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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고래싸움에 끼인 韓 반도체…“마이크론 판매 금지로 미묘한 상황"

삼성‧SK, 미‧중 한쪽 버릴 수 없는 딜레마 
“한국기업 판단 따라 중국 견제 효과 달라질 것”

지난 4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삼성전자 경기도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강 대 강 대결에 한국 반도체 기업이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은 모두 교역량 비중이 큰 핵심 시장인데, 어느 한쪽 편에 서도록 강요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자국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했다. 사실상 미국의 중국 견제에 따른 보복 대응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더불어 3위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반도체 대기업이다.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올리는 매출액은 연간 약 30억 달러, 이는 전체 매출의 11%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약 25%가량의 매출을 중국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중국이 이런 기업을 제재하면서 그 범위를 확대할지, 혹은 이 때문에 생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하는 점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그 불똥이 한국 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반도체 견제 대상을 확대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도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반대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삼성전자나‧SK하이닉스가 채우도록 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미국이 용인할지도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미묘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깊게 노출됐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 압박이 심해질수록 한국 반도체 업체들 역시 고통스러울 것”이라면서도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중국의 마이크론 금지 조치가 성공할지 아니면 미국과 동맹의 공급망과 격차가 벌어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 세 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다. 미국과 중국이 정치‧경제 문제로 갈등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의 교역은 또 다른 문제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중국에서 올린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을 더 복잡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전체 D램 생산량의 50%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에 투자한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생산시설을 매몰 비용으로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셈이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이 넘는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도 대규모 투자를 고민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하거나 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할 경우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자국의 기술과 부품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1년 유예를 허가받으면서 중국에서의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중국 공장 첨단 장비 반입 제한 조치가 1년 더 유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확보를 늦추면서 동맹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해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2일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우리 정부 대응에 대해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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