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햄버거...빨간 삐삐머리 ‘웬디스’·별모양 ‘하디스’ [망했어요]
1984년 국내 진출 '웬디스', 사각모양 햄버거 '인기'
10여년 뒤 '위너스'로 변경...외환위기 직격탄
미소 짓고 있는 별 모양 로고 '하디스', 2004년 철수
웰빙 열풍에 ‘정크푸드’ 햄버거 인기 하락세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빨간 삐삐머리’의 웬디스, ‘별모양’ 하디스 햄버거를 기억하시나요.”
미국에 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점 웬디스, 하디스 햄버거는 한때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1980년대 국내에 상륙해 젊은 층에 빠르게 파고들면서 어린이들의 생일파티 장소이자, 어른들의 미팅 장소로 각광받으며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30여년 전 철수해 ‘추억의 버거’로 기억되고 있다.
웬디스는 1984년 국내에 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처음 들어왔다. 당시 웬코가 미국 웬디스인터내셔널과 4%의 로열티지급과 10년계약 등을 전제조건으로 웬디스를 국내에 도입한 것이다.
웬디스는 사각형 모양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로 유명해졌다. 특히 냉동육이 아니라 냉장육을 매번 직화로 구워낸 특징으로 소비자들에게 퀄리티 좋은 햄버거로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인기 덕에 종로 2가를 시작으로 양재역, 압구정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매장을 확대하며 한때 매장 80여 개까지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웬디스는 외환위기를 비껴가지 못했다. 웬디스를 들여왔던 웬코는 매장 운영기준에 대해 미국 측이 계약사항을 넘어 무리한 요구로 10년의 계약을 채우지 못하고 1998년 결별했다. IMF 시대에 매출액의 4%를 로열티로 지불하기에는 경영상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후 웬코는 브랜드명을 위너스 버거로 바꾸고 독립을 선언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곧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우일에게 경영권이 넘어갔으며, 가장 마지막 매장인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 있었으나 2013년 맘스터치로 변경, 현재 프랜차이즈 치킨집으로 명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프랜차이즈들은 대부분 직접 진출 방식이 아닌 국내 기업이 마스터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사와 국내 기술력으로 운영하는 방식이었다”라며 “이에 당시 외환위기를 거치며 로열티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한 사례가 속출했다”라고 설명했다.
매일 오전 직접 손으로 만드는 비스킷으로 유명한 ‘하디스’ 버거도 있었다. 미국 최대의 육가공업체인 호멜사는 햄버거 체인인 하디스는 1990년 세진후드시스템과 상표및 기술도입을 전제로 독점수출계약을 맺고 국내에 본격 진출했다.
종로에 1호점을 오픈한 하디스는 당시 미소를 짓고 있는 별 모양 로고로 유명했다. 햄버거와 치킨 모두 900원에 판매해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그만큼 퀄리티가 무너져 결국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자 2000년 초까지 20개도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2003년에 1호점을 폐점해야 했으며, 2004년에는 완전 철수를 면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불었던 ‘웰빙’ 열풍에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햄버거’는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졌고 햄버거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떨어졌다. 높은 열량에 비해 영양은 풍부하지 않다는 부정적 인식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위기는 한두 해 겪어온 문제가 아니다. 패스트푸드 브랜드와 매장이 늘어나면서 1998년 말부터 2000년까지는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대규모 할인 행사로 출혈 경쟁을 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여기에 외환위기와 반미감정으로 인해 일부 외국계 브랜드가 불매 운동에 휩싸이는 악재까지 겹쳤다.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는 서울올림픽과 함께 서울을 외국인들이 찾기 쉬운 도시로 만들기 위해 외국산 프랜차이즈를 장려하면서 가장 많은 햄버거 체인점이 생겨났다”며 “그야말로 햄버거 프랜차이즈점들의 전성기였던 시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 패스트푸드가 생소하고 느끼하다는 인식 탓에 초기에만 반짝인기를 끌고 장기간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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