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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확산’ 챗GPT發 AI 경쟁…‘검색 종말’ 눈앞에 둔 네이버·카카오

[‘내우외환’ 네이버·카카오]①
챗GPT 장착한 MS 빙, 中서 바이두 제쳐…韓도 점유율 상승
‘한글 특화’ AI 모델 개발하는 네카오…‘포털’ 접근법은 상이

시시 샤오 구글 어시스턴트 부문 부사장이 5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엠피씨어터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인공지능 챗봇 바드의 한국어 지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미국 스타트업 오픈AI(OpenAI)가 2022년 11월 챗GPT(ChatGPT)를 세상에 내놨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로 탄생한 챗GPT는 14년 주기로 찾아온 ‘세상을 바꾼 발명품’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1981년 개인용 컴퓨터(PC) 보급 ▲1995년 인터넷 안착 ▲2009년 스마트폰 대중화로 사회 전반이 달라진 것과 비슷한 정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단 견해다.

‘대답하는 AI’ 챗GPT는 등장과 동시에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출시 두 달 만에 월 이용자가 1억명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에는 월간 트래픽이 20억 건을 넘어섰다는 집계도 나온다. 대답하는 인공지능(AI)에 세상이 열광하고 있는 셈이다.

챗GPT 확산은 전례가 없는 현상이다.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이 1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걸린 기간은 2개월 남짓이다. 페이스북은 10개월, 넷플릭스는 3년 6개월이 걸렸다. 챗GPT는 5일 만에 사용자 100만명을 모았다.

오픈AI의 몸값도 이에 따라 껑충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월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3조원) 투자했다. 당시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300억달러(약 40조원)으로 평가됐다. 시장에선 오픈AI의 현재 기업 가치를 50조원 안팎이라고 본다. 5개월 만에 10조원이 오른 셈이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6월 시가총액 기준·33조6300억원)·카카오(25조5000억원)보다 덩치가 크다.

챗GPT 등장 후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챗GPT를 통해 생성형 AI의 파급력을 확인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신규 서비스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는 물론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고 있다. 네이버·카카오의 핵심인 검색·메신저는 물론 업무형 소프트웨어(SW)·보안·법률·증권·개발·분석 등 분야도 다양하다.

생성형 AI 경쟁은 특히 검색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IT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검색 서비스의 핵심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현재 검색은 단어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널려있는 정보를 찾아 취합하는 구조”라며 “생성형 AI 기술을 통하면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용자가 원하는 바를 입력하기만 AI가 자동으로 정보를 ‘취합’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 방패’도 안심할 수 없다…불확실성 커진 K-포털

대한민국은 ‘검색 공룡’ 구글이 점령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다. ‘국가적 특성’ 때문에 진출이 제한된 중국·러시아 정도만 자체 포털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는 시장 경쟁에서 구글을 누른 유일한 기업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Daum)도 네이버·구글·MS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시장에서 나름의 성과를 보여왔다.

챗GPT가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구글·다음 순으로 고착되는 듯했다. 2006년 한국에 상륙한 구글에 대응해 네이버가 지식iN·부동산·길 찾기·블로그 등 ‘한국 특화’ 콘텐츠를 검색에 붙이면서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다. 웹사이트 분석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웹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점유율은 2022년 5월 ▲네이버 63.1% ▲구글 25.9% ▲다음 5.8% ▲MS 빙 1.6%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시장 구조가 1년 만에 급변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점유율은 ▲네이버 55.7% ▲구글 34.8% ▲다음 5.07% ▲MS 빙 2.6%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7.4%p 준 반면 구글은 8.9%p 증가했다. 네이버와 구글 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최근 나타난 점유율 변화는 오롯이 생성형 AI에 따른 현상은 아니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이 탑재돼 있다는 점과 네이버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를 대체할 수 있는 유튜브·SNS 등의 서비스가 많아진 데 따른 변화로 보인다.

업계에선 구글의 9%p 점유율 상승보다 빙의 1%p 진격에 주목한다. MS가 챗GPT를 빙에 지난 2월 탑재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구글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무너뜨릴 아성’의 대상인 셈이다. MS는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챗GPT를 빙에 탑재한 후 하루 방문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챗GPT의 기본 브라우징 서비스로 빙을 탑재했다. 챗GPT의 추가 소프트웨어(플러그인) 형태로 빙을 넣으면서, 챗GPT를 통한 실시간 검색이 가능해지도록 기능을 구현했다. 챗GPT 사용자를 빙으로 유입할 수 있는 셈이다.

챗GPT를 품은 빙의 진격은 최근 중국에서 두드러졌다. 구글이 사실상 철수한 곳이라 챗GPT로 인한 검색 시장 변화가 빠르게 나타났단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MS는 4월 누적 기준 중국 내 데스크톱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 37.4%를 차지, 1위에 올랐다. 중국 기업 바이두는 이 기간 점유율 27%를 기록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지난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데뷰 콘퍼런스에서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카카오는 챗GPT 등장에 대응해 초대규모 AI 모델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챗GPT를 구동하는 기반은 거대언어모델(LLM) GPT-4이다. 네이버는 GPT-4에 상응하는 하이퍼클로바X를 이르면 오는 7월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치GPT(가칭)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초기 챗GPT에 적용된 GPT-3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했다.

‘고도화’를 대응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다음을 축소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다음 사업 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했다. 경쟁력 강화보다 효율화를 택한 셈이다. 카카오는 현재 기존 모델을 고도화한 코(Ko)-GPT 2.0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모델을 올해 3분기 내 출시할 방침이다. 코GPT 2.0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 대상도 포털보단 메신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코GPT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다다음’(ddmm)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3월 오픈베타(시범 서비스)로 잠시 AI 챗봇 다다음을 공개하며 ‘검색의 다다음’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한글은 영어권에서 탄생한 글로벌 IT 서비스가 국내에 진입할 때 넘어야 하는 장벽 역할을 해왔다. 네이버·카카오는 글로벌 경쟁사가 이 장벽을 넘는 데 공을 들일 때 한국 특화 서비스를 마련, 국내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학습 데이터가 중요한 생성형 AI 영역에서도 비슷한 접근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찮단 분석이 나온다. 장벽을 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챗GPT에 대응한 AI 챗봇 ‘바드’를 내놓았는데, 영어 다음의 지원 서비스로 한글을 선정했다. 검색을 대체제가 될 수 있는 챗GPT도 최근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시됐다. 오픈AI는 챗GPT 앱을 미국에 첫 출시한 후 11개국에 선보였는데, 여기에 한국을 포함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검색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며 “바이두를 누른 빙의 사례가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을 보장은 없다. 바이두 역시 ‘중국판 챗GPT’라며 신규 서비스를 개발한 바 있는데, 경쟁에서 밀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 나오지 않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한국판 챗GPT’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검색 종말론’은 적어도 양사에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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