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서 대접 못 받는 빌라, 재개발 구역만 ‘관심’ [경매TALK]
5월 빌라 낙찰률 최저치…응찰자 대부분 세입자
경쟁 입찰 물건, 정비구역·HUG확약서 물건에 집중돼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부동산 침체에 최근 ‘전세사기’ 여파까지 덮치면서 경매시장에서도 빌라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서울 소재 물건조차 유찰이 거듭되며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10~20% 선으로 낮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일부 재개발 정비구역에 속한 빌라는 개발 기대감에 따라 응찰자가 다수 모이며 매각되는 사례도 나온다.
11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빌라 경매 총 888건 중 76건만 매각돼 낙찰률이 8.6%로 나타났다. 이는 지지옥션이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다.
경매시장에서 연립, 다세대 등 빌라는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모두 낮은 주택유형에 속한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전세가율)이 높아 그만큼 매수인이 감당해야 할 위험은 크지만, 시세차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투자가치는 낮은 탓이다.
빌라 낙찰가가 임차 보증금보다 낮은 물건을 인수하면 보증금을 매수인이 책임져야 하거나 명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경매 물건은 보증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유찰을 거듭하는 사례가 많다.
관악구 소재 한 다세대 주택은 지난달 23일 감정가의 21%에 불과한 약 4500만원에 최저입찰가가 정해져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총 8회 경매가 거듭돼도 응찰자가 없었다는 뜻이다. 해당 물건의 선순위 임차 보증금은 1억8000만원으로 시세가 약 2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저입찰가에 낙찰 받아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시세가 낮아지면서 경매시장에서 비슷한 사례는 더욱 늘고 있다. 빌라촌이 대규모로 형성된 강서구 화곡동에 이 같은 물건이 많다. 한 물건은 18번째 열린 경매에서 나타난 낙찰자가 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현재는 최저입찰가가 2%까지 떨어진 상태다.
반면 다수가 응찰한 물건 일부는 개발호재를 기대할 수 있는 사례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입찰이 진행된 은평구 소재 한 다세대 주택은 응찰자 6명이 경쟁한 끝에 유찰 없이 낙찰가율 116%를 기록하며 매각됐다. 이 주택은 소규모 정비사업인 가로주택사업(모아타운)에 포함돼 있으며 맞은편에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대조)이 공급을 앞두고 있다.
같은 날 용산 소재 다세대는 10억원이 넘는 다소 고가의 감정가로 두 차례 유찰이 됐으나 세 번째 경매에서 5명 간 경쟁 끝에 매수인을 찾았다. 해당 주택은 임차 보증금이 7000만원으로 시세 대비 낮은 데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 중인 지역에 위치해 응찰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매 전문가는 “보유 주택 수 문제 등을 이유로 주변에 빌라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뚝 떨어졌다”면서 “현재 응찰자 1명이 매수에 나서는 물건 상당수는 세입자가 자신의 보증금을 상계처리하려는 목적으로 매수하는 사례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전문가는 “재개발 지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낙찰 받는 경우는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며,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경매 후 배당금 외에 보증금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한 물건은 위치가 좋은 경우 경쟁이 붙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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