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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세제 혜택까지…작전 세력에게 딱 맞았던 CFD

[증시 흔드는 작전세력]②
주가 조작 통로된 차액결제거래(CFD)
증권사 대량 미수채권 발생
“CFD 완전 중단 검토” 목소리도

CFD가 주가 조작 통로로 꼽히면서 CFD 위험성과 중단 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차액결제거래(CFD)가 꼽히면서 CFD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미수채권이 발생한 데다 CFD 신규 가입이 중단되면서 증권사 손실도 커지고 있다. 

CFD는 주식이 없어도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세제 혜택까지 있어 세력들이 ‘주가 조작 통로’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CFD가 주가 폭락을 유발한 만큼 완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에서도 제도를 손 볼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G증권발 매물 출회로 하한가를 기록했던 8종목(삼천리(004690)·다우데이타(032190)·하림지주(003380)·대성홀딩스(016710)·세방(004360)·선광(003100)·서울가스(017390)·다올투자증권(030210))에서 CFD 관련 미수채권이 발생하면서 증권업계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줄줄이 CFD 신규매입과 매매를 중단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삼성증권부터 지난 1일 한국투자증권, 2일 신한투자증권 등이 CFD 신규 매매를 중단했다.

CFD는 주식이 없어도 기초자산에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어 리스크가 큰 상품으로 ‘전문 투자자’ 교육이 필요하다. 일례로 증거금 1억원이 있다면 2억5000억원어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셈이다. 

2015년 교보증권이 CFD를 처음 도입한 이후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CFD 고객 유치에 나섰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일반 주식 거래보다 수수료가 높아 신용 제공에 따른 이자 수익이 기대됐다. 

다만 CFD가 지난달 24일부터 이뤄진 8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의 주가 조작 사태 통로로 거론되면서 미수 채권이 발생하고 반대매매에 처한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CFD 거래를 위해선 위탁증거금을 예탁해야 하고 유지증거금도 필요하다. 8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CFD 거래를 통해 주가 조작 세력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CFD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주가 조작 일당들은 고액자산가 명의를 이용해 CFD 계좌를 통한 이른바 ‘통정매매’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다. 

주가 조작 세력들이 CFD 계좌를 사용한 건 익명성이 보장돼서다. 투자자들이 이를 악용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차액결제거래 주문을 실행하는 건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다. 통상 고객의 주문을 받은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한국거래소로 주문을 넣는 방식이다. 이번 하한가 물량이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 명의로 집계된 이유다. 

또 사람들을 모으기에도 CFD 계좌가 적합했다. 레버리지 효과는 물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가령 해외 주식을 투자하는 경우 양도세를 22% 내야 하지만, CFD 계좌로 투자하면 파생상품 양도세 11%만 내면 된다. 증권사 명의로 주식이 잡히는 만큼 ‘큰 손’들이 CFD를 활용해 대주주 양도세와 종합소득세 등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CFD 고객 유치에 나선 점도 이번 사태에 불을 지폈다. CFD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교육이 필요한 상품이지만, 지난 2019년 전문 투자자 육성을 위해 허들을 대폭 낮추면서 CFD 거래가 늘어났다. 

규제 완화로 CFD 거래 ‘쑥’…증권사 미수 채권 우려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FD 거래가 허용된 개인전문투자자는 2020년 말 1만1626명에서 2021년 말 2만4365명으로 1년 새 2배 가량 늘었다. 정부가 지난 2019년 전문 투자자 육성을 위해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을 완화한 이후 2년새 CFD 잔고는 두 배 넘게 뛰었다.

규제 완화로 증권사 경쟁도 치열해졌다. 2015년 교보증권을 시작으로 2019년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DB금융투자가 CFD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2020년 신한·유진·한국투자증권, 2021년 NH·메리츠·삼성증권 등이 국내주식 CFD 서비스를 시작했다. CFD 수수료가 일반 주식거래보다 높아 증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라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다만 CFD를 통해 증거금 비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증권사들도 투자자들에게 추가 증거금을 내라고 통지하고 있다. 만약 최종적으로 미수 채권이 발생하면 증권사에서 회수 부담을 져야 한다. 

DB금융투자 CFD 증거금 비율 통지 문자. [사진 독자 제공]
DB금융투자는 CFD 증거금 비율이 -927.4%로 입금해야 할 금액이 43억원에 달한다며 반대매매를 경고하는 문자를 투자자들에게 보냈다. 키움증권도 CFD 국내 주식 계좌에 12억7130만원가량의 추가 증거금이 발생했다며 미결제 잔고를 청산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마진콜율이 40% 미만에 도달하면 실시간 반대매매가 진행된다고 통지했다. 

주가 조작 의혹설과 주가 하락이 일파만파 커지는 상황이다 보니 CFD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국에서도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금감원의 CFD와 관련된 주요 증권사들에 대한 검사 방침을 보고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CFD 거래를 완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CFD는 주식양도세 절세를 위한 편법으로 이용되고 매수를 해도 외국인으로 표시돼 신분세탁용으로 쓰일 수 있다”면서 “CFD 완전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FD 자체가 전문 투자자를 위한 상품인데 이번 사태는 CFD를 악용해 조작 세력이 투자자들 모집해 대리로 투자했다는 점이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CFD는 투자 리스크가 큰 계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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