어요]
‘원조’ 1세대 화장품사 소망화장품의 'ONL'
2000년대 초반 '중저가' 원브랜드숍 전성시대
‘올리브영’ ‘왓슨스’ 진출 시장 재편·경쟁 심화
2013년 첫 진출, 2년 여만에 사업 철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너도 오늘 거기 한번 가봐, 갔다 오면 인생이 바뀐다. 신촌인데...창천동 33-20번지”. 2000년대 초반 가수 싸이가 TV 광고 속에서 무한반복 주소를 외치던 이 곳. 바로 ‘원조’ 1세대 화장품사(社)인 소망화장품(현 코스모스)이 야심차게 선보인 원브랜드숍(단일 브랜드 매장) ‘오늘(ONL)’ 1호점 신촌점 매장이다.
소망화장품은 그간 ‘다나한’ ‘에코퓨어’ ‘꽃을든남자’ 등 자체 브랜드를 모아 놓고 파는 멀티브랜드숍인 ‘뷰티크레딧’을 운영해 오다 2013년 ‘오늘’을 시작으로 처음 원브랜드숍 시장에 진출했다. ‘오늘’은 2013년 3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명물 거리에 위치한 첫 번째 매장을 시작으로 명동, 강남, 이대 등 국내 주요 상권과 더불어 2013년 6월에는 태국 로빈슨 백화점 사콘나콘점에 1호점을 오픈, 해외 진출까지 꾀했다.
일상의 가장 소중한 시간인 오늘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오늘’은 국내 원브랜드숍으로는 최초로 ‘화장품’에 ‘생활’ 콘셉트를 접목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해나갔다. 이후 배우 최강희와 가수 싸이 등을 모델로 앞세우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당시 사업 진출 3년 내에 로드숍 300개, 마트 400개 등 600개 정도를 열어 연간 2000억원에서 3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기도 했다.
‘오늘’ 브랜드가 첫 론칭된 2000년대 초반에는 ‘원브랜드숍’의 전성시대였다. 원브랜드숍이란 로드숍 형태의 화장품 판매점이나 자사 브랜드 하나만을 취급하며 주로 중저가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기존 로드숍 형태이지만 다수의 브랜드를 취급하는 화장품 일반점 등과 구분되는 유통채널이다. 원브랜드숍이 화장품 매출은 5년(2008~2012년)간 평균 20.4% 성장했으며, 2013년에도 전년대비 10%를 상회하며 그야말로 폭풍성장세를 나타냈다.
시장 도약기에 원브랜드숍 사업은 중저가 제품 판매라는 하나의 경쟁력만으로도 외형성장이 가능해지자, 소망화장품 역시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오늘’ 역시 브랜드 설립 초반에는 성장세를 이뤄내는 듯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미샤’ ‘더페이스샵’ 등 원브랜드숍 뿐아니라 ‘올리브영’ ‘왓슨스’ 등 ‘한국형 드러그스토어’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이 재편되는 데다, 고가 대비 중저가라는 제품 가격만으로는 이들과의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브랜드 콘셉트가 각 업체들과 중복되고 제품 차별화 또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게릴라성 할인 정책으로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게 된다. 할인에 따른 판매 수량 증가 효과로 매출이 확대되는 듯 했으나 할인정책 남발로 소비자들은 할인 기간이 아닌 시기에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면서 회사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소망화장품의 2013년 매출은 788억원으로 ‘오늘’ 론칭 전인 전년대비 37%나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결국 '오늘'은 브랜드숍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 기존 매장을 절반 이상 축소, 신상품을 더 이상 출시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오늘’은 단독 매장을 철수하는 대신 소망화장품의 멀티숍인 ‘뷰티크레딧’을 통해 기존 제품들을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한 회사에서 원브랜드숍과 멀티숍을 바로 인근에 개장할 정도로 시장 포화는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대기업 화장품 브랜드숍을 제외하고 중소 업체는 적자를 면치 못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올리브영을 필두로 랄라블라, 롭스의 추격에 시코르와 부츠등이 가세하며 원브랜드숍 전성시대에서 H&B스토어 전성시대로, 로드숍 시장이 재편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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