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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대형화 하는 실버타운, 대형 건설사 속속 진출

[다시 뜨는 실버타운] ② 대단지·복합개발 사업 일환으로 성장세
‘임대분양’ 변화에도 그룹 신사업으로 ‘각광’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공급된 임대형 시니어 레지던스 'VL라우어'  [사진 한화 건설부문]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대형 건설사들이 실버타운 사업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단지가 커지고 입지가 도심으로 파고들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뛰어들만한 규모와 사업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시공사로서 공사 도급계약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실버타운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다수의 국내 대기업이 미래 신사업으로 헬스케어, 바이오를 꼽고 있는 데, 이 같은 흐름이 병원을 비롯한 편의시설과 인접한 곳에 거주하려는 요즘 고령자 및 은퇴세대 수요와 맞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진행되고 있는 실버타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국내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발사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버타운, 마곡MICE·백운밸리 개발 일환으로

올 3월 롯데건설이 분양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실버타운 ‘VL르웨스트’가 평균 19대1, 최고 205대1 경쟁률을 보이면서 화제가 됐다. 이 단지는 LG, 롯데, 코오롱, 넥센타이어 등 국내 대기업 연구개발(R&D) 센터가 모여 있는 마곡지구에 공급되는 데다 최저 6억원에서 최고 22억6400만원에 달하는 보증금 수준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관리비 역시 타입과 인원에 따라 월 수백만원에 이른다. 

최고급을 지향하는 만큼 서비스도 남다르다. 이화의료원과 협약을 맺어 입주민들은 입주민 전용 창구를 통해 이대서울병원을 이용할 수 있고 시니어에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예약 대행, 우편관리 등 호텔식 컨시어지(개인비서)와 청소, 식사를 비롯한 각종 생활 서비스도 롯데호텔이 운영한다.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동 총 810호실로 실버타운으로서 비교적 큰 규모를 자랑한다. 게다가 롯데건설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돼 개발 중인 마곡MICE 복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마곡MICE 복합단지 조성 사업은 총 3조5000억원 규모다. 

VL르웨스트는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Vitality&Liberty)’의 두 번째 단지다. 첫 단지는 지난해 선보인 부산의 ‘VL라우어’다. VL라우어 역시 부산광역시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 내 ‘라우어 메디컬 복합단지’에 조성된다.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는 부산 최고 상권이자 고급주거지인 해운대와 인접한 데다 아난티·힐튼호텔, 이케아 동부산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롯데월드 등 대형시설이 차례로 개장하면서 경남지역 유동인구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라우어 메디컬 복합단지는 VL라우어뿐 아니라 헬스케어 맞춤형 레지던스, 한방병원과 종합 메디컬 센터,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된 대형개발사업으로 한화 건설부문(옛 한화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통상 큰 규모의 의료시설은 설계 및 공사가 까다로워 공동주택 대비 30~40% 공사비가 책정되며, 관련 노하우 및 적정 규모를 갖춘 대형 건설사가 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건설은 순천향대학교 부속 새병원, 강남노인병원, 인천여성병원 시공을 통해 업력을 쌓아왔다.

도심 실버타운 성공사례 늘어…투자 이어질까

경기도 의왕시에선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실버타운이 공급을 앞두고 있다. 시행사는 MDM이며 시공은 대우건설이 맡았다. 실버타운 자체는 536실에 불과하지만 함께 짓는 주거용 오피스텔 842실까지 더하면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은 총 13개동 1378실 규모 대단지가 된다. 이 단지는 의왕시 명물인 백운호수와 인접해 각광 받는 ‘의왕백운밸리’ 내 업무복합용지 2개 블록에 조성된다. 의왕백운밸리는 2단계 개발까지 마치면 총 4000여세대가 입주할 계획이다. 

노인복지법 상 고령자에게 주거와 휴양, 여가, 의료 등 각종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주택을 뜻하는 실버타운은 2000년대부터 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미래사업으로 각광 받아왔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001년 개원해 운영 중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삼성노블카운티’와 SK건설이 분양해 2006년 개원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 ‘SK그레이스힐’이 이 당시 시장에 나온 대표적인 고급 실버타운이다. 그러나 일부 영세업체의 분양사기, 부도, 과장광고 등이 논란을 일으켰고 아직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버타운 사업은 잠시 침체를 겪기도 했다.

삼성 노블 카운티 시설 및 공용공간 [사진 삼성 노블 카운티]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실버타운 사업은 ‘주거 고급화’와 ‘헬스케어’ 바람을 타고 다시 각광 받는 추세다. 주택개발에 오랜 노하우를 갖춘 롯데그룹과 MDM그룹은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헬스케어를 그룹의 미래 신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사업성을 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실버타운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수분양자가 분양호실의 재산권을 취득하는 ‘분양형 실버타운’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현재 모든 노인복지주택은 임대로 공급되고 있다. 임대형 실버타운은 분양형과 달리 사업자가 분양대금만 받고 운영에 모르쇠로 일관하기 어려우며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해 수요자 입장에서 투자위험을 낮출 수 있다.

사업자에게는 분양형과 달리 임대운영을 통해 장기적으로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광진구 자양동 ‘더클래식 500’과 강남 자곡동 ‘더시그넘하우스’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 및 상권 인근에 장기적인 성공사례가 나오며 주목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 인천 청라신도시에 ‘더시그넘하우스 청라’도 공급될 예정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미래를 보고 실버타운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운영하며 사업성을 평가한 뒤 추가적으로 새 단지 조성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실버타운 개발사업에 대한 관심도는 당연히 있으나 공사원가 상승이나 분양 저조 등 시황이 악화할 시 개발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업성이 전제된다면 기존 사업 역량을 발판으로 블루오션인 실버타운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은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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