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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부터 에어프레미아까지…쌓이는 항공·해운 매물, 새 주인 찾을까

[M&A시장 채우는 항공과 해운]①
현대LNG·SK해운·플라이강원도 대기
실적 개선 기대감에 M&A 적기 평가
높은 몸값 부담…해외 매각 가능성도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적선사 HMM을 비롯해 현대LNG해운, 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 등 대형·중견 해운사와 에어프레미아와 플라이강원이 줄줄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항공·해운사들이 줄줄이 집결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공급망 위기로 인한 인고의 시기가 지나고, 하늘길과 뱃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존 최대주주와 원매자들 간 니즈가 맞아 떨어지며 활발한 M&A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이 일찌감치 새 주인을 맞이한 가운데 HMM, 현대LNG해운, SK해운,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 등도 매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관건은 높은 몸값이다. HMM의 경우 매각가가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기업 중에선 마땅한 인수처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사의 경우 올해부터 여행 재개로 인한 실적 회복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매각 측에서도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간산업의 해외 유출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를 위해선 현실적으로 해외 매각이 정답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M&A 큰 장 열린 항공·해운사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적선사 HMM을 비롯해 현대LNG해운, 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 폴라리스쉬핑 등 대형·중견 해운사들이 줄줄이 매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항공사 중에선 에어프레미아와 플라이강원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이스타항공과 에어인천은 각각 VIG파트너스와 소시어스 품에 안기면서 매각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비슷한 시기에 매물이 쌓인 이유는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과거 자금난에 처한 항공·해운사들은 줄줄이 사모펀드 운용사(PEF) 품에 안겼다. 기업가치가 급락한 시기 회사를 인수했던 사모펀드들이 실적 개선 기대감을 안고 투자금 회수에 나서 고수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국내 해운사들은 경기 침체와 방만한 경영 탓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국내 해운업계 1·2위를 달리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현 HMM)은 2016년 워크아웃(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선두 업체의 유동성 위기는 중견 해운사로 번졌다. 당시 HMM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정부 수혈로 기사회생했지만 한진해운은 이듬해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위기에 빠진 해운사들은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2014년 한진해운의 전용선 사업부문을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며 에이치라인해운이 출범했고, 현대상선의 LNG전용선사업부문을 IMM이 인수해 현대LNG해운이 출범했다. 2018년에 한앤컴퍼니는 SK해운도 품었고, 지난해엔 칸서스자산운용이 중견 벌크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을 사실상 인수했다. 

항공업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대형 항공사에 비해 유동성이 취약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초 VIG파트너스가 인수 작업을 완료한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티웨이항공은 JKL파트너스, 에어프레미아는 JC파트너스-코차이나 컨소시엄, 플라이강원은 세븐브릿지PE가 자금을 투입했다. 매각 적기가 도래하면서 최대주주인 PEF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매각으로 ‘잭팟’ 성공할까 

항공·해운사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원매자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하늘길이 열린 항공사는 최대주주들의 ‘잭팟’ 열기가 뜨겁다.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이스타항공은 3년만에 첫 비행기를 띄웠고 JC파트너스가 2021년 인수한 에어프레미아는 올해부터 황금노선인 ‘인천~LA’에 신규 취항했다. 플라이강원도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국제선 확대를 통해 몸값을 높이고 있다.

해운사의 경우 기업가치가 최소 수천억에서 조단위까지 형성돼 있어 국내 기업의 인수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HMM의 경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매각 대상 지분은 40%로, 경영권 프리미엄과 영구채 가치를 더한 몸값은 최대 8조~10조원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금융지원이 없으면 국내 매각은 힘들 거란 전망이다. 현대LNG해운 역시 최대주주 IMM컨소시엄과 대신PE 등의 지분 100% 인수를 위한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 영국과 그리스 등 해외 원매자들이 참여했고, 국내 기업 중에선 재무적투자자(FI)만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매물들은 이미 매각 과정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중견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은 최근 매각 예비입찰을 마무리했다. 예비입찰엔 국내 기업은 물론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 기업들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해운 운임지수 하락과 금리 인상 여파로 흥행이 저조할 거란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이 중 숏리스트 5곳을 선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숏리스트에는 국내외 SI(전략적투자자)들이 두루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외 SI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의 유조선사업도 원매자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항공·해운업의 해외 매각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기간산업의 성격을 갖기에 정부 차원의 인수합병 중재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해외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글로벌 대비 국내 해운사는 투자가 부진하다. 흥아해운과 창명해운 등 부실 해운사 매각이 주를 이루고, 물류 기업 투자도 소수 사례에 불과해 국내 해운사가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PEF업계 관계자는 “항공·해운업은 경기변동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나타나는 업종이다. 그 과정에서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일어난다”며 “가격에 대한 입장차 때문에 원매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해외 매각으로 눈을 돌린다고 해도 결국 몸값을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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