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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야심작 ‘모니모’는 토스가 될 수 있을까

[삼성 ‘모니모’의 앞날은?] ① 서비스 차별 부족...‘은행’ 없는 한계 지적
향후 삼성페이 연계 가능성에 기대

[사진 삼성금융네트웍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삼성금융의 슈퍼금융앱 ‘모니모(monimo)’의 성적이 영 부진하다. 국내 최고 브랜드 파워를 지닌 삼성이 금융사, 빅테크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작정하고 만들었지만 아직까지는 기대 수준 미치지 못한 모양새다. 삼성금융 계열사의 회원만 3300만명에 달하지만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의 신사업 진출 제한이 풀리며 모니모에는 마이데이터가 이식될 예정이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은행 계열사가 없어 앱 유인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다. 다만 ‘삼성페이’ 활용으로 모니모가 새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은 부진한 성적표

‘모니모’는 지난해 4월 출범한 삼성금융사의 공동 브랜드인 ‘삼성금융네트웍스’가 선보인 서비스다. 하나의 계정으로 삼성생명, 화재, 카드, 증권 등 삼성금융 4사의 거래현황 및 상품 가입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금융이 연합앱을 내놓은 이유는 갈수록 금융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스는 앱 내에서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며 ‘국민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네이버나 카카오도 결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강화하며 플랫폼 강화에 열을 올린다. 국내 금융사들 역시 빅테크에 대항하려 금융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모니모의 최대 강점은 삼성금융사들이 확보한 3300만명의 잠재 고객이다. 디지털시대에는 고객 데이터가 곧 자산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을 두려워한 것은 이들이 가진 방대한 회원수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이 만든 모니모는 금융플랫폼업계 판을 흔들만한 거대한 메기가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출범 1년이 조금 지난 현재까지 모니모의 성적표는 아쉬운 수준이다. 앱 통계 분석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모니모의 월 활성사용자수(MAU·안드로이드폰 기준)는 220만명 수준이다. 같은 기간 토스는 1100만명, KB페이는 490만명, 신한플레이는 600만명의 MAU를 기록했다. 물론 앱마다 출범시기, 서비스 등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모니모는 출범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서비스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파워를 고려했을 때 이런 수치들은 아쉽다는 평가다. 



편의성·컨텐츠 갖췄지만…금융서비스 부족

모니모 사용률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실제 앱 내에서 이용할 만한 금융서비스가 적다는 것이 꼽힌다. 현재 모니모에서는 삼성생명, 카드, 화재, 증권 등 각각의 탭에서 간단한 금융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와 보험료 납부, 상품 가입 등이 가능하지만 해당 회사 홈페이지로 이동해야 하고 페이지 전환 속도도 느린 편이다. 증권 탭에서 주식 거래도 불가능하다. 

또 모니모는 ‘송금’ 기능을 갖고 있지만 최근 대부분의 금융앱들이 이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장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내 계좌개설 현황과 자산을 보여주는 ‘내자산’도 국내 빅테크 및 금융사들이 이미 선보이고 있는 서비스다.

토스나 카카오뱅크처럼 깔끔한 사용자 경험(UX)·사용자 화면(UI)를 적용해 이용자들의 편의성은 훌륭한 수준이다. 3300만명의 회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30대 여성의 할인점 탐구생활’, ‘가장 많은 돈이 몰린 펀드 TOP10’ 등 여러 읽을거리도 배치했다. 

모니모가 이용자들 사이에서 특히 호평 받는 부분은 ‘재테크앱’으로써다. 출시 초기부터 모니모는 앱 내에서 현금과 교환할 수 있는 ‘젤리’를 제공해왔다. 걸음수나 출석, 상품가입 등 미션을 달성하면 젤리를 얻는 식이다. 이용자들은 월에 3000~5000원 정도 적립이 가능하다. 삼성금융은 지난 1년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젤리를 제공했다. 현재의 220만명 MAU도 젤리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호한 계열사 권한...'공유경제 비극' 지적

삼성금융이 지난 1년간 모니모에 재테크앱 외의 큰 기능을 탑재할 수 없었던 이유는 삼성생명이 암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앱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개인 자산 비교·관리 서비스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마이데이터 사업권 획득이 필수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징계를 받아 지난 1년간 이 사업을 전개하지 못해왔다. 최근에야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인가를 획득했고 지난 4월 본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하면 이용자의 모든 금융상품 조회 및 비교·추천이 가능해져 지금보다 더 많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모니모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삼성금융이 자체 은행 계열사를 가지지 않은 것이 치명타가 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앱들이 이용자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이유는 ‘은행’의 존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이 계열사로 은행을 두는 것은 금산분리법 상 불가능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사나 보험사가 은행 영역에 일부 진입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한국은행의 제동으로 이마저 중단된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금융 앱을 설치하는 이유는 해당 금융사의 계좌나 카드, 보험상품 등에 가입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은행은 보험이나 카드 서비스보다 더 자주 앱을 이용하게 만들기 때문에 고객 유인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모니모 홈페이지 캡처]

국내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은행을 갖고 있는 금융사들도 너도나도 슈퍼앱 만들기에 나서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은행이 없는 모니모가 금융플랫폼업계에서 경쟁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삼성금융이 계열사를 모아 모니모를 만들었지만 각각의 회사들이 따로 노는 상황이 야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금융 내에서 최고 실적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내고 있고 가입자도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모니모는 사실상 삼성카드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회사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추진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계열사의 권리나 자리를 정확히 지정해주고 판촉 활동을 하게 해줘야 하는데 책임이 분명하지 않다보니 서비스가 지지부진해진 것”이라며 “이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공유경제의 비극’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의 은행, 보험, 카드, 증권사들은 금융지주라는 울타리 안에서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삼성금융사들은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서 협업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여러 한계 뒤집을 ‘삼성페이’ 카드 나올까

다만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와 강력한 자본력이 결국은 모니모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란 기대도 있다. 모니모의 절대적 지표들은 아직 낮은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상승 추세다. 안드로이드폰 기준 MAU는 지난 2월 180만명에서 4월 220만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설치기기수도 454만대에서 약 500만대로 늘었다.

NHN데이터가 발표한 ‘2023 상반기 앱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모니모는 올 상반기에 2분기 연속 40% 이상의 설치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사용시간도 2월 40분에서 4월 48분으로 상승했고 신규 설치기기 수도 월 평균 30만대 수준을 꾸준히 기록 중이다.

특히 ‘삼성페이’를 활용한 전략으로 모니모가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업계에서는 삼성금융과 삼성페이간 플랫폼 연계서비스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삼성페이가 가진 방대한 이용자를 삼성금융이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 지표에 따르면 삼성페이는 4월 기준 총 설치기기수 2500만대, MAU는 1600만명에 달한다. 어떤 금융사도 페이결제와 휴대폰 단말기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삼성만이 가진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지급결제시장 한 관계자는 “삼성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들고 다니는 매우 중요한 하드웨어를 갖고 있다”며 “계열사 간 협업으로 플랫폼과 연계만 잘된다면 삼성페이 활용으로 모니모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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